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날, 딸과 바다를 보러 갔다. 입학하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계속되는 과제 등 바쁜 일정에 아이가 지치고 힘들다고 SOS를 쳤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 아이와 가까운 곳으로 간 짧은 바다 여행.
나는 산보다 바다를 좋아한다. 아이도 나를 닮아서인지 바다를 더 좋아한다.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면 마음이 뻥 뚫린다. 거친 파도가 주는 시원함, 잔잔한 파도가 주는 고요함, 반짝이는 물 위의 보석인 윤슬을 좋아한다. 윤슬은 강이나 바다에서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한다.
아이와 함께 간 바다에서도 윤슬을 보았다. 물 위에서 반짝이는 보석은 아이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주는 듯했다. 윤슬은 아무 때나 생기지 않는다. 윤슬은 햇빛이 풍부해야 하고 잔잔하게 주름 잡힌 수면 위에 빛이 부딪혀 반사될 때만 나타난다. 반짝이는 잔물결은 해가 지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고 금세 사라진다. 윤슬은 혼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혼자 만들어질 수 없다. 봄이 되어 피는 벚꽃, 초록색의 짙은 나무, 활짝 핀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던지는 장미도 혼자서는 피어나지 못한다. 햇빛과 물, 그리고 적당한 온도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만들어진다.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어려워지는 것이 관계이다. 어릴 때는 나의 역할이 ‘딸’ 하나였다. 그러나 점점 더 많아지는 역할에 어깨는 무거워진다.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야 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엄마, 딸, 언니, 아내, 며느리, 강사 등 모든 것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내 선택이지만 가끔은 거친 폭풍을 만나 후회하기도 한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거나 해가 없으면 윤슬은 생기지 않는다. 강한 바람을 만나도 나의 자리에서 중심을 잡고 잔잔한 미소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거친 파도보다는 평온함을 주는 잔잔한 윤슬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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