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오자마자 굉장히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마냥 나는 버선발로 아이들을 반겼고,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빙수와 마라떡볶이를 사 오면서 음식들은 테이블에 내려놓고선, 내게 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아도 ‘힘들구나?’라는 의미를 담아서 안아준 것 같아서 따뜻하였다.
“얘들아 고마워”
나는 살짝 눈물이 날 것 같았을 때 아이들은 얼른 손을 씻고 와서 배달음식을 열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일단 먹고 듣자 배고프다”
한나는 애써 웃으면서 음식을 열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게 쥐어주면서 ‘힘들더라도 뭐라도 먹어야지’라는 눈으로 말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라떡볶이 오랜만이야..”
연지는 괜히 목소리 톤을 높이며 접시에 담아주었다.
“그런데…”
나는 운을 띄었다. 아이들은 내가 말을 하려고 할 때 귀를 쫑긋쫑긋 내 말을 들으려고 했다.
“잠깐! 우리 먹고 이야기하자.”
무엇인가 한나는 내 얼굴을 보자 내 말을 잠시 끊고, 내 접시에 내가 좋아하는 ‘유부’를 놓아줄 뿐.
“우리 어렸을 때 이런 떡볶이 있었으면 점심도 저녁도 떡볶이 먹었을 텐데.”
연지는 중학교ㆍ고등학교 학창 시절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어떻게 해야 선생님들이 모르게 야식을 먹을지 고민했던 여학생 3명이었다.
“그러면 야간자율학습 때 되게 더 스펙터클 했겠지. 그때는 어떻게 매일같이 야식을 먹었는지 대단해”
“그러니까! 그때는 우리가 먹는 게 그다지 자극적인 음식인지 몰랐지. 그냥 맛있으면 행복 그 자체였지!”
나는 박수를 치면서 한나의 말을 격하게 공감을 하며 말을 했다.
3명에서 맛있게 떡볶이를 먹고선, 냉장고에 넣어놓았던 빙수를 꺼내서 빙수를 먹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그래서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연지는 말을 했고, 한나는 나를 응시를 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애매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너네는 결혼.. 하고 싶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질문을 던져놓고선, 괜히 목이 타는 것 같아서 빙수만 푹푹 퍼먹고 있었을 뿐이다.
“결혼이라…”
연지도 한나도 숙연한 분위기와 함께 아이들도 생각에 잠기게 된 것 같았다. 나 또한 같은 신세이지만 말이다.
‘결혼, 그 두 글자가 사람이 이렇게 진지하고, 숙연하게 만드는 단어이던가. 서른 살이 그렇게 나이가 많은 나이였나. 제3의 정서적 사춘기인 건가?’
정말 다양하고도 오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은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 됐어. 박변도 똑같아.”
진지하게 ‘마음에 준비’가 안 됐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지금 현대인들이 ‘결혼도 마음에 준비가 필요하다’가 이유가 되는 시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너는 무슨 남자친구에게도 변호사라고 호칭을 하냐 큭큭”
연지는 한나를 보며 웃었고, 한나는 ‘아 버릇이야!’라고 하며 머쓱해하였다. 연지는 한 번 더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나도 아직은 생각이 없는걸? 딱히 하루하루가 촉박하니 지금 해야겠어. 이런 게 없거든! 결혼은 30살에 하던 40살에 하던 그건 내 마음 아닐까? 상대방도 지금 원하지 않는 결혼 그거 빨리 안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로건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결혼을 전제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었고, 난 무슨 용기인지 몰라도 내가 그걸 받았단 말이지. 혼자 강박이 서서히 몰려와. 너무 성급했던 것 같고…”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친구들이기에 툭-하고 해 버렸다.
“흠 우리가 아는 너랑은 좀 불타오르는 20대 같은 느낌이랄까?”
“맞아! 그런데 로건이 프러포즈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뭘 그렇게까지 너를 네가 몰아붙이고 있어? 그래봤자 2살 차이인데 많이 힘들면 로건에게 이야기해 봐.”
연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해결책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못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이고 걱정하지 마. 서로 같이 한 걸음씩 걸어가 보면서 알아가는 거지.”
한나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미소를 띠면서 말을 해주었다. 그 말이 백 마디의 말보다 힘이 있었다.
“그래, 사회분위기상에 정해놓은 오묘하기도 가끔 눈치도 살짝 보이기도 하지만, 결혼을 하는 건 나인데 눈치를 볼 것 뭐가 있고, 로건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것 같아.”
그제야 큰소리를 뻥뻥 치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빙수 녹겠다. 얼른 먹자”
진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느라 기껏 사온 빙수가 흐물거리기 직전이다. 진지한 이야기도 다 했으니 빙수의 대한 예의도 지켜야 되는 일이다. 녹기 전에 내 입으로 직행시켜 주기. 그것이 빙수에 대한 매너이다.
‘결혼…’
정말 까마득한 미래의 일을 혼자서 곱씹으면서 싸우고, 우울했다가 혼자 로맨스 드라마 감독이 되어서 창작에 날개를 펼쳤다가 ‘Show’를 한다. 그렇게 시리도록 오묘하고 표현조차 하기 힘들었던 감정이 친구들이 오자마자 정리가 아주 말끔하게도 되었다.
“너희가 있어서 다행이야. 혼자 앓다가 아마 내일 판다처럼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와서 출근을 했었을 거야.”
나는 이제 고민도 다 털어놓았겠고, 맛있는 것들도 이렇게 먹고 있고,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이제는 너무 행복하다.
“연지야”
“왜?”
연지는 빙수를 먹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동거하면 좋지? 아닌가.. 불편하려나.”
내가 질문을 하고도 아차! 싶었다. 그동안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안 했었는데 한참 ‘결혼’이라는 주제에 빠져서 무심결에 질문을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돈이 없어서 같이 살기 시작했었어. 처음에는 매일매일 보고 싶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했었는데 우리 둘 다 발레를 하는 사람이고, 둘 다 수입을 뻔-히 알고 있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반씩 부담을 하면 더 편해지고 매일 보고 싶은 것도 맞았고, 되게 자주 볼 때는 자주 보는데, 한 번씩 외국 공연이 잡히면 그것대로 갑자기 롱디 되니까 적응을 해야 되더라고 나 같은 경우에는 말이야. 같이 살다 보면 재밌기도 하고, 재수 없기도 하고 그래 장단점은 확실히 있더라”
한나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구나’를 동시에 말하고 있었다.
“동거하고 싶어?”
짓궂게 말을 하는 연지였다.
“에헤이- 왜 그러실까?”
나는 능청스럽게 받아치는 나이기도 했다.
갑자기 연지가 풉-하고 웃으며 혼자서 깔깔거리며 자지러지도록 웃어대기 시작하였다.
“쟤 왜 저래?”
한나는 나에게 묻자 나도 모르기에 모른다는 제스처인 어깨만 으쓱거릴 뿐이었다.
“너네 그거 기억나?”
“어떤 거?”
“하.. 내가 그때 왜 그랬었지? 초창기에 우리 동거할 때 내가 같이 사니까 너무 패턴이 안 맞는다고 엄청 싸웠던 적이 있었는데 한 번 폭발을 해서 내가 펑펑 울면서 이야기했던 적 있었잖아.”
“설마.. 우리 집에서?”
“그래! 여기에서 내가 그때는 울분이 쌓여서 펑펑 울면서 너네랑 치킨에 폭탄주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내가 그때 정말 취했었어! 그런데 그 상태로 내가 이은혁한테 전화를 해서 마치 전애인처럼 ‘잘 지내?’ 이러고 있고, 너네는 해명하고 있고, 그래서 걔가 여기 와서 나 업고 집에 같었잖아.”
연지와 나는 숨이 넘어가도록 웃으며 ‘그래그래 맞아’를 반복하면서 이야기를 했었다.
“너는 그렇게 마시고도 기억을 한다는 거야?”
한나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연지를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에이.. 그럴 리가. 서아가 동영상 찍어놨었지. 그때 내가 은혁이한테 전화해서 ‘같이 살고 있는 전애인 잘 지내?’ 이렇게 말했었거든. 걔도 어이없던지 그다음 날 미친 듯이 웃으면서 놀리더라.”
상상하지도 못한 대사에 한나는 미친 듯이 웃으며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사는 거지. 미운 정 고운 정… 딱히 특별할 것 없어. 우리 한 2년 같이 살았을 뿐이야. 그리고 오래 사귀기도 했잖아.”
연지는 담백하게 이야기를 했다. 약간 중년부부 같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야. 얼마나 좋아하냐. 사랑하냐. 차이인거지.”
한나도 어쩜 연지랑 비슷하게 말하는지 신기하였다.
한걸음 한걸음.
‘내 친구들처럼 다가가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나도 중간마다 연애도 틈틈이 하였지만 20대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진지한 불장난이었다. 어머니의 부재가 내 28살. 그 뒤로 연애를 안 했다.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로건이 너무 결혼으로 만약에 몰아붙이면 이야기해.”
연지는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오지랖이야”
나는 ‘어휴-’하고선 이야기를 했다.
“뺨 세대 맞기 싫어서 그래. 그런 말 있잖아. 소개팅 잘못시켜 주면 뺨 3대를 맞는다잖아. 그리고 네가 몇 년 만에 연애인데 …”
유머스럽게 이야기를 하지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으로 응시했다.
“네네 예쁘게 연애할게”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등을 토닥거렸다.
“당연하지. 배부르고 너네 있으니까 좋-다 우리 다 예쁜 연애 하자.”
한나는 아이처럼 해맑게 이야기를 정리하고선, 우리가 어렸을 때 학창 시절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꺼내 꺄르륵하며 우리는 대화를 했다.
아이들 덕분에 복잡스러웠던 생각도 사라지고, 웃으며 어린 시절 이야기하며 ‘그땐 그랬지’하며 웃었다.
나는 로건이랑 결혼에 너무 목표를 잡지 말고, 지금처럼 말랑말랑한 기분을 교류하며 한 걸음씩 같이 걸어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