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산맥 네이버, 쿠팡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재택이 길어지다 보니 글 쓸 여유가 오히려 없어진다. 일어나면 출근이고 퇴근하면 육아 출근이고 육아 퇴근하면 취침시간이다. 죽일 놈의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면 좋겠다. (백신예약 꼭 하세요!)
오늘은 요즘의 이커머스 시장 근황을 좀 끄적여보려고 한다. 이커머스 업계인이지만 전문가는 아니니, 편히 봐주기를 바란다.
기존에 이런 글을 썼었다.
위에 썼던 기존 글처럼 난리였던 이커머스 시장은 여전히 과열이고 지속해서 성장세다. 이렇게 업계 안에 있다 보면 매우 불안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하루도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이 시장을 보면 지루하지가 않다. 직업 선택 하나는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같이 든다. 천직이다.
기존 글을 쓰던 당시는 '몸집 불리기'가 하나의 화두였다. 카카오의 지그재그 인수, 무신사의 29cm와 스타일쉐어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1세대 인터파크와 다나와도 매물로 나와있고 누가 가져가서 몸집을 키울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전히 인수, 매각, 합병과 같은 단어는 이커머스의 핫한 키워드다.
다들 몸집 키우느라 정신없는 이유는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쿠팡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들이 몸집을 키우는 사이, 쿠팡과 네이버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구도를 잡고 당차게 미래를 설계해나가고 있다. 쿠팡은 여전히 물류를 기반으로 한 풀필먼트를 최우선으로 두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쿠팡 이츠 같은 신사업 확장을 성공시키며 자본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대한민국 대표 검색 포털 네이버를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물류 업체들과의 협업체를 통해(일명 네이버 동맹군) 풀필먼트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쿠팡이 잘하던 분야까지 진출을 하려는 계획이다.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공격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이 둘의 전쟁에 3자가 끼기 시작했다. 카카오다. 몸집 키우기로 존재감을 공고히 한 카카오가 키워드로 내놓은 커머스는 '관계형 커머스'다. 개인화는 카카오가 제일 잘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관계형이라는 것도 결국 개인화에 기반해 움직이기에 좋은 발상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버티컬 커머스에서나 보이는 양상인 양질의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콘텐츠 버티컬 최강자 지그재그가 품에 안겼으니 잘 해낼 거라 본다. 내부자가 아니라서 방향이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카카오톡 내 쇼핑을 넣은 모양새를 보면 당연한 결과다. 다만 카카오톡 쇼핑 탭은 너무 아무런 준비 없이 가져다 붙여만 놓은 느낌이 강하다. 연결성도 통일성도 없고, 집중도도 떨어진다. 개선이... 시급하다.
얼마나 잘 먹힐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확실히 이커머스 거대 공룡에 맞서기보다는 카카오만의 스타일로 잘 꾸려낸 방향이라고 본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생일만 되면 거의 기계(?)처럼 전송하는 기프티콘의 성공이나 이게 과연 잘될까 싶었던 톡딜서비스와 같은 관계형 커머스가 개인들에게 일상의 쇼핑이 된 발판을 마련했다고나 할까. 톡딜을 써보니 솔직히 매력은 없는데 가격이 저렴하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백오피스를 들여다보니 그냥 가격 정책이 그렇게 짜여 있었다. 고객에게는 저렴한 가격을, 판매자에게는 반짝 매출을 위한 용도로 쓸만하기에 이용률이 제법 높은 것 같다. 카카오의 관계형 커머스, 기대해본다.
그럼 다시 양대산맥, 쿠팡과 네이버로 돌아가 보자. 네이버가 풀필먼트 선언을 하면서 쿠팡과 네이버를 두고 누가 이길지 많은 전문가들이 관전하고 있다. 둘이 비슷하면서 다른 부분은 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이다. 쿠팡은 소비자 효용성을 중심에 두고 개인화된 메인 페이지, 구매자의 온디맨드 물류에 집중했다. 반면 네이버는 공급자에게 중심을 두고 사업을 확장해왔다. 더 많은 판매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 플랫폼과 네이버 페이와 같은 강력한 주변 시스템을 잘 연결해놓았다.
이 부분은 쿠팡의 판매자센터인 윙과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센터를 보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쿠팡은 확실히 구매자를 위해 프론트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판매자 센터 윙을 쓰다 보면 오류도 많고 데이터 구조도 어색하고 편리성이 네이버에 비하면 매우 떨어진다. 스마트스토어는 판매자에게 필요한 대부분을 잘 갖춰놨지만 구매자들이 보는 프론트에 브랜딩을 하기에는 다소 약했고 정확한 물류 처리를 위한 재고 관리 편리성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쿠팡은 윙을 전면 개편하는 등 판매자에게 편리한 효율을 위해 애쓰고 있고, 스마트스토어도 구매자용 프론트를 더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스킨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9월에 출시한다. 양사가 부족한 부분들을 스스로 알고 개선해나가는 모습에서 일등은 괜히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면 내부자들이 내심 부럽고 회사를 돌아보게 된다. (부글부글)
개인적으로 구매자 입장의 강점이 다소 약하게 느껴졌던 네이버에게 기대가 가장 큰 것은 NFA다. 패션, 식품 등 물류센터 확보를 통해 쿠팡의 빠른 배송 시장을 넘보고 있다.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구매 시 쿠팡만큼 빠른 배송을 받는다는 것. 아마 많은 구매자들이 기다리던 소식이 아닐까. 공산품과 식품 구매는 대부분 빠른 배송 때문에 쿠팡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더 많은 카테고리의 상품들이 갖춰진 네이버에 쿠팡만큼의 속도라면 네이버로 넘어올 이유가 충분하다. NFA 동맹군을 이용하는 상품에 대해 네이버 플러스멤버십이 배송비 혜택까지 갖춘다면, 게임 끝나지 뭐.
앞으로는 어떨까? 이런 상황에서 물류가 최대 강점이었던 쿠팡은 넥스트가 필요하다. 신사업이 아닌 쿠팡의 로켓배송과 로켓와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고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의 이미지를 끌고 갈 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로켓배송은 너도 나도 뛰어드는 풀필먼트 사업을 확장하는 거대한 회사들과 경쟁에서 이겨야 될 것이고, 로켓프레시는 사업을 확대해가는 SSG와 식품 버티컬 최강자 마켓컬리를 확실하게 눌러야 될 것이다. 카테고리 범주가 넓은만큼 경쟁자도 많다. 쿠팡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나갈지 기대해본다.
쿠팡은 최근 글로벌 진출을 계획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미 일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쿠팡을 사람들의 생활 속에 각인하는 데 성공했지만 더 큰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글로벌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크로스보더를 준비한다면 무엇보다 판매자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쿠팡 대부분의 판매자는 국내 커머스에 익숙한 사용자들이다. 환율, 번역, 관세 등 글로벌 진출에 있어 필요한 것을 알아서 잘 챙겨주는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어련히 잘 준비하고 있겠지만 단순 글로벌 진출은 의미가 없다. 얼마나 쉽게 진짜 판매가 가능한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가 플랫폼 사업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를 글로벌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의미가 크다. 최근 내부인으로부터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기 위해 인력을 계속 채용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나 역시 현 회사에서 글로벌 진출과 관련한 업무를 했지만, 결과를 보면 솔직히 처참하다. 글로벌은 단순히 진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크로스보더는 해외 판매가 국내 판매만큼 쉽도록 전략을 짜야하고, 로컬 지역 사용자들에게는 스마트스토어를 써야 되는 이유를 명확히 어필해야 한다.
스마트스토어가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국가별로 경쟁사도 잘 둘러봐야 한다. 글로벌 진출 프로젝트를 했을 당시 분석해봤던 결과 대부분의 국가는 국내와 소비문화가 아예 다르다. 구매자의 소비패턴에 맞는 판매자의 백오피스 출시가 필요하고, 그렇기에 각 국가 소비패턴을 잘 반영한 경쟁사를 까 보는 게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현지화도 잘 준비해야 한다. 타임존이나 현지어 번역, 결제수단, 택배사 등 물류의 점검까지 잘 갖춰야 한다. 물론 네이버니까 당연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투자 대비 엉망인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쿠팡이든 네이버든 국내에도 글로벌 진출의 찐성공사례가 나오길 바란다. 아, 그리고 최근에는 이미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뤄낸 카카오스타일(구, 크로키닷컴)의 글로벌 진출도 지켜보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글로벌 진출은 제대로 성공한 케이스는 아직 없다고 본다. 말맛 멋있지 까 보면 알맹이가 없는 사업이 될 수도 있는 게 글로벌 진출이다. 할 거면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글로벌 진출로도 글을 한 번 써보면 재밌겠군.
이커머스 양대산맥의 근황 썰을 풀어봤다. 나도 기사로 거의 대부분을 접하고 있고, 유료 구독 콘텐츠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입장이라 위의 개인적인 의견들은 가볍게 봐주었으면 한다. 전문가도 아니고 커머스에 종사하는 일개미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