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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래서 그랬어요. +17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들과 딸의 대화법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신기하기도 합니다. 마치 짬짜면을 먹는 느낌입니다. 큰아들은 "해주세요!!" "싫어요" "할 말 없어요."로 일관한다면 두 딸은 "그거 사고 싶은데, 예뻐요!" "사줘 요요요요요요요용용 요요요용~~" "오늘은 말하고 싶지 않아요." "속상해요. " "힘들어요." "그냥 방에 있을게요." "나가요. 제발. 나가요"등등으로 다채롭고 그때그때 표현이 다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특히 딸과 대화하다 보면 '어어?~~ 이건 뭐지?'라며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응...


저는 아이들과 대화하며 사랑을 담아 존중하려고 노력 중인데 딸의 대답은 간단명료합니다. 거기다가 제 생각으로 '건방진데~~~'라는 느낌을 종종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니!


'나 이거 참!!' '뭐지?' '나랑 모 하자는 거지?'라면서 점점 이상했습니다.   



"학교 끝나고 놀다 온 거니?"

"응"

"애들하고 멀리 갔다 왔어?"

"응"

"뭐 했길래?"

"인생네 컷 찍고, 간식 사 먹었지~"

"재밌었어?"

"응"

"내가 너 친구냐?"

"아니!"

"어~~ 어~~ 어~~ 이런!!"

"아.. 알겠어요. 아빠!!"


딸과 대화하다 보니 이건 대화가 아니라 취조 같았습니다. 재미도 없고 이상했습니다. 도저히 이해도 안 되고 뭔가 이상해서 물어볼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딸보고 동네 한 바퀴 하자고 했습니다. 함께 따라나가면 젤리나 뭔가를 사줄걸 알기에 따라 흔쾌히 동행합니다. 아직은.... 


"동네 한 바퀴!! 돌면서 편의점?"

"오케이~"

"너 먹고 싶어 하던 아이스크림 먹자!!"

"더블 비얀코... 아빠는?"

"나는 주물러"


걸으면서 딸은 숟가락으로 예쁘게 먹고 저는 오물오물 빨아먹으면서 물었습니다. 


"야! 근데.. 너는 왜 맨날 아빠한테 반말하냐?"

"..........................."

"말 좀 해봐라~~~~"

"ㅇ.. 사실은.... 아빠랑 친근한 사이이고 싶어서...."

"그게 뭔 말이야?"

"그게 왜 친근한 거야?"

"친구들은 모두 아빠랑 반말한대. 그리고 그게 좋아 보여!"

"아이.... 고..... 참....."


응,  아니 -  아빠랑 더 친근해지고 싶어요. 아빠랑 반말하는 친구들은 아빠랑 친하대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동네를 걷다 보니 아이스크림을 벌써 다 먹었습니다. 벌써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에 거의 다 왔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 와서인지 아이들과 대화할 때마다 아이들 대답이 귀에 속속 들어왔습니다. 알고 보니 막내딸도 그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딸이 해준 말과 평상시 제가 느낀 것을 아내와 대화해 봤습니다.  

"아이들이 아빠랑 친근하고 싶어서 반말로 대답하고 그런대요. 친구들도 다 그런대요. 자기도 그러고 싶대요."

"남편! 뭐 어때요? 나는 괜찮아요. 나도 어릴 때 한 번도 아빠에게 반말해보지 못해서 우리 애들은 반말도 하면서 지내도록 해주고 싶어요. 나는 그래서 딸들이 반말하는 거 하나도 거슬리지 않아요."

"............................................."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그렇습니다. 한 번도 엄마나 아빠에게 반말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부산출신이고 아들 둘만 있다 보니 대화가 무 자르듯이 무뚝뚝~했습니다. 아내도 대가족 내에서 자라다 보니 반말이나 소위 뗑깡은 부려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익숙지 않아서 허용 못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니까 아이들 대답이 귀엽기도 했습니다. 


"아빠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이놈!!"보다는 "하하.. 그래서 어쩠는데? 웅!~그렀죠?"라고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가 자라면서 안 해본 것은 아이들에게 해주기가 어색했나 봅니다. 이제부터는 딸들과 더 재밌게 지내봐야겠습니다.  



흔히 자라온 가정분위기를 봐야 한다고들 하십니다. 

저와 아내가 어려움이 있거나 험악하고 안 좋은 가정에서 자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전 시대의 분위기상 어른은 존경하며 함부로 넘나들면 안 되는 '존재'로 배운 터라 "네" "아니요"만 몸에 익숙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면 편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허용하며 살겠다는 바람과는 달리 자꾸 몸에 밴 습관대로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딸들의 애교를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저를 알게 되었습니다. 

딸 형제들과 지내보지 못해서인지 딸들이 "잉잉~~"하고 애교를 부릴 때면 "구래!! 이쁘네~~"하고 받아주는 게 아니라 "뭐냐!!" "뭔 일이냐?"라면서 마음과는 달리 무뚝뚝하게 대하기만 했던 것입니다. 아들과는 어깨동무하고 화낼 때면 "이놈이~"하면서 편하게 대화하는 저도 발견했고요.  



천만다행입니다. 

아들과 딸과 함께 살다 보니 딸들을 통해 여자의 마음, 행동도 이해하게 되지만 여자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마음속에 품은 속마음들도 알아가다 보니 사회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여자분들의 행동, 마음들도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런 시간을 통해 아내의 마음도 더 많이 이해하기 시작했고요. 천만다행입니다. 아들들과만 살았다면 전혀 이런 것들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그저 감사입니다. 


요즘은....


"좋니?"
"응"
"그래.. 귀엽네. 우리 딸!! 이쁘네"

이렇게 변해갑니다. 


오늘도 아이들 말을 번역하면서 아이들 덕분에 성숙해지고 업그레이드되어 가는 저의 모습을 또 알게 됩니다. 이런 시간이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아이들의 마음, 말을 번역하는 '번역가'입니다. 진작에 이런 시간을 가지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오늘도 미리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Mike C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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