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기 싫은 자리, 싫다고는 말 못 하고 핑계를 댑니다. 일이 있다고 말하지요. 그럴 때 상대가 나를 괴롭히는 방법은 네가 좋은 날로 잡으라고 말하는 겁니다. 365일 안 될 수는 없는데, 나 때문에 전체가 모일 수 없게 되면 미안해지니까요. 나가기 싫다고 실토하면 왜 그러느냐고 따지며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세우니 울며 겨자를 먹습니다. 사실 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 책" 그런 게 제일 좋은 인간은 잘 드러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나가기 전에도 나가서도 돌아와서도 몹시 피로합니다. 충전하려면 오래 걸립니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에서는 '앙비(envie)'에 대해 말합니다. 이 말에는 'en과 vie가 있다. en은 in, vie는 삶. 살아있다는 것은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삶 속에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요. '친구가 자신의 앙비에 따라 홀연히 약속을 취소할 때, 난 프랑스적 뻔뻔한 자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았다. 그것은 수백만 원짜리 샤넬 가방을 사는 것과는 비할 수 없는 또 다른 럭셔리한 삶'이라고요. 그렇게 '욕망의 소유자이며 실천자가 되며, 그 행동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 관습과 통념, 예절, 상식, 관성에 따라 사는 대신 앙비의 바스락거리는 미세한 움직임에 따르는 삶을 누리는 것은 20세기말의 프랑스 사회가 보여준 사소하고도 경이로운 사치'라고요.
제게도 앙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