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만 의심스러운 그대

걱정되는 그 마음 너무나 잘 알지

by 달하

회사 생존 리더십 두 번째, '신뢰'

금이야 옥이야 겨우겨우 따낸 주요 프로젝트, 누구를 붙여야 하나 두리번거려본다. 그래, A의 통찰력과 B의 추진력을 합쳐보자. 결단을 내리고 믿음직한 두 팀원에게 다가가 함께해보자 제안을 건넨다. 그랬더니 각각 A는 C와, B는 D와 손발이 잘 맞으니 함께하면 어떻겠냐고 역제안을 한다. 이런, 팀장의 비극이다. 내 선택지에 없던 C와 D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C, D는 팀장인 내 기준에서 매우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하나는 일은 제법 잘하는 거 같지만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리고, 하나는 속도는 빠른데 구멍이 많아서 개발 시작도 전에 연관 질문으로 개발자를 지치게 만드는 기획자다. 어떤 선택도 최선이 아니다. 선택의 기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신뢰구축의 첫걸음

관심을 갖고 팀원들과 가까워지긴 했는데 모든 팀원에게 신뢰가 구축되지는 않는다. 가까워짐과 동시에 뭘 맡겨도 믿음이 생기는 팀원이 생기는가 하면 아무리 가까워져도 좀처럼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이유는 '믿음'이 생기지 않아서이다.


믿음이라... 어렵다. 나도 솔직히 제일 맘처럼 안 되는 부분이다. 믿고 맡겨야 한다지만 막상 맡겨놓고 보면 혹시나 아까운 시간을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기한은 정해져 있는데 저 팀원에게 맡겼을 때 과연 기한 내 끝낼 수 있을지 의심만 가득하다.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급한 마음에 유야무야 써 내려간 앞뒤도 맞지 않는 기획서를 볼 자신이 없다. 그렇게 기한만 맞춰봤자 욕만 바가지로 먹고 데드라인은 넘어가고 결국 모든 게 엉망인 상황이 될 것만 같다.


팀장은 이런 갈등 속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까? 그럴 땐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 바로 앞선 신뢰도가 높은 A, B 중에 누가 더 이 프로젝트에 적합한지를 찾는 것이다. C, D에 대한 믿음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A, B 중에서 프로젝트 성격에 맞는 팀원을 먼저 선정한다. 시간보다 퀄리티가 우선되는 프로젝트도 있고 퀄리티는 나중에, 빨리 시장에 내놓는 게 목표인 프로젝트도 있다. 성격에 맞게 메인 기획자를 선택한 뒤 가장 중요한 것, 그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믿고 맡기는 것이다.


팀장은 가능한 팀원을 믿어야만 한다. 앞선 사례에서 C, D팀원에 대해 믿는 것은 어렵겠지만 A, B팀원에게 만큼은 완전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어설프게 믿는 척하면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치켜뜨려거든 차라리 대놓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게 낫다.


한 예로, 나의 상사는 나를 믿는다지만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의심스럽게 묻거나 불안감 때문에 사사건건 체크하고 신경쓴다. 믿고 맡겨놓고도 의심스러운 것이다. 이런 일을 당하게(?)되면 아니, 날 못믿는건가? 하는 상사에 대한 불만이 생겨버린다. 불만이 계속되면 신뢰도 무너진다.


그러니 팀원을 믿기로 했다면 실패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완전하게 믿고 맡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결과가 걱정되는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사실 믿고 맡기라는 것이지 아예 관여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의견을 전달하거나 프로젝트 중간중간 상황 체크는 당연한 행위다. "난 너를 믿어"라고 해놓고 나중에 "내 너 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로 팀원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믿음을 의심받은 순간, 팀원은 상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그래도 정말 안될 때가 있다.

팀장도 인간인지라 맘처럼 끝끝내 믿음이 가지 않는 팀원이 생긴다. 나도 그렇게 믿음이 생기지 않는 팀원들을 마주하고 일을 할 때 가장 힘듦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정말 하, 안된다. 물론 그렇게 맘같이 믿음이 생기지 않더라도 팀장이라면 일말의 노력은 해봐야 한다. 어떻게든 이 팀원을 내가 믿을 수 있는 수준까지 믿고 맡겨보고 100%의 실패가 예측되더라도 몇 번의 기회는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안될 때가 있다. 정말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고 일을 전달하는 것마다 마음에 들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려는 의지도 없어 보여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그런 경우는 정말 큰맘 먹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잔인하지만 가느다랗게 실낱같은 희망으로 붙잡고 있던 믿음의 끈을 과감히 놓아야만 한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왜 그런지 이야기해보겠다.


나 역시 처음에는 믿음이 좀처럼 가지 않는 팀원들까지 어떻게든 안고 가려고 했었다. 분명 지금 맡은 일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뿐, 잘 찾아보면 그들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할 거라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잘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그렇게 믿음이 가지 않는 골칫덩이 팀원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신뢰도가 강한 다른 팀원들이다.


이 정도까지 믿음이 가지 않는 팀원들은 대체로 스스로 성장하려는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애쓰고 있는데 팀원이 개인의 안위만 추구하고 주어진 일만 겨우 끝내고 공동체 의식이 안생기는 경우, 사실 팀장 입장에서 마음이 안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렇게 이기주의의 만연함이 계속되는 경우 주변 동료에게 피해가 갈 확률이 높다. 그 팀원의 개인적인 사정이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어떤 상황에 놓였든 내가 신뢰하는 다른 팀원들을 힘들게 한다면 고려해봐야 한다. 어떤 것이 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인지.






완전한 솔직함이 필요하다.

내 팀에 속한 팀원을 안타깝게도 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면 정말 마지막 시도를 해야한다. 완전하게 솔직해보는 것. 정말 쉽지 않겠지만 해당 팀원에게 믿음을 갖지 못하겠는 이유와 왜 그런지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 팀원 스스로 지금까지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건넸을 때 주로 둘 중 하나의 반응이다. 깨달음을 얻는 팀원과 불만이 쌓이는 팀원이다.


전자의 경우 내 믿음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희미하게 있다. 지금까지는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못했지만 믿음의 작은 불씨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 팀원은 자신이 해오던 업무가 늘 비슷했기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몰랐을 수 있다. 단지 일 센스가 조금 부족했던 것뿐, 다른 팀원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케어한다면 성장하려는 의지가 있는 팀원이므로 이끌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이 또한 지지해야하는 팀원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했음에도 불만부터 생기는 팀원들이 분명 있다. 이런 팀원들은 주로 앞에서 입을 다물고 고개만 떨구고 있다. 그리고 가장 친한 동료에게 불만을 쏟으며 팀의 분위기를 해친다. 서로 솔직함을 나눌 수 없는 팀원이라면 안타깝지만 다른 동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팀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일어탁수(一魚濁水), 물고기 한 마리가 큰 물을 흐리는 법이다.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그 물고기를 건져내 다른 세상으로 보내주어야 한다.


동료들을 생각하는 것뿐 아니라 팀장의 에너지가 너무 소비되는 경우도 팀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무조건 제외하라는 것이 아니다. 앞선 여러 노력들이 도무지 통하지 않고 팀장 스스로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면 그 팀원과 당신은 맞지 않는 것이다. 팀원의 잘못도 팀장의 잘못도 아니다. 성격차이로 헤어지는 연인들처럼 그저 서로의 결이 맞지 않는 것뿐이다.


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했다고 해서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다. 간혹 이런 결정이 팀장으로서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니다. 팀을 위한 선택이라면 당신은 팀장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선택을 한 것뿐이다. 그러니 자책도 하지 말고 미안하지 않아도 된다. 떠나간 사람도 분명 잘 맞는 팀이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저 그 팀원의 미래를 응원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팀원에 대한 믿음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정말 많이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끝내 믿음이 생기지 않는 경우 과감하게 제외라는 선택도 할 줄 알아야 한다. 팀장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며 팀을 이끌 수 없다. 말 그대로 팀은 여러 명의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공동체다. 개개인의 모든 상황을 관심 있게 봐야 하지만 팀을 해치는 방해 요소까지 감내하며 무리해서 이끌 필요는 없다.


관심을 갖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팀은 함께 움직이는 공동체라는 것. 딱 이만큼만 생각하고 팀장하면 된다. 리더십은 이제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당신은 팔로워십을 갖춘 리더의 길로 들어서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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