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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린이의 삶 Sep 12. 2022

어느 40대 주부의 추석 연휴 첫날

감기가 코로나이기를 바랐다.

아침 8시가 되어서야 눈을 뜨게 된 추석 연휴 첫날!!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세탁기를 돌리고 시댁에 갈 준비를 하려 했건만 늦장을 부렸다. 어제 과음을 하고 온 남의 편은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있다.

'하아~'

왠지 모르게 나오는 나의 한숨은 내게 시작된 추석 연휴의 시작을 알린다.

9시가 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킨다. 어제 끓여놓은 국에 찬통에 담겨있는 반찬들로  아침식사를 하고 천천히 시댁에 갈 준비를 한다. 남의 편은 아침식사를 하고 또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다. 보라색 캐리어를 꺼내어 두 아이와 나의 편에게 짐을 챙기라 말하고 부직포 쇼핑백에 내 짐을 따로 담기 시작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책을 좀 읽어볼까 하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 두 권을 챙긴다. 그리고 책의 문장들을 담기 위해 노트와 펜을 챙기고 노트북을 한참 바라본다.

'노트북을 챙겨야 하나? 에잇 관두자 작년에도 노트북 가져갔다가 펼쳐보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나만의 짐을 챙기고 멍하니 앉았다. 감기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눈 뜨자마자 움직였던 시작이 버겁게 느껴지고 있다. 차라리 이 감기가 코로나이길 바랐다. 감기로 인해 힘든데 이 상태로 시댁 가면 더 힘들듯 싶기에 그렇다고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렇게 바랐었는데 애석하게도 키트 검사기엔 빨간 줄 하나만 확인이 된다

이번 추석에는 둘째 형님네는 오시지 않는다. 아주버님과 형님께서 코로나 확진으로 이번 명절도 함께 하지 못하신다. 


'아~ 부럽다'


2020년 추석. 코로나로 인해 그나마 시댁에 가까운 우리 가족만 명절을 시부모님과 함께 하였다. 한참 심장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그 아픔이 심장질환 인지도 모른 채 난 전을 부쳤고 나물을 무쳤다. 2021년 추석에는 큰 형님 가족이 함께 하게 되어서 그나마 편했지만 너무 활발하고 자기중심적인 남의 편 조카 때문에 편히 쉴 수가 없없다는 거,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거...... 그리고 둘째 형님네는 남의 편 조카 양악수술을  위해 몸 관리를 해야 한다고 오시지 않았다. 


'아마도 형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을 듯'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시댁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때 남의 편 벨소리가 울린다. 처음에는 어머님 전화인 줄 알았는데 큰 아주버님 전화다. 부침가루랑 친척집 방문할 때 필요한 선물세트를 사 오라는 명령을 내리신다. 


'이건 또 뭐지'


추석에는 큰 아주버님네에서 선물세트를,  설날에는 둘째 아주버님네에서 선물세트를 그리고 우린 추석 다음날이 고모님 생신이기에 케이크를 준비하기로 정해 놓고 본인들이 할 일을 우리에게 미루니 기가 찬다. 


"돈 주신대?"

"돈 주겠냐 사 가지고 오라니 그냥 사가는 수밖에 매번 형님들이 샀잖아"

"......"


나는 말하기 싫어 말문을 그냥 닫는다. 기분이 좋지 않다. 선물세트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감기가 코로나가 아니어서 기분이 나쁘고 거기에 선물세트 양념이 추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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