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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둘째 딸에게. +20

죄송해요.

사랑하는 둘째 딸에게


오늘은 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단다. 미안해서..


얼마 전 너와의 대화, 그리고 상황을 처리하면서 내내 마음으로는 울었단다. 그날은 정말 아빠가 잊으면 안 되는 날 같았다. 잊어서도 안되고 말이야.


아빠가 식탁에 앉아 있었던 날이야. 기억하면 싫어할 수도 있지만 미안한 마음에 다시 한번 사과하려고 해.

막내가 친구랑 놀다가 시간 맞춰 왔다면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들어왔길래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집에 들어오더라. 들어왔다고 인사하더니 바로 방으로 들어가길래 '이그! 지 기분이 안 좋나 보네!! 점점 심해지네'라면서 혼자서 중얼거리고는 앉아 있었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네가 나오더라. 식탁에 앉아 있는 아빠 앞에 오더니 그냥 울기 시작했지.

계속 울면서 울먹거리는 말로


"죄.. 송.. 해... 요.. 친구랑... 놀다가... 다쳤어요.... 친구들이 괜찮을 거라면서 파스 붙여주고 약도 발라줬어요. 한참을 달래줘서 앉아 있다가 왔어요..... 그.... 런..... 데... 팔이...... 너.... 무.... 아..... 파.... 요........."


"그런데 왜 우니?"

"아빠한테 혼날까 봐서요."


그 말을 들으면서 아빠의 마음을 삭히면서 들었단다. 들으면 들을수록 혼내서도 안 되지만 당장 큰일이 생긴 것 같아서 빠른 처리가 필요하지 싶었단다. 딱 느낌에 팔이 부러진 것 같은 느낌이었고 빨리 정형외과를 가야 할 것 같았어. 애매한 것은 시간이 일반 진료시간이 끝난 상황이어서 마음으로 난감했단다. 왜 이렇게 늦게 말하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숨을 들이켜고 차분하게 물었지.


"그런데, 왜 이제 왔니? 언제 다쳤길래.. 괜찮니?"

"5시에 다쳤어요. 집에 가면 혼날까 봐 무섭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무서워하지 말라면서 약 발라준다고 다들 집에서 파스, 반창고 가져와서 치료해 줬어요. 내일이면 아프지 않을 거라면서요. 좋은 친구들이에요."


그 말에 나는 너를 혼낼 생각보다는 미안했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은 미안함에 잠시 아무 말도 못 했단다.



"아빠 지금 혼내지 않잖아~~"

"네. 맞아요, "

"아빠도 엄청 노력 중이야. 물론 아빠가 말한 대로 보호장구 없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넘어졌으니 크게 다쳤겠지. 아빠 말 안 듣고 타다가 다쳤으니 혼나야지!!라는 것보다 빨리 병원 먼저 가자!..."

"네...... 에....."


계속 우는 너를 달래주고 냉장고에서 추파츕스를 꺼내서 입에 물어주고는 얼른 병원으로 갔었지. 정형외과 한 곳은 진료를 끝냈다면서 접수를 받아주지 않았고 너는 또 아빠에게 말했지." 죄송해요." "아니야! 죄송할 것 없어! 다른 병원 가면 된다.'

접수대에서 아이가 아픈데 좀 봐주면 안 되냐고 한번 더 말했다가 거절당하는 아빠 모습에 너는 엄청 죄송해하길래 또 너를 다독이면서 다른 병원에 전화해 보고 같이 갔었지. 거기서는 일단 x-ray를 찍어주고 보호대만 대주고는 가능하면 소아정형외과로 가보라면서 '왼쪽팔 골절'진단을 해주고 진단서를 작성해 줬지. 진통제 처방과 함께 해줄 수 있는 게 이 정도라는 말과 함께 말이야.


1차 진료가 끝나고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또 너는 엉엉 울었지. 외할머니가 며칠 전 손가락 골절이 되어서 부기가 빠져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대기 중인 것을 얘기 들은 것도 있었지. 거기다가 며칠후면 기초체력점검도 있고 1주일이 지나면 같은 반 전체가 롯데월도로 현장체험을 가게 되어서 같아 버스탈 친구, 같이 놀이기구 탈 친구, 같이 먹고 다닐 친구들을 간신히 찾아서 약속들을 했는데 자기만 못 하게 되었다면서 엉엉 엉엉 울었지...



그렇게 병원에서 엉엉 우는 너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쳤는데 아빠에게 혼날까 봐 말도 못 하고 아픈 팔을 붙잡고 밖에서 버티다가 들어온 너,

현장체험에 함께 할 친구들을 간신히 모으고 약속했는데 가지 못하거나 친구들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슬퍼하는 너,


여전히 아빠를 무서워하는 너를 보면서 미안했고,

현장체험 제대로 못 즐길 생각에 아쉬워서 우는 너의 순수한 마음을 느끼면서 네가 너무 예쁘더라..


아빠는 자꾸 아빠생각대로 너를 가르치려들고 네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혼내고 지적만 했었다 싶네. 그런 아빠 앞에서 너는 지적당하고 싶지 않고 아빠가 말한 것보다 다른 생각이 있으면 자꾸 시도해보려고 하고 그러다가 다치거나 뭔가가 망가지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아빠 눈치를 보고 속상해하는 일이 많아지네..


스케이트보드를 타도록 알려준 것도 아빠이고, 아빠도 어릴 때 보호장비 없이 타다가 다쳐서 옷도 찢어지고 무릎, 팔이 다쳐서 고생했던 적이 있어서 꼭 보호장비를 갖추고 타도록 강하게 가르쳤는데 요즘 유행하는 롱보드를 타는 언니, 오빠들이 보호장비 없이 예쁘게, 멋있게 타는 것을 보면서 하고 싶어서 하다 보니 많이 다치고 있네. 특히, 이번 것은 너무 심하게 다쳤어. 아빠 말 안 들어서 혼내기보다는 너무 심하게 다친 것이 마음이 아팠어.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속상할까!'


이번에는 다행히 심하게 다쳐서 몸과 마음이 아픈 너를 먼저 위로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절대로 다치거나 하면 "괜찮아! 많이 아프니?"라고 먼저 묻고 안아주는 아빠가 될게. "거봐! 아빠 말 안 들으니 다쳤지! 이그! 왜 늘 그러냐?"라면서 아픈 너를 앞에 세우고 혼내기먼저 하는 '부족하고 나쁜 아빠'는 안 되도록 철저하게 노력할게!


미안해~

이쁜 딸은 꽃으로도 때리거나 상처 주면 안 되는데

말로 엄청나게 상처를 줬던 아빠를 용서해 줘!

미안하고 미안해


팔이 나을 때까지 불편해서 짜증 내는 너의 맘도 이해해 주려고 노력할게!



아빠의 딸이라서 고맙다.

부족한 아빠와 여전히 잘 지내줘서 고마워!

네가 아빠보다 100배는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사랑해!!



얼마 전 저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었습니다.

심하게 다쳤는데 아빠에게 혼날까 봐 버티다가 들어와서 저녁 늦게 병원에서 간신히 x-ray를 찍고 너무 아파해서 늦은 밤 응급실을 갔다가 진료를 못해준다고 해서 열려있는 정형외과를 찾고 찾고 통화해서 간신히 재진료받고 반깁스를 하고 나니 새벽이었습니다. 둘째 딸은 엄청 미안해하면서도 아파하고 속상해했습니다. 반깁스를 했지만 아직 어린이라서 상황을 봐서 수술유무를 결정하느라 대기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수술하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수술하고 나면 불편한 시간이 길어져서 현장체험, 일상생활들이 원하는 것과 다르게 진행될까 봐 엉엉 울었습니다. 그런 둘째 딸을 보면서 아빠가 늘 혼내기만 했던 것이 이 사건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마지막으로 임시로 반깁스 하고 새벽에 집에 오면서 마음으로 엉엉 울었습니다. 담담하게 운전하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엉엉 울었습니다. 진짜 미안하고 미안했었습니다.


왜 혼내~다쳤으면 일단 아픈 몸과 마음을 먼저 위로해 줘야지요.

맞습니다. 직장 선임자들이 아이의 다친 것에 대해 얘기 듣고는 혼낼 수도 있다. 아니다. 다쳤으면 먼저 다친 것을 치료하면서 다쳐서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받아주는 게 우선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저는 엄청 창피했습니다. 이 사건 직전까지 '하지 마라!'라는 것을 '하다가 다치면 일단 혼내기'먼저 했습니다. '아빠 말 안 들으니까 그렇게 다치지!'라면서요. 진짜 아빠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진짜 아빠라고 배웠습니다. 대화를 듣고 있는 내내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쪼그라들어서 바닥틈새로 기어들어가고 싶은 창피함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는 도움을 받아야 지낼 수 있습니다.

아내가 저녁시간 자리를 비워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초등 6학년 둘째 딸은 한 팔이 불편하니까 머리를 감을 수도, 샤워를 할 수도 없어서 뭐든지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둘째 딸은 아내가 없는 시간에 씻고 싶어서 불편해했습니다. 저는 얼른 제안했습니다.

"아빠가 씻겨줄게. 머리만" "아빠가?"

"응."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고는 아내가 아이를 샤워하기 전에 머리 감겨주는 방법 말고 머리를 짜냈습니다.

욕조 앞에 의자 두 개를 가져다 놓고 둘째 딸 머리가 욕조 안쪽을 향하게 해서 미용실에서 하듯이 감겨줬습니다. 아빠가 아이디어를 짜내서 머리를 감겨주니까 신기해하기도 하고 아빠의 손길에 의해 오랜만에 머리를 감으니까 재밌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는 아내가 들어와서 샤워시켜 줬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둘째 딸은 말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엄청 감사인 거네... 쩝" 저는 그 말을 듣고 '감동과 감사'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둘째 딸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둘째 딸과 저에게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제가 아이들을 은근히 힘들게 했던 것을 직면하게 되었고 이번 사건을 통해 깊이 반성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음을 둘째 딸에게 편지를 쓰면서 나눠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시간을 통해서야 저의 부족한 모습 때문에 마음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의 편지.

출처:unsplash의 calorine hernand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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