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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버린 황제의 군대

혁명과 안정, 그 어디 즈음에

by Le Studio Bleu

<< CEO, 여불위 >>


진나라의 정복사업이 완성된다 ( 영화 <영웅, 천하의 시작> 중에서 )


현대에 경제학에서

'게임이론'이 이라는 내용이 있다고한다.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전략적으로 눈치보며 행동할 때,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을 가기제 될 것인가?


뭐 이런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하는데,

머리 똑똑한 여러 학자분들이 이런 엄청난 내용들을 어려운 수식으로 설명해 내었다고 한다.


복잡한 세상살이가 수학 수식으로 설명이 되다니..., (문과생인 작가로서는) 이해가 되지않는 소리긴 하지만,아무튼 이 난해한 이론에 따르면


'왜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2인자들을 쳐내지 못해 안달인지'


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한다 (세상에나...졸업해도 우린 수학의 세계에 살고있다!)


AI와 여러 너튜브의 관련 영상들을 들어본 결과로는,

이런 성공한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필요없는 큰 이유는 윗사람에 관점에서 이제 도와주던 사람들의 몸값이 떨어져서라고 한다.


조금 야속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제까지 십 억원 짜리 믿음직한 직원이 원하던 프로젝트가 끝나면, 십 억원짜리 비용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그런데,

사장님 입장에서 이 비싸기만 한 직원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어떨까?


이 십 억원짜리 직원이 왠지 사장인 나의 자리를

탐내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것 만큼 난감한 일이 없다.


아니,

사실 그럴 욕심이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만히 보니, 저 녀석이

사장인 나보다 주변에 인기가 더 많다면?

아니면, 뭔가 내가 말할때 계속 따박따박

말대답 하면서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느낌이 든다면?


일본만화 <킹덤> 에서 묘사한 상방, 여불위의 모습. 모습 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훗날 진시황이 되는 영정의 입장에서는

'여불위'라는 신하가 이랬다.


순위에서 밀려있던 아버지를 왕으로 만든 사람,

재력과 권력을 함께 손에 쥔, 십 억 원짜리 직원...

아니 그정도의 돈으로 그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을까?


천하는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위협적인 그를 계속 나의 신하로 두어야 할까?


그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게 된다면,

과연 그의 몸값은 얼마나 높아지게 될까?

더구나, 어린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불위의 훈수는

점점 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이제 젊은왕에게 여불위는

천하통일을 위해 넘어야하는 벽이 되어가고 있었다.


<< 통일을 향하여 >>


병마용에서 발굴된 진나라 병사들의 모습, 병사들은 중국대륙을 재패하게 된다.


모든 사건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서 풀린다.

시황제 영정이 틈을 보이지 않는 여불위라는 벽을 넘은 것은 어떻게 보면 우연한 사건들의 결과였다.

과거의 사랑하는 여인,

하지만 지금은 공식적인 황제의 어머니인 '조희'는 장양왕이 죽은 후 새로운 남자친구를 찾고 있었다 (남편은 죽었고 여불위는 너무 늙어버렸다. 여불위도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엔.겁이 났을거다)


그런 그녀에게 여불위가 '노애'라는 젊은 남자를 선물했는데 결국 이 녀석이 문제가 된다. 노애는 조희와 사이에 사생아들을 둘이나 낳았다.


그런데, 이 노애가 도를 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비록 사생아지만 엄연히 자신의 아들들은,

반쪽은 왕가의 피가 섞여있지 않은가?


소문을 듣자하니,

지금 왕도 여불위와 조태후 사이에서

그렇고 그렇게 낳은 사생아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 아이라고 왜 안될까?

그렇게만 되면 나도 여불위처럼,

왕의 아버지가 되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다.


결국 노애와 조태후는

자신의 아이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보고받고 있었던 알고있던 영정은 간단히 반란을 제압한다. 그리고, 이참에 영정은 불미스런 소문의 근원인 여불위를 제거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어떻게?

여불위는 반란에는 가담하지 않은게 문제다.


맞다! 조태후에게 노애를 소개시킨 것은 여불위다.

그래! 원인을 제공했으니 상방이 책임을 져야한다!.


여불위는 긴급체포를 당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세력은 강하다.

사방에서 그를 죽이지 말자는 탄원이 들어온다.


아직 그를 죽일 수 없던 진시황은 그와 가족에게,

산들만 가득한 사천땅으로 갈 것을 명힌다.

(앚다, 당현종이 난리를 피해 도망가던,

새도 날개가 아파서 날아가다 운다는 곳이다.)


어차피, 세상 조용해지면

기회를 봐서 그를 제거하면 되리라.


이런 왕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변방으로 추방 명령을 받은 여불위는

상심한 마음을 안고 결국 자살하고 만다.


어쩌면 딸린 식솔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상인으로서의 마지막 거래였을 수도 있겠다.


진시황의 입장에서는 이제,

태어나기 전부터 오랫동안 그를 짓눌러오던 큰 벽이 무너졌다. 진나라는 진정한 그의나라가 되었다.


충직한 재상인 '이사' 싸움잘하는 군인 '왕기', '백기', '이신' 등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고 함께 제2기 진시황의 시대에서 통일전쟁을 수행하던 거대한 군단이 이곳 서안의 병마용에 잠들어 있다.

병마용갱, 그 시대의 군사들의 진법에 맞추어 요새를 만들어 놓았다.


진나라 병마용에 잠들어있는

거대한 토용 군대들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저 많은 도자기들을 굽고, 색을 입히고 또 묻을 땅을 파던 사람들을 어떻게 먹이고 재웠을까?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변방의 조그맣던 진나라가 중원을 차지할 정도의 국력을 가지게 된 것에는 분명, 여불위라는 상인이자 정치가의 공이 컸으리라.


하지만,

마지막 순간 상인은 권력자를 이기지 못했다. 아마도, 영정이 여불위를 치려고 마음 먹은 것은 오래전이었을 것 같다.


다만,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은 그가 없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을때 였을거다.


이 많은 군사들을 먹이고, 입히고 또 훈련시킬 기반이 마련되었을때, 이 모든 나라의 체계가 정착되었을때, 아이러니하게도 CEO 여불위의 몸값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이 나라의 백성으로 사는것은 참 녹록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곤 한다. 이걸 손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진시황제 이후 중국왕조들은 이 정도의 사업을 일으키지 못했다 거대한 토목사업의 끝은 멸망이란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역사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왕을 공개적으로 욕했다는 이유로

단체로 생매장되는 이벤트를 겪었던 공자왈 유학자들에게는 진시황이란 존재는 괴물 그 자체였을거다. 결국 그는 후대의 학자들에 의해 포악한 성정을 가진 폭군의 대명사로 기록된다.


아무튼, 오래 살기위해서 돌팔이 도사들의 말을 듣고 수은을 퍼마시고, 불로초를 구해오라며 아이들을 배에 태워서 강제 출국시킨 기행을 벌이던 왕이지만,


지금의 중국이라는 막연한 하나의 개념을 만들어 주었다는것 만으로도 진시황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왕으로 기억되고.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토용의 모습..., 사실 일반 병사들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을까?


나는 몇 십분째 서서 병마용갱을 쳐다보고 있다.

다른 토용들 보다도 눈에 들어오는 토용이 있어서다.


발굴된 한 켠에 부서져서 방치되어 있던 병사들.

그 중 하나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사진 속에 담았다.


한 병사는 그 임무를 다한 듯 목이 꺾여있고,

옆에 있는 한 토용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있는데, 묘하게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는 것만 같다.


왜 우는걸까?


멀리 전쟁터에 같이 나가서 먼저 죽은 친구,

노역을 끌려 나가서 소식이 없는 남편, 아이, 손주들....

그런 기약없는 기다림을 하는 이들의 모습 같아보여 처량하다.


위대한 중국을 홍보하는 장소에서도 저런 모습들이 상상되는건 아마도, 내가 조금은 꼬인 사람이면서, 한편으론 거대한 역사의 무대의 주인공이 아님을 느끼기 때문일거다.


다음 서안의 병마용을 들렸을때에는

더이상 저 모습의 토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폐기처분 된 걸까?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을 거다.


화려한 진시황의 군단 속에서

살짝 드러났던 한 줌의 고단한 모습.

중화문명의 자랑거리 병마용이 나에게

지금도 복잡한 감정이 들게하는 이유다.


<< 모인것은 흩어지고 >>


제1호 병마용갱 주변에 있는 소규모 병마용들


수많은 토용들이 서있는 제1호 병마용갱과 달리,

주변에는 조그만 꼬마 병마용들도 존재한다.

작지만 견고하게 지어진 이 곳들은 이 거대한 군단을 지휘하던 지휘부들의 모습을 본떠왔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거대한 병마용은 발굴이 정지된 상태이다.

그 가늠할 수 없는 규모에서 예상되는 거대한 발굴비용과 기술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한다.


옛날 사람들이 순수하게 머릿수와 삽으로 해결했던 일을, 드론과 로봇을 사용하는 현대인들이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에 재밌는 감정이 든다.


그때 사람들은 몸이 앞서는 F형 인간이 많았고,

요즘 사람들은 머리가 앞서는 T형 인간이 많아서일까?


이 사람들이 불만이 없진 않은것 같은건,

이후 진나라가 겪게 되는 행보 때문이다.


시황제가 객사하고 아들이 왕이 된 시점에서

항상 토목공사와 강압적인 분위기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봉기를 일으키게 된다.


'진승과 오광' 이라는 사람들이 처음 일으킨

농민반란은 거대한 진나라를 엎어버리게 된다.


내가 듣기론 중국에선 이 민중봉기를 거대한 압제자에 대항한 민중혁명의 표본으로 교육한다는 거다.

역시, 공산당의 나라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살며시 의문이 들었다.

영화에서 묘사된 서안, 아방궁전의 모습
오늘의 목표, 진시황이 앉아있다


오래전 개봉했다던 장이모 감독의 중국영화,

[영웅] 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진시황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고

천신만고끝에 그 앞에 다다른 살수가 칼을 거둔다.


왜지?

영화 해석을 들어보니 결행의 순간에서,

암살자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아,
저 사람이 나의 칼에 죽는다면
천하는 다시 혼란에 빠지겠지?

어떻게 이룬 통일이고 평화인데...'


이제 더 이상 혁명이 필요하지 않다.

너희는 고단하지민 아직은 참을 수 있지 않은가?


라며 영화는 절대권력에게 면죄부를 줘버렸다.

그리고, 장이모는 이 영화로 '알고보니 3류 감독' 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고 한다.


과거의 공산당에겐

정의감 넘치던 백성인 '진승과 오광'이 필요했다면,

현대의 공산당에건 카리스마 넘치는

'진시황'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안의 부서져버린 토용들을 보면서,


만일 저 살수가 칼을 들어

진시황의 목을 진즉에 베어벼렸더라면,

부서져버린 토용과 같은 이름 모를 백성들이

울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러면, 병마용도 없을거고

별스런 생각을 하는 나도 없었을거다.

이런 답을 알 수 없는 상상을 해본다.


혁명으로 만들어진 나라,

하지만 이제는 혁명을 무서워하는 나라.


역시, 지금도 이 나라는 재미있다.


<< 서안, 병마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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