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는 다졌으니 필살기가 필요해
관심을 갖고 다가가 팀원들과 신뢰를 쌓았다면 이제 팀장 자신을 성장시킬 단계다. 여기에서의 성장은 자기 계발 따위 같은 추상적인 부분이 아니다. 매우 명확하고 확실하게 학습해야 할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내 '필살기'로 만들어 내야 한다. 필살기가 탑재되면 조금 오버해서 팀원들의 롤모델로까지 거듭날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두 가지 정도의 필살기를 갖춘다면 팀장으로서 충분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첫 번째는 팀에 실제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첫 번째 필살기를 기반으로 업무의 효율을 내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필살기를 갖춘다면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기반이 잡힌다.
팀원들과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던 어느 날, 술이 한두 잔 들어가더니 팀원 하나가 양볼이 귀엽게 불그스름 해지더니 내게 이런 말을 건넸다. 팀장님을 바라보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나도 저런 멋진 여성이 되어야지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고.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나의 어떤 점이 그대에게 멋지게 느껴졌는지 물었더니 멀리서 볼 때는 일이 말도 안 되는 양인 거 같은데 너무도 여유롭게 해내는 모습이 대단하고 멋있게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팀은 일이 정말 풍년이다. 처음에는 다른 팀과 유사하게 6-7명 정도로 구성되었었고 일도 고만고만하게 주어졌었다. 나는 팀장이 되고 일을 스스로 해내기보다 팀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가장 크게 공을 들였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었더니 저절로 팀원들은 열성을 다해 일을 해내갔고 좋은 결과들을 냈다. 그렇게 결과가 좋으니 많은 일들이 우리 팀에 몰리게 됐고 팀원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회사 내 가장 큰 기획 조직으로 성장했다.
사실 일이 많아진 것은 팀원들이 일을 잘해서다. 나는 그저 팀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불편하거나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들여다보았을 뿐이다. 예측하건대 팀원이 내게 멋지다고 말을 했던 이유는 비단 말도 안 되는 양의 일을 단순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 거다. 그 수많은 업무를 대부분 '제대로' 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헴. 어깨에 힘 좀 들어가도 되려나. 나는 스스로 우리 팀의 수많은 일을 대체로 잘 해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데이터가 말해주는데 우리가 맡은 일들이 실제로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IT회사에서는 프로덕트가 주로 'IT서비스'개념인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모수가 확장되거나 매출 성장이 그 팀의 가치를 증명하는 결과들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에서 하는 서비스 대부분의 범위에서 폭발적인 성장들을 이뤄냈고, 지금도 성장을 위한 많은 계획들이 잡혀있다.
팀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죽기 살기로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기획팀장이니 기획력이나 개발, 디자인과 같은 연관 업무의 학습일까? 틀렸다. 우리 팀이 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 깊고 넓게 알아가는 학습이다. 즉, 팀원들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낱낱이 파악하고 습득하는 것이다.
그토록 깊게 알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만 팀원들의 방패가 되어주고 적절한 시기에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들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팀장을 찾는다. -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 팀장은 찾아온 팀원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거나 어려운 문제의 경우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가 타 팀과의 불화라면 그 팀에 맞서 싸우기 위한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원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팀원이 하고 있는 일을 그저 타이틀로만 익히고 있다면, 팀원은 팀장이 다소 멍청하게 느껴진다. 팀장이 멍청하다고 느끼는 순간 믿음이 깨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나도 과거 팀장이 이처럼 '멍청한 상태'로 타 팀의 미팅을 함께 갔던 경험이 있다. 장애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필요했던 건이었는데 타 팀은 자신들의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을 할 수 없다고 했고, 팀장은 그럼 어쩔 수 없죠라며 돌아섰다. '응? 그렇게 간다고?'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던 팀장으로 인해 전사 1급 장애 이슈로 커져서 회사가 한바탕 난리가 났던 기억이 있다.
팀원의 일에 대한 완벽한 이해, 그것이 팀장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갖춰야 할 첫 번째 필살기다.
팀장이 일이 많아질 때 가장 잘 못하는 게 정말이지 곧 쓰러질 것 같이 홀로 엄청 바빠 보이는 것이다. 사실 나도 정말 못하는 것 중 하나인데, 과업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모습을 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팀장이 바빠 보이고 여유가 없으면 팀원들은 점점 다가가기 어려워지고 결국 팀장과 거리가 생겨 신뢰관계가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아무리 잘해서 올라가도 내 미래가 저 팀장이라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팀장은 언제나 여유로운 한량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아 근데 이건 정말 어렵다. 팀장 하나 하려고 하는데 해야 될 것은 왜 이렇게 많고 많이 알아야 되는데 태도까지 바꿔야 된다니. 바쁘고 여유가 없으면 당연히 그 모습 그대로 전달이 될 수도 있지, 무슨 바쁜 모습까지 숨기며 일을 해야 하나.
그렇기에 게을러질 수 있어야 한다. 일이 토할 만큼 많은데 어떻게 게을러지냐고? 똑똑하게 게을러져야 한다. 일명 '똑게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의 효율을 높이는데 힘쓰다 보면 일이 많아져도 알아서 굴러갈 수 있는 프로세스들이 잡힌다. 앞서 이야기한 팀원들의 업무를 완전하게 파악한 뒤 반복적이거나 병목이 되는 구간들을 제거하고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일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그것도 매우 효율적으로 말이다.
팀장은 똑똑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일명 똑부팀장만큼 힘든 팀장이 없다. 열정은 넘치고 그걸 팀원들에게 강요까지 하니 그 팀에 오래 버티고 있는 팀원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기에 업무에 대한 지식을 방대하게 쌓아 똑똑해지는 것까지는 동일하게 하되,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 게을러질 수 있을 만큼 게을러져야 한다. 즉, 여유 있는 모습을 통해 팀원들이 다가오고 팀장을 바라보고 따를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팀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생산성을 높여 게을러지는 것. 그것이 두 번째 필살기다.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팀을 이끈다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팀원이 적어도 한 명 이상 있다는 것이고 계속 이야기했던 것처럼 팀원은 팀장을 바라본다. 즉, 팀원들의 롤모델이 되어보려 스스로 노력해본다면 팀의 만족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롤모델인 팀장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이뤄내는 퍼포먼스는 그 어떤 팀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차이를 낸다. 아직 나는 누군가의 롤모델 수준까지 되지는 못했지만 나의 이런 노력들이 조금 전해진 건지 앞선 팀원같이 나를 '멋지게'봐주는 팀원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팀원들은 현재 나와 함께 최상의 결과들을 만들어내 주는 주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당신 삶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롤모델을 바라볼 때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던가? 만약 팀원들이 나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일 만큼 나를 바라보고 따라준다면 팀워크는 굳이 생산해내려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갖춰지게 되어있다. 팀원의 롤모델이 되려 노력해보자. 롤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믿고 따라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당신은 다른 팀장들이 절대 갖지 못한 것을 스페셜 아이템을 획득하게 된다. 팀원들의 '자발적 헌신'이라는 마음가짐 말이다.
똑똑해지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그리고 효율을 만들어 충분히 게을러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