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날을 돌이켜보다가 한 가지 놀라운 규칙성을 발견하였다.
나는 30대에 3년을 주기로 3편의 시를 썼다.
물론 시라고 하기에는 형식과 내용이 모두 하찮은 수준이었으나 그 하찮은 시를 기어코 써내야 할 만큼 요동쳤던 내 감정의 주기가 이토록 깜찍한 발자국을 남겼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이에 반해 마흔을 넘긴 후에는 일 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10편의 에세이를 썼으니, 나이 들면 말만 많아지는 게 아니라 글도 많아지는 건가.
어쩌면 마흔이라는 나이는 운문에서 산문으로 넘어가는 시기인가 싶기도 하다.
증류주라도 얻으려는 듯 바글바글 속을 끓이기만 했던 삼십 대에 비해 이렇게 무어라도 술술 써버렸다는 사실이, 막걸리처럼 텁텁해도 내가 쓴 글이 이렇게 내 눈앞에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남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을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공유와 화합의 시대이니 내 사십 대 초반 잡념의 기록들도 어딘가로 흘러가서 누구에게든 발전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만이라도 해본다.
두 편의 시를 덧붙여가며 구질구질하고 길게 이 글을 시작했건만, 마무리 글에 어울릴만한 시는 단 한 편도 찾지 못했다. 실은 내가 찾으려 하지 않아서, 시도 찾아오지 않았다. 나의 사십 대 초반은 이만하면 수월하게 넘어간 것 같다. 상상 속의 그대, 당신도 그렇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