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수인계는 어려워

왜 인수인계를 하는 거야? 문제 해결 안 되면 질문할 거면서

by 데이터 온

나에게도 이런 날이 왔다

바로 SM 매니저 직무를 내려놓고 SI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날이다.

SM, SI에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SM은 System Management로 시스템 운영 관리 직무를 의미한다.

SI는 System Integration 시스템 구축 직무를 말한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다.

회사 출퇴근 장소를 바뀌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SM 매니저는 고객사들의 이슈들을 관리하고 진행했다면

이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진행해야 한다.

긴장감과 함께 무엇을 해야 할지 보여할 일이 많이 있다.


직무를 바꾸면 지금 역할과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후임자가 있다.

이 역할을 위해 무려 두 명의 후임자가 배정되었다.

아니 그럼 나는 도대체 혼자서 어떤 일을 감당해 온 걸까?

회사의 사정을 알고 있어서 따로 불만이 없지만 내가 해온 일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때까지 버티고 잘해온 나 수고했어.

열심히 선방했으니 분명 나에게 고생한 것이 돌아올 거야라는 스스로의 다짐과 함께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였다.


그것은 바로 인수인계

다들 어떻게 인수인계를 하는 걸까?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수인계를 물어보면 인수인계 목록을 정리하고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해서 문서화해서 넘겨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넘겨줘야 할지 고민이 태산이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실력이라는 확신도 없고 상대방이 어떤 스타일의 학습자인지도 알 수 없다.

그저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무엇을 근거로 안내를 하는 걸까?


단순히 일만 알려주고 끝내면 될까? 아니면 부가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에 고민이 생긴다.

우선 배우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이때까지 야근하면서 배운 내용을 쉽게 남에게 알려주는 게

솔직히 속이 쓰리다. 내가 고생한 것을 남이 클릭 혹은 버튼 하나로 확인한다는 게

정말 이게 쉽지 실제로 해보면 갈등의 상황이 계속 일어난다.


남들은 이걸 어떻게 할까? 대단하다.

이렇게 힘든 이유가 정말 일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 욕심일까?


나는 인수인계 잘못하면 나중에 연락 오는 게 귀찮아서 제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인데

정말 뭐지 하면서 마음의 갈등이 많다. 그래서 인수인계가 힘들다.

그렇게 고생했던 시절이 지나 시원 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이 고생해서 노력해서 이 역할을 익히고

학습했으면 하는 마음의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이겨내고 후임자를 맞이했다. 나보다 나이도 있고 업계에서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하고 내가 맡고 있는 고객사를 안내하고 나눴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작스러운 휴가 이슈로 2주간 공백이 생겼다.

또 한분은 자녀로 인해 조금 늦게 회사에 입사한다.

정말 내 뜻대로 되는 게 없군 잘해주고 싶었는데 벌써 뭔가 이상하다.


그래도 잠깐 뵙는 그 사이에 인수인계 자료 및 이슈 그리고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 다 안내를 해드렸다.

그런데 다들 회사로 출근하니 고객사 이슈에 대해 다들 나를 찾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인수인계 했는데 왜 갑자기 나를 찾는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운영팀 방으로 갔다. 운영팀 방으로 간 이유는 힘들 때 도와주신 선임이 있어 그분을 생각해서 갔다.

나름 정리해서 공유하고 열심히 전달하였다.

전달이 끝난 뒤 뭔가 이번에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생기는데...



며칠 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맞지

지난번에 설명했던 부분을 다시 처음부터 묻는다.

이럴 거면 왜 인수인계 하는 시간을 달라고 했을까?

이슈 생길 때마다 옆에서 몇 번 같이 해주면 되는데 인수인계 했던 내 시간이 조금은 아까워질 순간이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지만 속은 짜증이 난다. 두 번 일하게 되어 짜증이 난다.


아 이래서 같은 회사에 있을 때에는 인수인계가 조금 짜증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는 다른 일 하느라 속도를 내야 하는 데 이전 근무자가 뭔가 고민하고 일을 하려는 게 아닌

현재 상황에서 프로세스부터 일의 해결까지 다 나에게 확인받고 진행한다.

실패하기 싫어하는 건 누구에게 있는 마음이지만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나를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다.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부딪히고 터지면서 일 업무를 배워와 나중에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실력이 늘어날 텐데 현재 문제에만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려는 게 조금 그렇다.


그리고 문제가 생긴 이유가 이슈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 및 방법에 대해 설명 안 해주신 부분이라고 따지고

나보고 제대로 일하라는 식으로 라는 말을 듣게 되니 힘이 더 빠진다.


아무것도 없던 나의 시절에 누군가 옆에서 다 알려주면서 했으면 내가 덜 억울할 텐데

그러지 않아서 뭔가 배부른 소리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

'인수인계를 잘해주려는 마음이 싹 사라지네 '

이제 가지 않고 도와주지 않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잘해주려고 해서 그런가? 아니면 상대방이 운영하려면 이 정도 기본 능력이 있어야 한다

라는 기준이 있어서 그런가... 모르면 조금 배우고 공부하지 라는 생각만 든다.


다음에 인수인계라는 것을 하게 되면 잘해 주려기 보다는 필요한 것만 전달하고 끝내야겠다.

그리고 데드라인을 정해서 이 기간 이후로는 도움이 없다는 것을 공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를 향해 다시 나가야지

언제까지 운영 일만 할 수 없으니까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6화SM 매니저의 인간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