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들이 키가 컸으면 하고 건강한 밤을 보냈으면 해서 일찍 자는 걸 권장하는 중입니다. 물론 그러다 보면 실랑이를 한참 하게 됩니다. 재우려는 자와 안 자려는 자의 힘겨루기.
그런 실랑이는 1시간 넘게 이어질때도 있습니다. 한참을 그러고나서 각방에 불을 꺼주고 '잘 자라!'라고 말하면 몸도 마음도 힘이 쭈욱 빠집니다. 저는 아이들과 실랑이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있고 아내는 그런 저를 보면서 아이들의 귀여운 몸부림을 받아주지 못한다면서 마음 아파합니다. 저는 여전히 마음을 풀지 못하고 때론 나지막이 '잘 자라'라고 해주고는 아이들 방을 훌쩍 나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뒤로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사랑해요."
"그래....잘.... 자..... 라......."
가끔
"치.. 그냥 하는 말은 싫다."라는 저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아니에요. 진짜예요. 사랑해요.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말을 또 듣습니다. 그런 말에도 저는 그냥 방을 나오고 맙니다.
상황이 그렇게 마무리되고나면 아내가 몇마디 합니다.
"남편, 아이들은 진짜로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사랑해 달라는 간절한 말이기도 해요. 오빠에게 하듯 안아달라는 것이기도 하고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고요. 혼자 화내고 혼자 화 안 풀려서 아빠 사랑한다고 인사하는 아이에게 그러는 게 어딨어요." " 당신 너무해요." 아내 말을 들어보니 '아....' 하는 깨달음에 아이들이 괘씸하다며 냈던 화가 미안함으로 바뀝니다.
잠자야 하는 것을 인정하고 누워서 아빠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하고 "사랑해 달라고 "말하는 이쁜 아이들에게 목석같은 마음으로 대한 것을 반성했습니다. "큰 잘못 했네. 사랑한다고, 사랑해 달라는 아이들에게 허전한 냉랭한 마음을 느끼게 했네.... 아빠가.. 미안."
사랑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사랑해요. 잘 자요. 저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1. 직면의 고통
아이들 말을 번역할 때마다 당혹스럽고 창피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감정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해서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데 듣는 아빠는 세상 때가 잔뜩 묻은 눈과 귀로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아빠의 감정에 이끌려서 그때그때 다르게 듣고 맘대로 행동했던 것을 반성했고요.
2. 직면의 고통이 감사로
이런 저의 모습을 직면해야 고친다는 생각에서 깨달을 때마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저의 부족한 모습을 아이들을 통해서 알게되고 다듬어져 가는 것이라서 고맙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 반성하고 무엇을 했을까요?
아내가 자려고 준비하는 동안 아들방에 들어가서 안아주면서 "사랑해. 오늘 진짜 고맙다." 해줬고요. 딸 둘이 자는 방에 가서는 아이들 쪼꼬만 발을 하나씩 만져주면서 "사랑해. 고맙다. 나도 진짜 사랑해."라고 했습니다. 잠이 들었는데 제 감정을 전한다고 덥썩 안아줘서 잠을 깨운 적도 있어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된 둘째 딸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잠이 들었을 아이의 발을 만져주며 '이거 악수다!'라고 해서인지 놀라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자는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미안함을 조금 덜어낸 마음으로 방을 나오는데 막내딸이 '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라고 조용히 웅얼거립니다.
저는 "응~"하고 얼른 나왔습니다. 방을 나오면서 눈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사랑한다는데 저는 '치. 거짓말. 그냥 인사는 싫다.'면서 화가 안 풀린 제 마음만 앞세우며 너무 못나게 굴었습니다.
'미안. 미안. 아빠가 미안.'
마음으로 수차례 반복하면서 방으로 들어와서 누웠습니다. 아까 핑 돈 눈물이 아직도 눈에 있어서 옆을 보고 누워 잤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것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출처: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