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 증후군'을 고치기 위해 스타벅스에 다닌 것이 엄청난 결과물을 낳은 권남희 작가님의 산문집 ' 스타벅스 일기'를 읽은 후에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바꿔야 할 것은 내 생각이다. 그렇다.
일본 번역서를 보다가 '권남희'번역가님의 성함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섬세하고 은유도 많은 글을 최대한 살려서 정갈하게 빛나도록 만들어주는 '마술사'같은 분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하~'하고 생각을 바꾸게 해 준 글귀들을 제 마음에 새기면서 같이 나누고 싶었습니다.
겨울. 라벤더 베이지 오트 라테와 함께한 p36
연애 문제든 결혼 문제든 이혼 문제든, 대부분 상담자는 자기의 답을 갖고 있다.
그렇습니다. 부부상담을 받으면서 부부간 불통, 고부간 갈등문제를 풀던 때와 코칭 수업을 받으면서 느낀 것이 바로 '상담자는 자기 답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담은 다양한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빙빙 도는 내담자에게 설루션을 제안하고 지속해서 해결하도록 일정기간 체크 동반자가 되어줍니다. 코칭은 내담자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답을 알아가고 그 설루션을 지속해 나가도록 격려와 지지해주는 것이었고요.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아봤고, 코칭수업을 통해 타인을 돕는 대화방법을 배우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제 스스로도 답을 찾고 정진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브런치 발행이 그 노력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봄. 핑크 플라워 유스베리티와 함께한 p77
지나온 삶을 돌이켜볼 때 가장 후회되는 점은 인생을 좌지우지할 선택의 순간들이 아니라,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다. 혀로 맛을 볼 때는 즐겁게, 말을 할 때는 신중하게.
맞습니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 때문에 저는 늘 직진 아니라 뱀의 궤적처럼 구불거리면서 살아내고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힘겹게 궤적을 타고 사는 것이 문제 이긴 합니다. 부드럽고 핑크빛 도는 혀가 어찌 그리도 마음대로 움직여서 내뱉을까요? 말랑말랑해서인가요? 덜 말랑한 두 귀는 우직하게 옆에 붙어서 잘 듣기도, 걸러 듣기도 하면서 지내는데 어찌 그리도 말랑 혀는 마음같이 안 해주고 자유롭게 내뱉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내에게 '툭' 던진 말로 상처를 주고, 부모에게 무작정 내뱉은 말로 비수를 꽂고, 아이들에게 무심하게 던지는 말들이 작은 표창이 되어 아이들 쪼그만 가슴에 상처를 수시로 냅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마음 가는 대로 말을 내뱉는 저를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신중하게 잘 말하기를 다짐해 봅니다.
여름. 유자 민트티와 함께 p146
사림이 나이를 먹으면 세상에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지고 살아오면서 잘못한 점을 후회하고 반성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고집, 그 가치관을 그대로 화석이 되어간다.
그럴까요? 그러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제 머릿속에 생각을 꺼내서 들여다봤습니다. 유연한 생각으로 관대한지, 점점 더 딱딱해지고 차가워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결론은 후자였습니다. 벌써 관대하고 온유하기보다는 경직되고 고집만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이쿠! 놀라면서 반성먼저 합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까 그나마 티가 덜 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슬슬 부딪치기 시작하는 첫째 아들과의 일상을 생각해 봤습니다. 말랑말랑함으로 대해줘야 하는데 벌써 딱딱한 화석으로 아들 마음 문을 퉁퉁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통해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정말 몹쓸 화석 된다.'라고 스스로 자책하면서 터닝포인트를 찾아봅니다.
가을. 아이스 녹차와 함께 p 261
아빠 칭찬하기는 어려워.
당황해서 "아냐, 진짜로 아빠는..."하고 수습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페이지를 펼치면서 대충 예상이 되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특히 어린 두 딸들에게 종종 하던 말입니다.
"아빠. 너무해.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아빠가 너 생각해서 그런 거야."
"아빠 편들지 마. 아빠 미워. 말하기 싫어."
그런 대화가 들릴 때면 딸을 혼내고 이해 안 한 마음, 아내가 아이들을 달래면서 아빠라는 존재를 살려내려는 갖은 노력에 민망함을 느끼면서 조용히 방에서 안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아빠라는 존재는 칭찬하기 어려운 존재일 수 있습니다. 거의 가정보다 세상 밖에서 존재하면서 많은 것을 안다며 내 자녀에게만큼은 세상 더러운 것이 묻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으로 매번 잔소리하게 했습니다.
그런 잘못된 대화법보다 잘 표현하고 좋은 길잡이가 되도록 저를 다스리는 노력이 더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챕터였습니다. 반성도 하고 돌아보기도 하고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는 마음으로 사과했습니다. 늘 '아이들이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아빠'가 되지 않도록 남편 편드느라 고생하는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로 이어지는 작가님의 스타벅스 일기 속에서 적어놓은 글귀들은 머리와 가슴을 치며 일어서게 했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으면서 후루룩 읽었는데, 4계절이 바뀌는 동안 작업하시는 작가님 옆에서 똑같은 것을 마시면서 틈틈이 작가님 생각을 듣는 시간 같았습니다.
혼자 공감해 봤습니다.
평소에 가시던 도서관에 본인의 산문집을 찾아보셨는데 완벽한 새책이다. 아무도 읽은 흔적이 없는 <혼자여서 좋은 직업>과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를 대출했다고 하셨다. 저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혹여 제가 의뢰때문에 고심해서 작성한 글이 들어간 책, 저의 고민을 켜켜이 적어 내려서 출간한 책이 아무도 읽지 않은 상태라면 제가 대출해서 "이놈, 혼자 잘 있었냐?"라면서 한 번쯤 툭툭 쳐주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왜 생각을 바꾼다고 했을까요?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선입관을 바꾼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타벅스에 노트북과 함께 하는 수많은 사람들, 각자의 페이스로 뭔가를 하느라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권남희 작가'님도 있으셨고 저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앉을자리가 없을때면 무턱대고 카공족, 노트북족을 원망하며 미워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제대로 모르면서 미워하고 넘겨짚고 비판했던 지난 시간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선입관은 버리는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진짜 제대로 아는 것을 가지고 판단하며 겉만 보고 넘겨짚지 않으려고 합니다.
작가님의 글을 종종 접하면서 카페, 스벅 음료, 그와 더불어 이야기가 발행될 때마다 재밌게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스타벅스 일기(짝퉁) 발행글을 읽다 보니 마지막에 권남희 작가님 책을 추천하셨습니다.
진짜 저에게 추천한 것은 아닙니다. 추천글을 보면서 "뭔 책인데?" 읽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읽었어야 하는 책이군."
작가님의 에세이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서 점점 깨달음이 많아졌습니다. 또 다른 변화포인트를 찾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고 추천하시는 이유도 이해되었고요. 저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책이라고 인정합니다.
권남희 작가님! 귀한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그와 함께 <혼자여서 좋은 직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도 읽어보고 싶어 집니다.
정효진 작가님! 발행글 속 추천에 따라 읽게 되었다는 히스토리가 있는 책 <스타벅스 일기> 단연코 최고입니다. 책 크기도 앙징맞고 어디서나 들고 읽기도 좋고요.내용도 손끝이 아린 겨울을 지나 봄, 여름, 가을을 스타벅스 음료와 함께 여행한 느낌입니다. 스벅 음료 사진 한 장 없지만 간결한 메뉴 설명 덕분에 한잔씩 마셔가면서 한 챕터 넘기는 느낌이라서 참 좋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도 랜선 추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