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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슬 Jun 18. 2024

혹시.. 뭐 돼?

무지와 무식이 결합이 된 말을 들었을 때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친구와 20대가 되어서도 자주 만나는 사이로 쭈욱 이어졌다.


 그날에 기억은 친구가 대학교가 다르지만 우리 학교 기숙사와 친구집이 가깝기도 하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비슷해서 카페에서 '위잉'거리는 얼음 가는 기계소리를 뚫으며 커피 한잔과 체리콕 한 잔과 간단한 디저트를 시켜서 먹으며 학과가 같기 때문에 자주 나오는 학자를 이야기하며 '이 사람은 언. 제. 가. 지 나오는가?'에 대해서 토론을 하다가 갑자기 영화이야기가 나와서 마침 보고 싶은 영화도 같았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어디를 친구와도 가보지 않았던 아이였기에 걱정이 많은 엄마께 허락을 맡아야 되는 최상의 미션이 있었기에 전화를 해보려는 나의 행동에 내 친구는 굉장히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며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나도 나도 예매하러 가자"


예매를 하려고 데스크에 가서 원하는 영화를 말하고,  좌석을 보려는 찰나 굉장히 좋던 기분에 직원은 찬물을 확 끼얹었다.

"장애인이 어떻게 영화를 보러 오는 거지?"


나는 귀를 의심했고, 친구는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귀를 의심해서 말했다.


"네?"

그리고선 장애인복지카드와 카드를 내밀었다.


"장애인이 영화를 보러 온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좋은 기분으로 왔던 우리였기에 좋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 말을 직원이 한순간부터  친구부터  뒤에 줄을 서있는 분들도 내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다.


나는 화가 부글부글 나서 뒤에 계신 분들께 먼저 순서를 양보하고 사람들이 없을 때 다시 이야기를 했다.


"사진을 보세요"(복지카드는 민증과 비슷하게 생겼다.)

"아니 사진이 문제가 아니라 말이 안 된다고 이야기드렸잖아요"


"장애인이면 영화 보러 오면 안 되나요? 왜 그렇게 판단하세요? 여기는 장애인인식교육 안 해요? 기본권을 이렇게 무시해도 된다고 교육받으셨나요?'

라고 내 입에서 뾰족한 악센트에 말이 나왔다. 이것이 내 마지막 매너였고, 다시 진정하였다.


'혹시 너 뭐 돼?'라는 표정과 말투로 차근차근 차분하게 묻자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하려는 답정너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매니저님 불러주세요. 지금 계속 비하발언하시고, 예매조차 못하고 있으니 불러주세요"

목소리 톤을 더욱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도 통하지 않으니 화도 나고, 답답했다. 서비스직 문화에서 '-나와' 또는'-불러'인 것 진상 of진상인 것은  알지만, 한 편으론 이러다가 상영되는 내내 같은 말을 하고, 내 옆에 친구도 같은 전공이기에 배운 법률로 나를 도왔지만, 우리를 위아래로 흘겨볼 뿐 소용이 없었다.


매니저님이 꽤나 가까이 있어서 대신 '죄송합니다'하시고 사과를 하라고 직원을 보며 이야기를 해서 사과를 받아냈다. 유쾌하지 않지만 친구와 처음으로 둘이 영화 보는 게 처음이라 마음을 추스르고 팝콘과 콜라를 사서 상영시간 전에 미리 들어가서 기념으로 셀카를 찍고 재밌게 영화를 보았다.


처음 보는 영화가 아니고 혹시 내가 처음 영화관에 혼자 가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혹시 너 뭐 돼'라는 태도로 따졌을 것이다. 본인의 무지와 무식을 반성하며 진정한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포스터를 챙기고 친구와 기숙사에 들어와서 서로 클렌징을 하고 샤워가 끝나고 서로 침대에서 영화내용을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재밌었다고 수다를 떨다가 친구가 나를 토닥이고, 안아줬다.


"수고했어 그런 사람들이 무식한 거지. 다슬아, 넌 잘한 거야."


이 말 한마디에 있었던  불편함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친구가 말투는 투박했지만 그 위로가 너무 따뜻했다.    


"고마워 나랑 영화 이 보러 가줘서"


"친구끼리 가주는 게 어딨어?"


영화이야기를 하면서 다음에 무슨 영화를 볼지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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