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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래서 그랬어요. +19

어떤 거 할까요?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택을 하면 책임이 뒤따르는 일들이 거의 대부분인 게 어른입니다.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아빠와 지내고 있는 아이들도 '자기가 선택'해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다만 책임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결정만 하면 됩니다. 



아이들이 금새 커가면서 중학교, 초등 고학년, 초등 저학년 고르게 분포가 되다 보니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는 아이도 있고, 아직 부모가 결정해 주는 아이도 있습니다. 


어떤 거 할까요?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부여할 때마다 듣게 되는 말입니다. 

 

"알아서 고르면 되지!! 이그!! 뭘!! 그런 걸!!"

"맘껏 하라는 대도 못하냐!!" 


아이가 그렇게 물어볼 때면 아빠는 핀잔부터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 상황속에서 아내는 주먹을 불끈 쥐며 울컥하는 분노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습니다. 마음껏 결정해도 된다면서 '결정권'을 넘겨줬는데 '어떤 거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주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아빠가 어떨때는 화를 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 선택권이 없는 막내딸이 한마디 내뱉는 날은 상황이 걷잡을수 없이 커집니다.   

"나 같으면 그냥 결정하는데..."

그 말에 오빠나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분다고 막내딸과 전쟁을 치룹니다. 그 상황을 가만히 두지 않고 또 혼내는 아빠 때문에 일이 커집니다. 아내는 그 상황에 또 속상해하고요. 늘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아이들의 마음이 진짜 궁금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간식을 기억했다가 사줬더니 기분 좋아졌길래 살짝 물어봤습니다. 


"맛있냐?"

"네. 먹고 싶었던 거예요."

"아빠가 웬일로 사주셨어요?"

"그냥.."

"근데.. 너는 왜 너 마음대로 고르라고 하면 늘 물어보냐? 뭐 고를까요라고?"

"에?.... 아..... 그건....."

"말해봐! 아빠가 궁금해서......"

"그건....."

"말해봐.. 들어도 안 혼낼게............" 

"선택하라고...... 하면 힘들어요. 책임져야 하니까요." 

"뭐? 아......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너한테 선택하라고 하는 건 선택만 하면 되는 거야. 책임질 것 없거나 책임은 부모가 지는 것이라서 너는 부담 가질 필요 없는 것들이야." 

"아.. 그런 거예요? 아... 알겠어요..휴..."


어떤 거 할까요? - 책임지는 게 두려워요. 잘 선택하도록 격려해 주세요. 잘못 선택해서 실수하더라도 지지해 주세요. 아빠~ 


아이 수준에서는 '너 원하는 대로 선택해 봐!'라는 것은 아무런 설명 없이 '벼랑 끝에 세워두고 선택해 봐! 선택한 거에 대해 네가 책임지고!'라는 말로 들린 것입니다. 또,  선택을 머뭇거릴 때마다 '빨리 골라. 시간없어!' 라면서 독촉하거나 어떤 것을 고를지에 대해서 되물을때마다 버럭 화를 내면서 "하라고 해도 못하냐?"라며 윽박지르던 아빠가 무서워서 싫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선택하라고 한 것은 별거 아닙니다. '먹고 싶은 과자!' ' 네가 먹고 싶은 햄버거' '새로운 과자 사 볼지 말지' '오늘 놀러 나갈까 말까' '원하는 티셔츠 한 장씩 골라봐!'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친절한 설명없는 '선택의 자유'를 줘서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선택하면 책임져야 하잖아요."


속마음을 말해준 아이에게 '선택할 때는 자유하라고! 책임은 부모의 몫!'이라고 말해줬지만 여태까지 선택순간의 공포에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애초에 '선택의 자유'를 주면서 '책임질 것들은 없으니 맘껏 고르라!'라며 친절한 가이드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선택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번에도 책임져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공포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여전히 서툰 아빠임'을 인정합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살아가야 하는 게 요즘 시대라고들 합니다. 아이의 성장에 맞게 부모가 발맞추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한때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로서 매월 정기적인 세미나 및 책 읽기, 나눔 등을 통해 배우면서 키울 때는 조금 나았는데 그런 기회나 나눔이 없고 나서는 다시 '서툰 부모'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나마 배울때는 '아아!! 그래서 아이들이 그렇네요. 아빠는 그래야겠네!'라며 알아가기에 참 좋았었습니다. 



다행으로 아내는 저와 상황이 다릅니다. 유아교육전공이고 현재 관련 업무를 하고 있고 삼 남매를 키우다 보니 이제는 이론과 실전이 제대로 결합되어 자연스러운 프로입니다. 역시 문제는 아빠입니다. 인정합니다. 저는 더 많이 배우고 듣고 함께 나누면서 '지혜롭고 온유한 아빠'가 되도록 노력해야 함을 인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내가 해주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관계회복을 위해 아내 말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하다 보니 제법 아내말에 수긍하고 행동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는 자꾸 아내 말을 듣지 않고 저의 생각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아내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함께 살기 위해서 귀 기울이듯이 올바른 양육을 위해서도 아내의 말을 귀담아듣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아이의 말을 번역하면서 '선택장애의 아이'가 아니라, '선택에 따른 책임이 무섭고 두려운 아이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으로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릅니다. 아이에게 아이 눈높이에 맞는 친절한 설명이 부족한 아빠였음을 고백하게 되었던 이번 시간이 슬펐지만 또 고쳐나갈 것이므로 깨달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아이들 말을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고 고칠 것을 찾고 반성하는 것에 대한 글임에도 끝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Kristin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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