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 주세요.
아이들이 싸워서 혼내고요.
아이들끼리 서로 실수에 대해서 꼬집고 비하하는 것을 보면서 혼냅니다.
아이들이 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무엇을 하든지 싸우고 주먹질도 해댑니다. 그러면 혼냅니다.
매 순간 정말 행복하고 아이들과 유쾌한 시간들로 이어가고 싶은데 현실은 생각과 너무 다릅니다. 그런 순간들을 이어나갈 때마다 제발 그만하라면서 버럭 혼내고 중지시킵니다. 아내는 '그만하자 얘들아!'라면서 마음의 분노는 잠재우고 부드러운 말로 타이르면서 상황을 종료시키곤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이제 잠을 잘 시간이 됩니다. 다사다난한 한 해가 아니라,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때면 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안아 주세요.
하루를 부대끼며 지내느라 땀범벅이 되어서 못 안아줄 때도 있고요. 정말 정말 사랑한다고 말한 큰아들, 두 딸들이 끝도 없이 싸우고 물어뜯었던 시간들이 생각나서 어쩔 때는 도저히 안아주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못 안아 주겠다! 잘 자라"
그렇게 말하고 쌩한 모습으로 큰아들방, 두 딸들이 쓰는 방을 휑하게 나오기도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잠을 자려는 아이들을 대하면 안 되는 것도요. 아내는 그런 저의 부족한 모습에 마음이 아파합니다.
"남편, 아이들은 아이들이에요. 그냥 모른채하고 꾹 안아주면 그걸로 모든 게 끝나요. 그걸 못해줘요?"
"그래요. 난 못해요. 오늘 얼마나 아이들이 심했는대요. "
아내의 제안에 손바닥만한 마음으로 절대 안 그러겠다고 떼쓰는 것같은 저의 대답을 아이들은 들으면서 잠이 듭니다. 그런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운 아이들이 보람찬 하루마무리 또는 행복한 꿈나라가 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뒤늦게 후회하고는 다시 아이들 방에 들어갑니다.
"잘 자라!!"
조용히 속삭이고 큰아들은 슬쩍 안아주고요. 두 딸들은 잠이 깰까 봐 자고 있는 발언저리에서 발을 부드럽게 만져주면서 악수하듯 "마음의 화해"를 하고 나옵니다.
그런 일이 수시로 발생하면서 아이에게 물어본 날이 있었습니다.
"왜! 안아 달라고 하냐? 그렇게 아빠 맘을 찢어놓을만큼 서로 싸우고 난리 쳐놓고선!!"
"그냥요. 그러고 싶어요. 안아주시면 그걸로 좋아요."
안아 주세요. - 아빠가 안아주면 마음이 편해져요. 용서받는 것도 같고요. 사랑해 주세요.
맨날 '싸우지 좀 마라!' '서로 비난하지 마라'라면서 아내의 말에도 여전히 싸우고 서로를 헐뜯는 아이들에게 따끔한 매를 들이대듯이 버럭 화를 내며 끝냅니다. '한 번만 더 서로 싸우면 혼내 줄 테야!'라는 으름장으로 상황을 무섭게 종료시키는 아빠에게 '안아주세요.'라는 말은 실제로 '알겠어요. 아빠. 이제 그만 용서해 주세요. 사랑해 주세요.'라는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진짜 어이없는 투정으로 두 딸들 앞에서 호기를 부린 큰아들이 너무 밉고 속상해서 대화를 단절한 날이 있었습니다. 잘 때 '안아 주세요.' 하길래 '땀이 많이 난 날이라서 싫다.'라고 했는데 '괜찮아요. 안아 주세요. 제발요.' 하길래 못 이기는 척하고 안아 줬습니다.
'고마워요. 아빠'라면서 뺨에 가볍게 뽀뽀해 주고 안아주는데 괜스레 마음이 뭉클하면서 미안하고 짠했습니다. 아직은 몸도 어리고 마음도 어린 아기 같은 아들이지만 때로는 저보다 더 깊고 넓은 마음으로 아빠에게 사랑을 나누고 살자고 제안하곤 합니다.
안아 주세요.
그저 안아주고 이해해 주고 사랑해 달라는 아이들의 한마디 외침을 '제때 이해 못 하고 받아주지 못한 아빠'로써 반성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냥 투정처럼 던지는 말 한마디는 말의 길이보다 몇 배나 긴 마음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아내는 정확한 타이밍에 그 메시지를 이해하고 아이들을 받아주는데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아이들의 간절한 사랑 메시지를 들었는데도 제 마음의 '화'를 내려놓지 못하고 아이들이 내미는 두 손을 받아주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제 마음의 '화'가 풀리고 나면 슬그머니 아이들을 안아주거나 뒤늦게 '사랑한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반성이 되서 울었습니다.
큰딸 성보라가 아빠에 대한 사랑을 말하지 못하고 살다가 결혼날 아빠에게 편지를 써서 '결국 말로 못하고 글로 전하는 아빠에 대한 사랑'편지글과 아빠가 늘 큰 딸과 어색하게 지내다가 편지로 전한 '아빠 마음 속 딸에 대한 진심의 사랑' 편지글을 들으면서 엄청 울었습니다. 때를 놓치면 안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여전히 아빠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 주세요. 그저 안아주세요. 그걸로 족해요.'라고까지 하는데도 모른척하거나 아빠 마음이 풀릴 때까지 절대로 안아 주지 않는 아빠였습니다. 이제는 그때그때 표현하고 아이들 손을 잡겠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기 엄마의 품에 안긴 팔뚝만 한 아기의 멍한 시선이 눈에 들어온 날 울었습니다.
아이가 아무 말없이 먹고 예고없이 싸고 울고 할 때마다 '얼른 커서 자기표현을 하고 서로 대화를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라면서 기도하곤 했습니다. 정작 아이가 커서 '자기 할 말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떼를 쓸 때마다' 아이가 벌써 컸다면서 원망만 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가득 찬 날 횡당보도를 걷고 있는 엄마 품의 아기를 보면서 애지중지하고 팔이 떨어질만큼 아픈데도 하나도 안 힘들다면서 안고 재우며 아기 세 명을 소중히 여기던 그때의 마음을 잊고 지냈음을 기억해냈습니다. 지금 제 눈앞에서 서로 대화하며 필요한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원망하고 짜증만 내고 있는 제 모습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서 울었습니다.
아이들 말을 번역하고 되새겨볼 때마다 종종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 서운해하고 삐지고 아이들이 용서해달라고 하고 투정 부려도 받아주지 못하고 화를 여전히 내는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느끼면서 울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안 했더라면 아이들의 속마음, 아빠에게 여전히 원하는 것이 많은 아이들의 예쁜 마음을 하나도 모르고 지낼뻔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베스트셀러나 대화의 이슈가 되지않더라도 제게는 '지금 소중한' 프로젝트입니다.
오늘도 반성 많이 했습니다.
"안아 주세요."
'내 마음을 내려놓고 꼭! 안아주며 사랑할께!! 미안하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늘 반성하면서 저의 부족한 면을 드러내놓고 고치는 글임에도 격려와 공감해 주심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Joseph Gonzal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