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심리 상담 일지 (16)
그래, 사실은 내가 정말 싫어.
난 솔직하지도 않아.
난 행복하지도 않아.
건강하지도 않아.
너를 시기하고 실투하지.
아는 것도 없어.
머릿속도 늘 흐릿해.
마음은 지옥이고, 매일같이 이런 나를 저주하지.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됐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예상한 대로 나는 지옥불에나 떨어질지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살고 싶지도 않은
빈껍데기 같은 인생
그리고 가장 괴로운 건,
이 껍데기를 버릴 용기 따위 없다는 거야.
그리고 더 괴로운 건,
내가 이 껍데기를 이미 몇 번이나 버렸다는 거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런데도 껍데기는 다시 자라나.
나는 다시 번데기가 되어버려.
사람들은 코를 쥐거나 인상을 찌푸리겠지.
그래, 안 봐도 알아. 이 안에서는 다 알아.
끝이 없는 자기 증명,
반복되는 자학과 재기.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비극적인 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생(生)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래.
적어도 나는 지옥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을 거야.
염라대왕이 와도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어.
- 살아있음에 기뻐했는가?
누구보다요.
- 불의에 분노했는가?
매 순간 가슴에 사무쳤습니다.
- 슬픈 자들의 손을 잡아주었는가?
그들에게 제 가슴과 손과 머리를 내어주었습니다.
- 배움과 깨달음을 즐거워하였는가?
그 즐거움을 빼놓으면 시체였지요.
그런데도, 그런 나라도, 그런 진심이라도, 그런 충절이라도,
절망하고 절망하고 또 절망해도 절망할 것이 남았다면,
이건 염라대왕 자네의 잘못이 아닌지,
옥황상제 자네의 실책이 아닌지,
나는 그제야 살아서는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진심을
고래고래 소리 지를 수 있게 되겠지.
아아, 그럼 좋겠다.
이곳은 말이 죄악이 되고,
진실이 반발이 되고,
희생이 도리가 되니,
옥황상제가 와도
내가 열녀이자 충신이었음을 확언할 테니,
그제야 나는 삼라만상이 무릉도원인 곳에서
쉬고 쉬고 또 쉬고 쉬다가
끝내 사(死)의 축복 속에서 눈을 감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