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가장 사소한 의식

by 동연아빠

삶은 종종 고되다. 간절히 원하는 것들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고,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일은 드물다. 통제할 수 없는 환경과 쏟아지는 의무 속에서, 나의 자아를 지켜내는 일은 버겁기만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오직 나의 의지로, 내 마음대로 통제하며 즐거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밥 먹기, 씻기, 운동하기... 일상을 채우는 행동들은 많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것들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거나,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준비'에 가깝다. 씻는 행위조차 어쩌면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한 사회적 에티켓 아닐까?


정말로 '나 자신'만을 위한 만족감을 주는 행위는 무엇일까?


거창한 목표들 성공, 부, 명예는 내 통제권 밖에 있어 무력감을 준다. 하지만 이불을 개는 일은 다르다. 내가 손을 뻗으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행위는, 내가 내 삶의 환경을 장악하고 있다는 확실한 '주도권'을 확인시켜 준다. 세상이 나를 흔들 때, 나는 내 잠자리를 단정히 함으로써 무너진 마음의 질서를 다시 세운다.


호텔에 방을 배정받고 문을 열었을 때 주는 설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순간의 시간에 마주하게 되는 팽팽하게 정돈된 침구, 그 정갈함이 주는 대접받는 기분 때문일 것이다.

내 방을 매일 호텔처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침대만큼은 그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저녁, 엉망으로 헝클어진 이불 대신 단정하게 정돈된 침대가 나를 맞이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라고 건네는 무언의 위로이자, 어제의 피로가 오늘까지 침범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지쳐 돌아온 저녁, 1평 남짓한 나의 공간이 헝클어진 모습이 아니라 단정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라고 건네는 무언의 위로이자, 어제의 피로가 오늘까지 침범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아침의 작은 행동 하나가 하루의 끝을 책임지는 것이다.


그러니 고민할 필요 없이, 지금 당장 이불을 개는 행동에서부터 시작하자.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이불을 개며 나만의 작은 만족을 채웠다. "오늘도 해냈어, 그리고 해낼 거야." 내 안의 작은 응원이 이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된다.


어렸을 땐 엄마 등에 떠밀려 억지로 하던 숙제였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를 지키는 거룩한 의식이 되었다. 이 마음가짐이 쌓이다 보니, 왠지 나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나는 오늘도 내 잠자리를 정리하며, 소중한 하루를 단단하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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