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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운 Oct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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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아나, 아이, 라씯


따지아나, 러시아


 누군가랑 헤어지고 이 열차에 타게 된 건지, 내 맞은편 할머니께서 숨죽여서 한참을 우셨다. 그래서 5살짜리 레냐랑 고양이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함께 눈치를 봤었다. ㅡ애기들도 어른들이 몰래 우는 걸 안다ㅡ 시간이 지나고 14분간 정차하는 역에서 아까 울던 맞은편 할머니께서 내 눈을 바라보더니, 검지와 중지를 붙여서 입술에 갖다 대고, 검지로 왼편 손목을 톡톡 건드리더니, 엄지를 치켜세워 바깥쪽을 가리키시며 러시아어로 뭐라 하셨다. ‘우리 담배 피우러 갈 시간 되었다.’는 뜻이다. 감히 나흘간 가장 기뻤던 순간.


아이, 타지키스탄


 내 옆에 와서 자주 흥얼거린다. 살라땀 실라땀 살라땀 실라땀. 그 나라의 동요 같은 건가 보다.


라씯, 우즈베키스탄


 발음이 또박또박한데 어째 부드러운 구석이 있고 목소리가 작아, 말을 하면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영어 등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구글 번역기보다 더 친절한 서비스를 모두에게 제공해준 참 선한 사람이었다. 러시아에서 일하는 형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시베리안 횡단 열차에서


블라디보스토크 - 모스크바, 9,334km의 여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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