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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19. 2024

소중하게 사는 것

3살 때 '척수성 근위축증’을 진단받고 거의 평생을 휠체어에 누워 생활한 소정 씨는 2년 내에 죽을 확률이 90%”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좋아하는 것 많은 아이로 자라 국어국문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순수문학, 웹소설 등을 가리지 않고 써볼 생각이라고요. 좋아하는 게 많아서 작년에는 야구를, 지난주에는 피겨 스케이팅을 보러 갔다고요.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바라는 건 ‘오늘 하루’를 행복하고 소중하게 보내는 것뿐이라는데 그 기사가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소정 씨와 어머님 만세! (2024. 2. 15. 중앙일보)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조카 M 만세! 며칠 전 칠판에 쓴 이름, 예쁘게 정확하게 잘 적었어. 이제 커피도 혼자 주문하고, 현관문 비밀번호도 외워서 열 수 있고, 싫은 건 싫다 말도 잘하고, 이모를 눙치고 놀리기도 하고. 그렇게 되기까지 40년이 넘는 시간 애쓰신 식구들도 만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는 너무도 광활해서 그 끝이 다 보이지 않을 겁니다. 나라에서 해주는 일이란 미약할 뿐이고요. 그래도 M은 경제적으로 유복하고, 사랑을 아끼지 않는 식구들과 함께라서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M의 부모로서의 역할은 끝날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성인의 역할이란 M에게 영원히 거대하고 어려운 것이니까요. 언젠가 식구들 없이 남게 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 캄캄해집니다. 여기저기 특별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절망 끝에 험한 선택을 할 때면 무섭고 슬프고 쓸쓸합니다. 희망도 믿음도 불가능할 때조차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게 삶일 텐데요. 그저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사는 것, 그런 정도가 허락된 행복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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