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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래서 그랬어요. +13

아빠. 아빠도 그랬어요.

아들과 길을 걷다가 어떤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듣기 되었습니다.



"너 자꾸 그러면 다시는 안 데려올 거야!"


아이가 엄마 말을 안 듣고 떼를 썼는지.. 엄마가 강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감정이 매우 상한 상태이며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강한 어조였습니다. 아이에게는 대화라기보다는 강력한 통보였습니다.  그런 감정이 섞인 말을 듣고 있으니 제 기분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부모로서 창피했습니다. 아이에게 강압적이고 여차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라고 말하는 동화 속 악덕 할멈 같았습니다.


"야! 애한테 저렇게 말하네."

"아빠. 아빠도 그랬어요. "

"으응... 맞아. 그랬어. 좋지 못했어."


아빠. 아빠도 그랬어요.


순간순간 안 혼내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협박"을 하게 된 것입니다. 더 안 좋은 것이지요. 그런데 아빠가 늘 그러고 있는 걸 아이가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아빠도요'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았습니다. 그렇게 감정과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할 만큼 관계가 나아졌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아빠. 아빠도 그랬어요.- 들으셨죠? 아빠! 그렇게 말하실 때마다 우리도 마음이 힘들었어요.


아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아빠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늘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 덩달아 툭 던지며 말해주는 것이 참 고맙기도 합니다. 이제 관계가 조금 나아졌나 싶기도 하고요.



아내가 제게 그런 말을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아이들 말을 듣기라도 한다니 다행이네요. 제발 애들만 좀 들어줘요."



강력하게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듣는 자가 되어야 하는데 늘 의욕이 충만해서 말하는 자만 되고 있습니다. 아들과 걸으며 대화한 순간을 통해서 또! 더! 잘해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한결같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빠가 성숙해져 가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살고 있어서 축복받은 것입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브런치를 쓰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면서 아이들의 말을 듣고 번역하다 보니 아이들 속마음이 들리고 더불어서 아이들이 조금씩 더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아내의 마음에 늘 불안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실 아내는 원래 불안감이 있는 스타일이긴 합니다만, 요즘의 불안감은 저로 인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이들과 잘 놀다가 아이들의 실수에 순간적으로  호되게 혼내기도 하고요. 별거 아닌 일로 실수하고 용서받고 싶어서 말했는데 또 혼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아내가 '그만해요. 심해요. 남편'이라고 말려고 기어이 혼내고 말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조금씩 고쳐가다 보니 아내의 마음속에 시커멓게 자리 잡은 불안 불안한 마음이 귀퉁이부터 아주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내가 요즘 달라지지 않았어요?"

"네. 그런 거 같아요."

" 덜 불안하죠?"

"아뇨. 잘 지내다가 또 그럴까 봐 불안 불안해요."

"에이. 그러면 어떡해요."

"이런 평안이 이어지면 내 마음의 불안불안도 나아질 거예요. 당신의 노력 응원할게요."

"고마워요ㅡ 여보. 그런 마음 들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그렇게 대화하며 매일같이 노력 중입니다.

아이들 말을 번역하면서 엄청난 깨달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깨달음이 아빠가 계속 노력하게 합니다.  아이들도 아빠가 노력 중이라는 것을 느끼고는 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는 성공입니다. 브런치에 공개하면서 고치기에 '아닌 척, 그런 척'할 수가 없어서 계속 노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글을 늘 읽으시며 지켜봐 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한결같이 읽어주시는 분들 때문에 숨거나 피하지 않고 가정회복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Olya Adamov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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