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30개 연애
어쩌다 보니 30살에 연애를 하게 되었다. 한 2~3년을 연애를 쉬었다가 딱 서른 살에 연애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내 친구들은 지금 장기연애로 안정적으로 연애를 하고 있지만, 나는 마치 게임에서 반절까지 아바타를 키워놨는데 게임오버가 되어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남들과 다른 새로운 시작이 조금 더 새롭고, 아홉수였던 작년보다 더 특별하다.
‘결혼’
그가 말한 이야기였다. 내가 나이가 달걀한판이긴 하지만, 결혼이라 그건 뭔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이 하는 것 아니었던가.
갑자기 문-득 생각이 깊어졌었고, 회사에서도 어떻게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옆자리 동료가 내 어깨를 톡톡 치며 나지막이 이야기를 했다.
“커피 드실래요?”
잠시 동료는 나와 탕비실로 가서 빠르게 아이스커피를 타면서 한 잔은 나에게 주면서 이야기를 했다.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나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아뇨 없어요. 왜요? 무슨 일이에요?”
나는 커피 고맙다고 하며 받아 들고선, 왜 내게 묻지 싶어서 그녀를 보며 이야기를 하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흐음.. 그런 얼굴이 아니어서 그래요. 이번 점심시간에 제가 제대로 된 커피 드시죠. 구내식당에서 안 먹고, 회사 옆에 있는 분식집가요! 곧 점심시간이니까”
그녀는 내가 걱정되었던 걸까 ‘힘내’라는 식에 위로와 다시 자리에 앉게 되었다. 프로그램 일지를 모아서 팀장님께 메일로 보내드렸다.
“팀장님 메일로 일지 보내드렸어요.”
“네 잘 받았어요. 이번에 고생 많았어요. 다들 서아씨에게 박수!”
우리 팀원들이 박수르 열심히 쳐주었다. 대부분 ‘로건’이 누군가 하고 검색을 하고 프로그램을 도와줬으니 약간에 인플루언서가 대뜸 와서 봉사하겠다 한 뒤로 내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것 같았는데, 솔직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감사합니다.”
나는 머쓱하게 인사를 하고선, 다시 할 일인 ‘장애인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인식개선이나 인식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요즘에 많기에 현재 사회복지사에게는 조금 더 치열하다. 그렇게 많은 포털사이트에 있는 영상을 보고, 듣고, 논란에 여지가 있는지 시사ㆍ경제 뉴스를 좀 더 살펴볼 수밖에 없다.
12시 30분 점심시간이다.
다른 팀원들은 우르르- 구내식당으로 가지만, 옆자리에 있는 동료랑 같이 가방을 챙겨서 회사 근처에 있는 분식집으로 갔었다.
“저희 뭐 먹을까요?”
동료는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보며 뭐를 먹을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저는 참치김밥 먹을게요. 그러면 저는 라볶이”
동료는 분식집 사장님께 우리가 먹을 음식을 말하였고, 꽤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장님은 웃으시며 ‘아가씨들 또 왔네 맛있게 해 드릴게.’라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저기.. 제가 힘들어 보여요? 일에 지장이 간다던가‥”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옆자리잖아요 오늘은 평소보다 묘하게 힘들기보다는 무슨 일이 있어 보여서요.”
그녀는 내가 어떠한 걱정을 하는지 미리 알고 있다는 듯이 내 말을 끊고 이야기를 해줬다. 이때 약간 ‘한나’의 느낌이 확- 들었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우리는 맛있게 먹고, 돈을 내려고 하자 동료분이 재빠르게 계산을 하였고, 더치페이를 하려고 돈을 보내려고 하였더니, 그녀는 나를 보며 웃었다.
“저 커피 사주세요!”
“그래요 밥값은 해야죠!”
우리 회사 안에는 카페가 있지만, 오늘은 거기로 가려는 동료를 잡고 개인카페를 들려서 마카롱과 커피를 샀다.
“회사 안이 더 싸고 저는 좋던데 굳이..”
소곤소곤 거리며 그녀는 나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나는 방긋 웃었다.
“오래된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생판 이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나 하나 살기 바쁜데 옆에 있는 사람 봐주는 것 쉽지 않아요. 내가 오래 산건 아니지만, 딱 세 종류로 남더라고요. 프로오지라퍼 또는 꼰대. 그런데 정아 씨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아 뭐예요 괜히 저 감동 주시는 거죠?”
그녀는 내 말에 수줍어하며 커피를 마셨다.
“그럴 리가요. 빈말을 할 이유가 없는데요. 테이크아웃잔으로 시켜서 다행이네요 이렇게 걸어가면서 먹으면서 말이에요. 오늘 날씨 끝내주세요”
“그러게요~”
“엄마 저기는 뭐 하는 곳이야?”
한 4살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우리 회사를 보며 이야기했다.
“사회복지공단이라고 쓰여있어. 여기는 착한 사람들만 있는 곳이야.”
“아니에요. 저희도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사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고, 평소 같으면 자체 노이즈캔슬링하고 지나갔다. 오늘은 왠지 굉장히 듣기 거북했다.
“맞아요. 저희도 월급 받고 일하는 일이라서요!”
그렇다. 나는 사회복지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 중에 나를 ‘선하다’라는 것에 갇히는 것이 싫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양보’하고, ‘희생’하는 당연히 그런 사람이라는 것에 갇혀있기 싫었기에.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를 째려보았지만, 우리는 회사로 쏙 들어가 버렸다.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빵 터져서 까르르 웃었다.
“완전 서아씨 사이다였어요.”
“그런가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자리에 커피를 놓고선, 가방에 있는 칫솔과 치약을 챙기고, 양치 컵까지 챙겨 양치를 나란히 하고 나서, 화장을 고치고 사무실에 놓아도 우리가 빨리 밥을 먹은 것일까.
“음 정아 씨는 결혼하고 싶을 때 있어요?”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결혼하고 싶으세요?”
“저도 아직 없어요. 그런데 서른 되니까 괜히 싱숭생숭한 그런 느낌 있잖아요.”
내가 말하고도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럴 수도 있죠. 그리고 결혼이라는 게 솔직히 사랑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현실적인 조건도 어느 정도 만들어져야 되는 거니까요. 서아씨는 저 애인 있는 거 알고 있죠?”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 이야기로 불같이 싸워요. 너는 일을 안 하고 가사노동을 했으면 한다. 돈은 내가 벌어올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하는데 제 인권을 무시하는 언행 아니에요? 경력단절은 자기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거의 이런 걸로 싸우기는 하는데 그래도 사랑하니까 결혼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아요”
“대부분 그렇죠. 사랑하니까. 참 어렵네요.”
빙그레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고, 사람들이 한 명씩 모여 사무실이 꽉 찼다. 그 사무실 속에서 나는 또 묵묵히 일을 했다.
생각이 많으니, 좀 더 일에 몰두를 하려고 하니, 시간개념이 흐려지는 하루이다. 집중을 평소보다 몇 배로 하니까 팀장님에게 보고를 드리고 업무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서아씨 오늘 약속 있어요?”
“네?”
나는 ‘약속 있냐?’라는 말에 되물었다.
“오늘 업무속도가 되게 빠르길래.. 그래도 인식개선은 좀 더 손 봐주세요,”
팀장님 말을 듣자 또 ‘워커홀릭 모드’ 스위치가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탕비실에서 아이스티를 타서 나만의 방법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한 군데에 꽂히면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버릇이 있기에 마시면서 천천히 느긋하게 업무를 보려고 노력을 했다.
기지개를 켜면서 시계를 보니, 벌써 5시 50분이다. 퇴근 10분 전이다.
분명히 며칠 전까지는 되게 기다려졌던 것 같은데 오늘은 왜 이리 눈치 없이 빨리도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 내가 지금 꽤 부담감을 갖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로건과 관계가 좋지만, 혹시 ‘로건이 금사빠인가’라고 생각이 들어서 공연 끝나고, 로건 사촌누나에게 슬쩍 물어봤지만, 되게 쾌활하게 웃으면서 ‘그럴 거면 소개팅을 안 시켜주고, 그냥 네가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하다 돌아가라’라는 생각이었다고 하여 안심은 된다.
형용할 수 없는 불안이 좀 많이 쌓여 있나 보다.
‘연애, 결혼, 현실’이라는 것들.
‘거참 어렵네. 애들 보고 싶다. 오늘 혼자 있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을 하며 한 6시 5분쯤에 일어나 퇴근을 하였다. 운전대를 잡기 전에 ‘연지’에게 먼저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
밝은 연지 목소리가 들렸다.
“응 여보세요.”
“바빠?”
혹시나 수업이 있을까 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아니 나 오늘 수업 끝났어. 왜 이렇게 목소리가 안 좋아? 무슨 일 있어? 오늘 힘든 이용인이라도 있었어?”
“아니 없었어. 그런데 너랑 한나가 오늘 우리 집에서 같이 밥 먹었으면 좋겠어.”
나는 힘없이 말을 했다.
“그래그래 뭐 먹고 싶어?”
“매운 음식, 달달한 음식 다!”
“스트레스받나 보네 아직 그날 되려면 멀었지 않아?”
“한참 멀었지.”
“옷 챙겨서 너네 집으로 갈게. 한나한테 내가 톡 남겨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넌 집으로 들어가 있어.”
“너무 고마워.”
나는 전화를 끊고 바로 집으로 퇴근하여 편한 옷을 입고, 친구들 파자마도 미리 꺼내놓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들을 보면 울컥할 것 같다.
'나 왜 이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