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드 시티는 일반인 정착촌에 있는 수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행정, 식량, 에너지 등 다른 건 모두 독립적으로 마련할 수 있지만,
물만은 어쩔 수 없었다.
맑은 물이 가득한 호수는 서쪽 정착촌과 동쪽 모나드 시티 모두에게 공평했다.
위치는 일반인 정착촌에 좀 더 가까웠다.
이 호수는 일반인과 AI 사피엔스가 함께 살고 있다는 마지막 상징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모나드 시티에 또다시 흉흉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동쪽 수로에 독을 뿌렸대.”
유튜브 채널 나노 송과선 TV가 시작한 이 말이
도시 전체로 퍼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AI 사피엔스들은 독살당할 수 있다는 공포와
일반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집단적인 판단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일반인들은 합리적인 근거를 대며 이 소문을 철저하게 부정했지만,
공포와 불신의 벽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높았다.
AI 사피엔스들은 일반인들이 제시한 근거가 너무 명확하단 이유로 믿지 않았다.
그들에게 아귀가 딱딱 맞는 건 조작의 증거였다.
모나드 시티 주민들은 호수에 군대를 급파하라고 아우성쳤다.
박금배는 기다렸다는 듯 군대를 보냈다.
군인들은 호수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그리고 일반인 정착촌의 상수원인 서쪽 물길을 무장 병력으로 통제했다.
AI 사피엔스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서쪽 물길을 모나드 시티로 돌리기 위해서다.
일반인 정착촌은 당장 먹을 물조차 부족해졌다.
일반인들도 집단 패닉 상태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공생의 호수를 사이에 둔 양측의 긴장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가 100일 가까이 이어졌다.
공포와 분노는 그 어떤 신보다 유능하게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켰다.
독살 소문의 진위를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진실은 진작 이 나라를 떠났다.
상대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은,
사람들이 자신의 나라를 더 이상 우리나라라고 부르지 못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