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배는 모나드 시티에서 불만이 점점 커져가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꿈꿨던 나노 송과선 사회가 약속했던 번영과 안정은 사라지고,
오히려 끝없는 경쟁과 불안만 커지고 있다는 보고가 매일같이 쌓여갔다.
그러나 박금배는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오래된 정치 기술을 꺼내기로 했다.
가장 쉽고, 또 가장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바로 그 전략을.
“이대로 가다간 모나드 시티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지쳤습니다.
나노 송과선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고요.”
박금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사람들의 불안을 돌릴 만한 외부의 적을 만들어 보여줍시다.
자신들이 지금 누리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거죠.”
모두의 시선이 박금배를 향했다.
그는 별것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일반인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그 바이러스의 정체를 분석해 보니 인균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인균은 나노 송과선을 탑재한 사람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간단하잖아요?”
방 안이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찼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 소문이 퍼지면 혼란이 커질 텐데요.
과연 시민들이 믿을까요?”
대통령은 미소를 지었다.
차갑고 계산된 미소였다.
“공포는 생각보다 강력한 힘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기꺼이 믿으려 하죠.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일반인들에 대한 반감을 키울 거고,
그렇게 되면 결국 시민들은 다시 우리 정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며칠 후,
모나드 시티의 모든 매체가 일제히 일반인 구역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인균 때문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예상대로 도시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모나드 시티 주민들은 나노 송과선에 매달려 인균을 검색하는 데 빠져들었다.
주민들은 정부에 일반인 구역과의 차단을 더욱 철저히 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파병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