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티 나게 드러내는 게 아니다.
관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해볼까 한다. 앞서 관심은 관찰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는데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관찰하고 관심을 어떻게 티 내지 않고 드러냈는지 그리고 그 관심은 어떻게 팀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대해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해볼까 한다.
쾌청한 오후를 맞이한 어느 날, 점심 먹고 나른하게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던 중 갑자기 저 멀리에서 누군가 평화를 깨뜨린다. 쨍그랑! 내용으로 예측하건대 팀원이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고 타 부서의 팀장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상황으로 보였다. 아이고 둘 다 고생이네 하면서 스리슬쩍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그 상황을 빠르게 벗어났다. 으, 지겹다 지겨워.
며칠이 지나, 그 상황을 만든 팀장은 내게 말을 건넨다. 대체 어떻게 팀원을 잘 이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팀원들이 일을 하나같이 못해서 미치겠다고. 자네는 그렇게 팀원이 많은데 어쩜 소리한 번 안 지르고 그렇게 팀원들의 퍼포먼스가 좋을 수 있냐고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묻는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말을 건넨다.
"관심이죠.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깊게 가져야 해요. 그래야 팀원 스스로도 잘하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관심. 그것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관심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의 상태에 집중하는 일이다. 팀원의 마음 상태를 알기 위해 팀원이 평소 어떤 부분에서 힘듦과 노여움,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앞선 나의 강점에서 첫 번째로 나온 나의 강점은 개별화(Individualization)였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싶었지만 팀장을 수행하기에 이보다 좋은 강점이 없더라. 이유가 뭐냐고?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리소스 충원이 필요했다. 상사는 내게 K씨를 투입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K씨는 최근 휴가가 꽤 잦았고 이유는 잘 모르지만 힘이 없고 표정 또한 기존과 다른 느낌을 받던 찰나였다. 본래 말이 없는 사람이라 정확한 사정은 몰랐지만 뭔가 개인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이라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K씨에 대한 상태를 알고 있던 나는 상사에게 K씨보다는 다른 사람이 좋겠다고 했지만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K씨가 눈엣가시였을까 상사는 무조건 K씨에게 시키라 명했다. 결국 불편함 마음을 안고 K씨가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생각보다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니 상사는 실망스럽다며 K씨를 내려 까기 바빴다. K씨는 본래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정도로 퍼포먼스가 나지 않는 것은 분명 일에 몰입할 수 없는 환경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내 시간을 좀 더 할애해서 K씨의 업무 정리를 도왔다. 그리고 K씨에게 말을 했다.
"마음 불편하겠지만 이 정도 정리면 충분히 컨펌이 될 거예요. 상사가 바라는 것은 결국 UI라서 이것을 K씨가 했다고 이야기하고 우선 이번 건부터 잘 넘겨봐요 우리."
K씨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한 것에 대해 많이 놀란 모습이었고 우선 우리는 상사의 컨펌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하고 서로 입을 맞추었다. 상사에게 보고가 있던 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K씨는 자신의 이야기로 기획서를 리뷰해나갔다. 다행히 상사가 원하는 모양새로 안전하게 컨펌을 받아 일을 진척시킬 수 있었다. 그 리뷰가 끝나고 K씨가 내게 말을 건넸다.
"팀장님, 사실 어머니가 요즘 많이 편찮으신데 집에 돌볼 사람이 없어서 회사일에 집중을 많이 못했어요. 그러던 중에 갑작스럽게 투입된 프로젝트에 많은 짐이 되었을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누구나 상황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완전하게 알지 않더라도 나는 '눈치'와 '개별화'능력으로 K씨가 현재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대처했다. 마음의 짐을 갖고 있을 K씨에게 전했다. 우리는 팀이라고,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개별화 능력이 자신에게 없다고 판단되면 관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할 수 있다. 그럴 땐 우선 팀원들의 이름을 주욱 나열해보자. 그리고 가장 알아내기 쉬운 생일부터 적어보자. 팀장이라면 팀원들의 명부가 있을 것이고 그 명부 내 생일이 적혀있을 것이다. 정보가 없다면 어떤 경로로든 알아내 생일을 적어둔다. 아니, 관심을 갖는 것과 생일이 무슨 상관이람?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보자는 의미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특별한 날'을 알고 대처하는 것이다. 개인 성향에 따라 그리 특별하게 챙기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생일이어서 기분 나쁜 사람은 없다. 개인의 경험에서 정말 힘들었던 사회생활은 축하받아야 마땅한 생일에 철야를 했던 날이었다. 팀장은 애초에 내게 큰 관심이 없었고 그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도 있고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려 회사를 나서면서부터 콧노래가 절로 나왔었다.
그러나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은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대표님 보고용 보고서를 지시했고 오늘까지 마무리를 하고 가라 명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것이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지시했으나 방대한 양의 문서와 대표님께 보고되는 문서이기에 필요한 비쥬얼라이징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친구들과의 약속은 뒤로하고 대표님 보고서 문서를 밤이 새도록 만들었고 익일 대표님 보고 전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개발팀의 친한 언니가 내게 다가와 묻는다. "달하씨, 어제 생일은 재밌게보냈어?" 이야기를 들은 팀장은 토끼눈이 되어 나를 보더니 "너 어제 생일이었어? 에이 그럼 말하지~" 따위의 말인지 방귀인지를 가벼운 주둥이에서 내뿜는다. 잔인한 놈.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팀원의 생일을 지켜주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한 임무다. 엄청난 축하를 해주지는 못해주더라도 적어도 생일인 팀원의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생일을 알면 과중한 업무를 배정하지 않을 수 있고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혼낼 일도 잠시 미뤄둘 수 있다. 일하는데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생일 하루다. 365일 중 하루 지켜주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앞선 생일을 시작으로 하나씩 늘려 가보자. 업무적으로는 팀원이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말이 많이 막히는지 어떤 리뷰를 할 때 자신감이 넘치는지, 어떤 상황에서 당황하고 힘들어하며 어떤 환경이 주어졌을 때 더 몰입하고 스스로를 불태우며 일하는지 등등. 관심 있게 지켜보다 보면 업무적인 패턴이나 성향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것을 하나하나 기록해두고 주기적으로 체크해본다.
그렇게 기록된 문서에는 팀원의 강점과 약점들이 적혀있고, 어느 순간 약점이 강점으로 승화되거나 강점이 사라지는 등 팀원 한 명에게서도 변화들이 생긴다. 이런 변화를 잘 캐치하여 적절하게 대처하는데 용이하게 쓰일 수 있다.
업무적인 관찰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관찰도 중요하다. 팀원과 어색한 상황이라면 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유도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팀원에게 처음 맞이한 팀장은 본래 어려운 존재다. 회사의 위계상 높은 사람이기에 말 하나 행동 하나 조심스럽게 된다. 그런 팀원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개인의 관심사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이 될 수도 있고 하는 운동이나 취미생활 같은 게 될 수도 있다.
알아내는 방법은 평소 점심시간이나 업무 외적인 시간의 대화들에서 캐치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팀원들의 SNS나 개인 기록을 염탐하는 행위만 아니면 된다. 공식적으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주제들 가운데서 발견해내야 한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팀원의 이야기 하나하나 항상 주의 깊게 듣고 그를 통해 서로의 관심사를 조금이라도 연결시켜놔야 가까워질 수 있다.
여기에서의 가까워짐은 양방향으로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가까이하라는 것이 아니다. 일방향으로 팀원의 마음에 조금 더 접근하라는 의미다. 대신, 티 나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듣기만 해도 어렵지 않은가? 실제로 해보면 더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거리를 두는데 팀원 마음에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것. 그렇게 조금씩 마음에 가까워지다 보면 팀원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순간이 생긴다. 그때, 그 문으로 들어가 양방향으로 가까워져도 늦지 않다. 절대 속도위반하지 마라. 어떤 이유든 속도위반은 위험한 행위다.
간혹 퍼블리, 아웃스탠딩과 같은 직장인 매거진을 보다 보면 훌륭한 팔로워십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회사에서 어떤 팔로워십을 갖고 일해야 하는지, 한 명의 소속된 공동체 일원으로 마인드셋을 너무나 잘 알려준다. 그런 팔로워십을 가진 팀원들과 함께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을 만들어오는 팀원이라면, 일이 아무리 많아도 해낼 것만 같다.
그러나 팀장 리더십이 개떡이면 찰떡이는 따라오지 않는다. 일개 팀장중에 뭔가 필요하면 팀원이 먼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럼 자신은 다 해줄 수 있다고. 웃기고 있다. 말을 안 하는 이유는 첫 번째도 팀장, 두 번째도 세 번째도 팀장 때문이다. 몇몇 아티클에 나오는 얘기로 모든 팀원들이 그렇게 되어주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리더십이 있는 팀장이 돼라. 그리고 그 첫 번째 방법이 계속 강조한 '관심'이다.
나의 경우처럼 개별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면 반드시 강화해나가길 바라고 없다면 최선을 다해 관찰하고 들여다봐야 한다. 팀장인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팀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퍼포먼스가 나지 않는다면 어떤 부분이 성장을 막는 것인지 체크하고 또 체크해야 한다. 지독할 정도로 관심 갖고 지켜보며 그 관심이 진심으로 팀원과 맞닿을 때, 비소로 신뢰라는 게 생겨 팔로워십이 생기는 것이다.
팀장이 개떡같은데 알아서 스스로 뭐든 하는 팀원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주변에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 개떡같은 팀장처럼 보여도 리더십이 발현되고 있거나 실제로 개떡같아서 내가 먹어치우려는 경우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잊지 말자. 팔로워십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관심의 리더십에서부터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