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아직 친구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여기, 그러니까 인간 말종들이 모여 사는 정착촌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어.
우리는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걸까?
‘모나드 시티’ 황금색 네온사인은 여기서도 잘 보인단다.
누군가는 그것을 희망의 상징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절망의 증거라고 부르더라.
우리는 한때 다 ‘같은’ 인간이었지.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걸었지.
그런데 네가 수술을 받고 난 후,
모든 게 완전히 달라졌지.
네가 갑자기 전교 1등을 하고,
양자역학을 선생님보다 더 잘 설명했던 게 아직도 생생해.
솔직히 말하면,
그때 널 많이 부러워했어.
같은 수업을 듣고도 나는 겨우 따라갔거든.
너에겐 그 어려운 문제들이 식은 죽 먹기였지.
같은 인간이라고 하기엔 우린 너무 차이가 났어.
그 엄청난 차이 때문일까?
결국, 정부는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눴어.
정책적으로 너희를 위한 행정 기관이 따로 만들어졌고,
법도 점점 달라지고 있어.
이제 우리는 같은 사회 구성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로 취급돼.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며 환호했어.
너희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
너희를 위한 도시 인프라,
너희를 위한 금융 시스템.
우리는?
우리는 세상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어.
얼마 전엔, 철거반이 쳐들어와서 그나마 살만했던 곳까지 폐허로 만들었단다.
처음에는 에둘러 상생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노골적으로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더구나.
언론은 뉴스를 두 가지로 만들어.
너희를 위한 뉴스,
우리를 속이는 뉴스.
너희가 소비하는 정보와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는 더 이상 같지 않아.
같은 사건도 다르게 보도하지.
우린 전혀 다른 해석을 믿고,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지게 되었어.
우리가 만난다 해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거야.
아마, 심하게 싸울 거야.
우리를 쫓아낸 후, 너희는 어떠니?
마치 천국 같다고 누군가 그러더라.
반대로 우린 깊은 바다로 침몰하는 기분이야.
기술 발전의 혜택은 너희에게만 돌아가고,
우리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이끼가 잔뜩 끼고......
나는 가끔 자문해.
이 모든 변화는 정말 필연적이었을까?
정말 너희와 우리가 함께 살아갈 방법은 없었던 걸까?
아니면, 우리는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걸까?
너는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아직 살아있긴 해.
이게 살아있다는 것에 최솟값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