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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들불 Mar 01. 2020

신은 왜 죽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신은 죽었다

니체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런데 정작 신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기억이 없다. 마치 너무나 익숙한 노래여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사는 주로 익숙한 부분만 기억하고 있는 것과 같다. “썸 웨얼~ 오버 더 레인 보우...? 따~다~단...? 응??” 


정말 궁금하다. 어떻게 죽은 걸까? 병들어 죽은 건가? 수명을 다한 건가? 그게 말이 돼? 완전체인데? 죽을 수 있는 존재이긴 한가? 그래서 누가 죽였다는 건데?


확실한 것은, 니체는 신을 죽인 살인범(혹은 살신神범)을 목격했다. 그래서 신은 죽었다고 외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 - 너희들과 내가! 우리 모두가 신을 죽인 살인자다!
<니체, 즐거운 지식 125>



신은 살해당했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의 창시자인 예수가 최초이자 유일한, 마지막 그리스도교 신자라고 생각했다. 예수는 어떤 글도 남기지 않았다. 일생 동안 오로지 이상과 신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 안에서) 실천했을 뿐이다. 예수 이후 그리스도교는 그의 제자들을 비롯해 인간 무리들의 관점과 해석이 반영된 것뿐이라고 보았다. 창시자인 예수가 실현하고자 했던 것은 그들과 달랐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예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신의 죽음은 결국 인간들이 예수의 그리스도교성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발생했다. 특히 신의 이름을 앞세운 사제 집단이 그 중심에 있었다. 필멸하는 존재인 '인간'의 한계는 사제 집단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이 가진 권력 추구 성향을 간직한 사제 집단은 구세주의 유형을 왜곡하고 그 안에 자신들만의 가치를 설정해 버렸다. 스스로 권력의 주체이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 신을 죽인 것은 인간들이다. 그중에서도 주범은 바로 사제 집단과 교회였던 것이다.



신의 죽음은 진행형이다


우리 사제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처럼 청빈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성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도자>


교회와 사제들이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수도자들은 모두 종교재판에서 이단으로 몰려 처형(1323년)당했다.** 다른 것도 아닌, 바로 이 주장 때문에 말이다! 당시 모든 교회가 막대한 세속의 부와 권력을 가지는 게 당연시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 시대의 상식이었다. 창시자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은 이미 잊힌 지 오래였던 것이다.


21세기 현재의 우리는 부와 권력을 탐욕스럽게 움켜쥐고 있었던 그 옛날 사제들과 교회를 자유롭게 비난할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사제와 교회는, 먼 훗날 후세 사람들에게 어떤 집단으로 비칠까? 과연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특정 집단 혹은 소수의 집단들을 보고 전체를 규정하는 것 자체는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 한 줌의 집단이 끼치는 영향은 단지 한 줌에 그치지 않는다. 한 줌 아닌 한 줌의 집단들을 보면서 1323년의 사제 집단과 교회들이 겹쳐 보이는 건 왜 일까. 


사제들은... 신에 대한 복종을 권고하면서 사실은 자신들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다.
<니체, 안티크리스트>





[참고문헌]

* 백승영,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책세상, 2016 (269쪽 본문 인용)

**버틀란드 러셀, 러셀 서양철학사, 서상복 역, 을유문화사, 2018 양장판 - (589페이지 본문 인용)


[본문 인용]

니체, 안티크리스트, 박찬국 역, 아카넷, 2013

니체, 즐거운 학문, 안성찬, 홍사현 역, 책세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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