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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이폰' 사건이 터지다.. 아빠

아이

점점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가 (아빠 능력만큼) 보여줄 수 있는 세상과 아이가 느끼는 세상의 괴리는 아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 간격을 좁히는 게 너무 어렵다. 그래도 지혜롭게 헤쳐나가도록 아내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소중한 아이폰을 내어줬던 아빠는 다시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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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아이폰이 얼마안되어 다시 패키지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소중한 아이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둘째 아이는 카톡도 안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노'어플도 되지 않는 것에 속상해했다. 멜론도 사용할 수 없다. 모두 알고 시작했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 재밌는 거리들이 하나도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와 메시지만 할 수 있다. 한 손에 꼭 들어오는 "귀여운 스마트했던 폰이다"



아이는 전교에서 아이폰4를 유일하게 사용한다는 자부심을 안고 학교를 갔다가 며칠 만에 바꾸게 되었다.

아이가 너무 가지고 싶은 아이폰을 해줄 수 없어서 대신 "추억의 골동품 아이폰"을 쥐어 준 탓이다.

혹시나 해서 아내에게 미리 말하기는 했었다.

"혹여나 아이가 힘들다고 하면 얼른 다시 바꿔주기로 해요. 아빠가 혼낼까 봐 말도 못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요. 남편.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러다가 둘이 잠깐 앉아 있게 돼서 내가 물었다.

"혹시 불편하고 도저히 사용 못하겠으면 말해! 얼른 바꿔줄게."

눈이 동그래졌다가 작아지면서 아이는 쭈삣거렸다.

"아빠. 바꾸고 싶어요.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귀여운 거 빼고는요."

"응. 그래. 다시 바꿔줄게. 바꾸자."

"아빠 죄송해요."

"괜찮아. 지금 바꾸자."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기 시작했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싶었는데 골동품 아이폰이라서 되는 앱이 없어서 힘들었던 것이다. 물 없이 건빵 먹는 느낌으로 버티는 중이었을 것이다. 말만 "아이폰"이지 "안될 폰"이었던 것이다. 힘든 마음을 이해해 주고 얼른 바꿔줬더니 "아빠. 고마워요."를 연발하였다. 혼날 줄 알았는데 혼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걸로 매번 혼냈던 아빠의 잘못이다. 혼날 일이 아닌데.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남편, 막내 아이가 이제 혼자 다니다 보니 메시지와 전화만이라도 하게 키즈폰해주면 어때요?"

"그래요. 그럽시다."

아내의 말에 흔쾌히 대답했다.

"그러면 저번에 그 아이폰으로 사용하게 해 줍시다. 크기도 작고 메시지와 전화만 하기에는 딱이에요."

"그래요. 그럼 남편이 해줘요." "그럽시다."

아내와 말하면서 결국 골동품 아이폰4가 세상밖에 또 나왔다. 다시 세팅해서 막내아이에게 건네지는 모습을 본 둘째 아이는 또 삐죽거렸다. 가지기에는 너무 불편하지만 그래도 동생이 아이폰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에 너무 부러운 것이다. 골동품이라도 아이들 세상에서는 아이폰이 아이폰인가 보다 싶었다. 막내 아이는 너무 소중히 여기며 나름대로 세팅하기 시작했다. 바탕화면, 내부 화면 등등.



며칠 후 보다 못한 아빠가 백지수표 공약을 걸었다.

"네가 혹시 진짜 원하면 당근마켓에서라도 적당한 중고 아이폰을 사주도록 해볼게."

그 말을 들은 둘째 아이는 눈에서 광채가 나기 시작했다.

"진짜예요? 그럼 생각해 볼게요. 그리고, 말할게요."

"응."

아이는 며칠 내내 엄마에게 묻고 나에게 묻기를 반복했다. 아이폰에 대해서 말이다.



그 말은 무시무시한 말로 돌아왔다.

"아빠. 아이들이 아이폰 12 미니, 13 미니를 가지고 있는데 너무 이뻐요. 나도 그런 거 갖고 싶어요."

일이 커졌다. 얼른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정도는 아니고 최신 프로그램(ios)을 깔아서 사용할 수준의 아이폰 중고를 구매하기로 할게."

"알겠어요. 그럼 예쁜 걸로 쓸 수 있게만 해주세요."

"응"



그래서, 추억을 간직한 소중한 아이폰4가 이번에는 막내아이의 손에서 애지중지 사랑받고 사용 중이다. 그 덕분에 둘째 아이는 다시 "아이폰 사용하기"꿈을 꾸며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다. 아빠는 온라인세상에서 최고로 만족할만한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헤매고 다닌다. 아이들이 원하는 10가지 중에서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2~3가지는 해주는 편인데 아이폰은 정말 쉽게 뿌리칠 수 없다. 여자아이들이 거의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이 사용하던 아이폰을 일단 사용하고 있는 거라고 설득에 설득을 했지만 그래도 그런 거라도 사용하고 싶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보다 못하는 게 더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들로 대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아이폰4가 또 세상에 나와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갤노트5가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이해해 주고 기다려주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이가 이런 말을 내게 했다.

"아빠는 양복 입고 출퇴근할 때가 제일 멋있어. 안경 끼는 것은 별로야. 뭐든지 해줄 수 있을 것같이 보이고 멋있어." " 응. 그래."라고 대답했지만 마음 한복판에서는 눈물이 주르룩 흘러내렸다. 그리고, 지금 내 모습을 봤다. 퇴근한 내 모습은 티셔츠와 바지에 슬리퍼였다.



나는 아이폰4를 다시 등판시킨 덕분에 또 현실타격을 받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거의 안된다고만 했었지만 이제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도록 상황을 점검하며 아내와 의논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같은 아빠역할을 할 수 있어서 감사.


"아이폰4" 그 다음은 무엇이 될 것인가?


출처 : UnsplashOmid Ar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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