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 애 선생님은 뭐라고 안 하던데요?"
조퇴라고 얘기했더니 어머님이 한 말이다.
학생은 점심 먹고 오후 수업을 다 빠졌다.
시간의 경계
나도 솔직히 조금은 넘어갈 때가 있다.
병원에 가야 한다고 1교시 정도를 빼는 것은.
지각도 5분 늦었다고 일일이 체크하지는 않듯이.
그러나 이런 나를 향해서도 뭐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1교시나 빠졌으면 조퇴지! 5분의 지각도 칼같이 해야 한다.
실제 이런 출결 관련으로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길게도 한다.
전날에 주는 가정체험학습 신청서를 받을 것인가?
원칙을 따지자면 너무 잔인해지는 경우가 있다.
융통성을 보이면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교사들도 그 애매한 지점에서 고민한다.
5분 늦은 게 지각이 될지는 교사마다 다를 수도 있다.
또한 같은 5분도 학생마다 다르게 적을 수 있다.
그건 시간보다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심의 경계
'지각, 조퇴, 결과: 입력하지 않으나 횟수가 많은 지각, 조퇴, 결과의 경우 사유를 입력할 수 있다.'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쓰지 않으나 반복되는 경우에는 쓴다.
서류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교육에서도 그렇다.
한두 번의 실수라면 넘어가도, 그게 태도라면 고쳐야 한다.
미안하고 부끄러운 줄 알면 바뀔 텐데, 가정 지도가 안 되면 힘들다.
"우리 애가 많이 느려서요. 깨워도 안 일어나네요."
"그래도 계속 지도해야 할 부분이지요.
알람을 하고 스스로 일어나도록 얘기해 주세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아침은 전쟁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저 아이의 탓이라면 누가 깨워야 하나.
이젠 담임 업무에 '모닝콜'도 포함해야 하는가.
"우리 애가 왜 미인정 결석이죠?!"
아내는 겨울방학 이런 민원도 들었다.
가정체험도 내지 않고 그냥 빠졌던 학생이다.
당연히 아내는 가정체험 신청서를 미리 줬었다.
학부모에게서는 응답이 없고 아무 서류도 내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엔 결석계에 학부모 사인이 들어간다.
물론 교사도 잘못할 수 있고, 부모가 확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의 그 어머님은 너무 무례했다.
아이가 5분이 늦어도 미안해하지 않았다.
고작 5분으로 뭐라 하냐고 따지는 사람이었다.
보충지도를 해줘도 욕먹어서 이젠 동의서를 받고 한다.
현장체험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동의서 없인 갈 수 없다.
이제는 학생증으로 등교시간을 찍어야 지각이라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의 경계
실제 회사에서는 출퇴근, 시간외 등 철저하게 지킨다.
어딘가는 점심시간, 담배 피우는 시간도 찍어야 한단다.
고작 5분 늦었다는 소리는 할 수도, 이유를 댈 수도 없다.
그래도 회사의 입장에선 늦어도 당당한 직원은 싫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보다 늦어지는 치킨배달을 참을 수 없듯이.
가정통신: 출결 관련 안내
- 본교의 등교는 9시, 하교는 정규 수업을 마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 이전 또는 이후는 지각, 조퇴가 됩니다.
- 가정체험은 해당일 3일 전(주말 포함)에 제출 부탁드립니다. 2일 이내 급하게 내시는 경우는 미인정 결석이 됩니다.
- 각 담임선생님마다 조금씩 융통성을 보이시기도 합니다. 그건 선생님의 배려인 것으로 고맙게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정확히 하시는 선생님은 원칙을 지키시는구나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초등에서의 출결은 유급이 되지 않는 한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개근을 꼭 해야 하는 무엇의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정해진 시간을 지켜 오려는 태도는 중요합니다. 부모님께서 함께 해주셔야 가능한 부분이오니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금쪽이가 되는 건 아이보다 부모의 문제가 크다.
난 오은영 박사님이 아니라서 그저 주간학습 가정통신에 올린다.
원칙은 지키지 않는 사람을 위해 세우는 것.
당신은, 당신의 아이는 배려의 대상입니까, 원칙의 대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