어느 킹메이커의 삶
서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어딜까?
사실 외국인들에게 서안은 병마용(兵馬俑),
병마용은 서안이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병마용이라는 이름이 낯설다고?
'진시황릉'이라는 이름은 어떨까?
서안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진시황릉이 있는 도시라고 말한다면 "아, 거기~"라고 이야기를 할 거다.
이 진나라 황제,
첫 황제라는 뜻의 시황제라 불리는 사람의 이름은
영정(嬴政)이다.
그런데, 이 사람우 여러모로 재밌는 사람이다.
우선, 태생부터 논란이 많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는 황제의 집안이 아닐 수도 있다!
이 무슨 불경스러운 말인가?
하지만,
여러 사서에도 남아있는 유명한 이야기다.
사건의 시적은 바로 저 아저씨,
여불위(呂不韋) 때문이었다.
보통 관료와 상인은 서로 맞지 않는 존재라고 한다.
한쪽은 제도를 만들어 사람들을 다스리는 사람이고, 한쪽은 그 제도를 넘어서 돈 벌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니 당연하지 않을까?
지금도 기억나는 유명 교수님이 설명하시던 중국의 이 두 세력을 설명한 책의 제목이 <만다린과 꽁프라도르> 였다. 번역하자면 대인과 장사치 정도 될까?
아무튼,
이 사맛디 아니한 존재들이 지금도 정권이 바뀌면 나란히 손잡고 잡혀가기도 하고, 또 조사를 받으면서 서로 모른다고 선을 긋는 걸 보면, 세상은 낮과 밤 사이에 어딘가가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여불위는 인간은 이런 중간계를 사는 꽁프라도르들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부류라 할 수 있다.
비록 꽁프라도르의 몸이었지만
만다린으로서도 크게 성공했으니,
이탈리아의 메디치가 정도가 이 사람에게 비빌 수 있지 않을까? (음… 메디치가는 한 도시의 영주였지만, 이 사람은 중국대륙의 관료였으니… 스케일로는 비교가 불가할지도)
아무튼,
이 여불위라는 사람은 진시황의 아버지라고
강력하게 의심(?) 되는 인물이다!
이 불경하고 기도 차지 않을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나라에서 크게 장사를 하고 있던 여불위는 옆에 있는 조나라로 무역을 하러 갔다. 무역단장처럼 진귀한 상품들을 싣고 옆나라로 떠난 거다.
사실 두 나라는 항상 물고 뜯는 긴장상태였다.
하지만,
그 시대 중간계를 사는 여불위에겐
별로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상인은 돈만 벌면 되니까.
그런데,
이 조나라 수도 한단에는 진나라 왕자의 아들이 잡혀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
여불위는 생각한다.
진나라 왕이 변방에 조그만 조나라에게 인질을 보냈다.심지어 여기는…. 진나라 사람은 언제든 수틀리면 목이 날아가는 조나라 땅이다 (이 말인즉슨, 서로가 전쟁이 나면 언제든지 인질로서 죽을 수 있는 상황이란 뜻이 된다).
이런 곳이라면 진나라 왕실에서도 고르고 골라,
가장 영향력 없는 인물을 보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여불위는 무슨 이유였는지
이런 한물 간 왕족에게 흥미를 느꼈다.
'아무것도 없는 왕족일수록
나 같은 물주가 필요할 거다,
급하디 급한 놈일수록 나에게
계속 매달리게 될 테니 말이야.'
이 왕족의 이름은 영이인(嬴異人),
이인은 여불위의 접근에 의구심을 느꼈지만, 자처해서 물주가 되어준다고 하니 거절하지는 않은 듯하다.
여불위는 어땠을까?
이 왕족이 생각보다 괜찮은 채권이라 생각했을까?
아니면, 구제불능 부도수표라고 생각했을까?
아마,
잘 솎아내면 반등 가능할 정크본드 정도 아니었을까?
그 당시 영이인에게는 여불위가 그에게 하는
'당신은 앞으로 왕이 되실 거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라는 원영적 사고 방식의 처방은 마치,
'당신은 내일 문을 나설 거고,
길 위에 세 장의 로또가 떨어져 있을 건데
로또를 긁어보면 세 번을 연달아 맞출 것이다'
라는 말처럼 들렸을 것이다.
아무튼,
내일 없이 오늘만 살고 있던 이 C급 왕족은 여불위가 주최하는 잔치에 참석했다가 자태가 아름다운 한 여인에게 눈이 빼앗기고 만다.
바로 여불위가 보물처럼 아끼던 여인, '조희' 였다.
이 양심 없는 왕족놈은 여불위에게 덜컥 요청한다.
"저 여자를 나에게 주시오."
이제 여불위는 큰 시험을 마주하게 된다.
공을 들여놓았지만, 망할지 모르는 회사에
애지중지하는 보물을 갖다 바쳐야 할 판이 된 거다.
이야기를 들은 여불위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가늠할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이 왕족놈이
거렁뱅이 취급 당하는 걸 먹고살게 해 주니깐 뭐?
주제도 모르고 내 여자를 달라고?
아, 진짜… 여기서 그만둬 버려?"
하지만, 그 시대 중간계를 사는 여불위에겐
이건 약간의 고려사항이 이었다.
상인은 돈만 벌면 되니까.
지금까지 물린 투자금이 얼마인가?
이왕 들인 투자금에..., 애첩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일단 저 왕족놈의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만들고,
눈에 띄지 않게 그녀를 만나면 된다 (실제로도 여불위는 계속해서 그녀와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멱살 잡고 뒹굴 일이겠지만,
장사꾼 여불위의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계산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가 있었다.
이건 좀 큰 문제였다.
바로 그녀의 뱃속에 이미
그의 아이가 들어서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여 여불위는 조희와 함께 입을 다물어 버린다. 멍청한 왕족을 속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튼,
자신의 여자까지 가져다 바친 여불위의 장기투자는 성공하게 된다. 몇 가지 난관이 있었지만 여불위는 자신의 재물과 지혜를 바쳐, 마침내 조나라에 방치되어 잊혀져가던 이 부실한 왕족을 진나라 장양왕으로 만든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자기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여불위에게
장양왕은 고마움의 표시로 '상방'의 자리를 주게 된다,
어제의 장사꾼이 이제 진나라의 넘버 2가 된거다.
바야흐로 여불위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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