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샀단 말이에요.
내 용돈 전부로 플스를 샀어요.
"내 용돈 전부로 플스를 샀어요.. 왜 샀는지 아세요? 아빠!!"
"그거 말고요"라는 말에 의아해하면서 되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으로 또 울었습니다.
"아빠랑 하려고 샀단 말이에요!!!"
"뭐?, 아아아아...."
대화가 끊어졌습니다. "아! 그렇구나! 알았네!"라면서 "미안"하면서 "다음에 같이 하자!!"라고는 멍해졌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생각을 되짚어 봤습니다.
"아빠! 우리도 거실에서 함께 플스로 축구게임하면서 그러면 재밌겠다!"
"그래! 그러자! 우리 게임으로 붙자!"
라고 했던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내 용돈 전부로 플스를 샀어요. - 아빠랑 게임하고 싶어서 샀어요. 함께 게임하고 놀아요.
아이들이 커갈수록 눈높이에 맞춰서 함께 지낸다는 것을 잊고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생일 때는 거실에서 고무공을 발로 차주기만 해도 깔깔거리더니 이제는 잔디가 깔린 곳에서 축구공으로 제대로 놀아줘야 좋아합니다. 큰아들은 특히 잔디밭에서 축구공 차주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좋아하더니 이제는 아예 축구경기에 나가서 볼 차는 것을 즐깁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함께 온라인 축구게임을 하면서 신나게 놀기를 원합니다. 딸들은 잔디밭에서 뛰노는 것은 이제 흥미가 없어졌습니다. 쇼핑몰이나 다이소를 가서 사던 안 서던 돌아다니면서 아이쇼핑하는 것을 엄청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잊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큰아들에게 오랜만에 감동한 것은 "여전히 함께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제일 속상한 것은 말을 들어도 말에 담긴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읽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쌍합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아내 말을 들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했고요.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마음을 하도 알아주지 못하니까 이제 어느새 아이들이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함께 하고 싶어요!"라는 것에 마음이 너무 감동했습니다.
아직도 종종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아빠인데도 아이들이 여전히 '아기 때 고무공으로 놀아주던 아빠' 생각하면서 항상 '함께 놀자'는 아이들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어느 날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아들 축구공을 받아주지 못해서 동생들과 매치게임하라고 축구공을 사줬는데 영 재미가 없다 했습니다. 아빠랑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부딪쳐서 노는 것이 스릴 넘친다며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아빠! 아프지 좀 말고 함께 땀 흘리자!'면서 투덜거리는데 너무너무 감사하기도 했고요. 반면에 점점 살이 쪄서 예전처럼 함께 놀아주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함께 하자고 할 때가 좋은 거야!"
돈이 없어서 가자는데 못 가주는 현실이 속상하고 미안하다 보니 점점 더 아이들이 '함께'하자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니 다들 그렇게 말해줍니다. '함께 하자고 할 때가 좋은 거니까 잘 대해주라고!'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상황이 어쨌든 아이들이 손 내밀고 함께 하자고 할 때 아빠라는 것 자체를 감사하면서 함께 하자!'라고 마음먹어 봅니다.
아이들 말을 번역할 때마다 다양한 감정이 들곤 합니다. 이번에 큰아들 말을 번역하면서 처음에는 착각했습니다. 자기 용돈으로 샀으니 맘껏 하게 해 달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빠랑 함께 하고 싶어서 샀어요."라는 말을 듣고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발행글을 올리는 날마다 아이들 말속에 담긴 '아름다운 마음'을 늘 알게 되어서 감동하고 어딘가에 숨고 싶을 만큼 창피함이 가득합니다. 요즘 화요일은 그런 날입니다. 글이 서툴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들을 되새기면서 아이들 향한 사랑이 더욱 진해지고 감사가 넘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저는 삼 남매를 키우는 아빠가 아니라, 삼 남매가 키우는 아빠입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Pablo Are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