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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맵고 뜨겁게'는요. +9

빨강 앵두맛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고르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짐승돌 큰아들과 여인천하 둘째 딸과 덩달아 사춘기를 겪고 싶은 막내딸의 의견이 쉽게 절충될 리가 없습니다. 그런 것도 당연한 현상이라서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과 영화 장르와 국가를 헤매다가 그냥 가볍게 보자는 마음으로 고른 영화가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도 오랜만에 중국영화였습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온 거구의 여인을 보면서 결말까지 이미 예상했습니다. 100% 틀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미녀는 괴로워' 스타일 영화로 예측했습니다. 그 영화를 아주 재밌게 보고 영화 O.S.T도 한동안 즐겨 듣던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무난하게 볼 것으로 믿고 시작했고요.  



거구 여인의 살짝 로맨스에 아이들은 '자체 검열'을 해줬고요. 점점 상황이 좋지 않게 흐르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분노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배경설명에 대한 과정이 길어서 아이들이 지루해하기도 했습니다. 결말을 예상하고 시작한 터라 영화가 마지막으로 다가갈수록 '뻔한 마무리, 예측 가능한 결론'에 아이들이 재미없다고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끝까지 함께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왠지 영화의 이면이 궁금했습니다. 여배우의 거구는 우리나라 영화처럼 특수분장이었을까? 아니면 비슷한 배우 2명이 연기했을까?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영화에 나온 주인공의 한 마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내 방식대로 이겼다.'


영화 속 메시지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얘기했습니다. 늘 거절 못 하고 감당만 하던 주인공이 살을 빼고 권투경기를 마치고 나서 '거절'을 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고 우리도 본인의 마음에 따라 '거절'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해줬습니다. 아내도 제 말에 동조하면서 아이들에게 강조했고요. 


"우리도 저래야 돼! 거절도 할 줄 알아야 해!'

"용기가 필요해! 그래야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다."


'엄마아!!'
'아빠아!!'


아이들의 한마디- 엄마!! 아빠!!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저희도 알아서 느꼈어요. 제발!!


덩달아 느낀 한 마디-
아직도 멀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 도움이 된다고 굳이 꼬집어 말하는 나는 아직 멀었다


그런 말들을 하고 나서 아이들 반응 때문에 깨달은 것도 충격이었지만 찾아본 이 영화의 뒷배경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나오던 거구의 여인이 50킬로 빼면서 영화를 찍은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주연 여배우는 이 영화의 감독인데 신인이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봤다가 정말 눈물 나게' 좋았습니다. 제가 본 중국, 홍콩, 대만 영화 중에 오랜만에 엄지 척했던 영화였습니다. 아이들도 재밌게 봤다면서 고개를 끄덕인 영화입니다.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스스로 깨닫고 알아가는 아이들이 기특했습니다. 벌써 이만큼 컸다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이런 느낌에 이 영화는 또 한 번 저를 놀라게 했던 영화입니다.  


출처:왓챠에서 발췌, 인용함




발크기가 더 커가는 만큼 생각도 자라는 아이들

큰아들 발이 금방 금방금방 커버리면서 얼마 신지 않은 신발은 '아내가 물려받는 중입니다.' 두 딸은 아직 오빠 물건을 물려받을 정도가 아니고요. 그런 것을 보면서 몸만 커가고 머릿속만 사춘기 태풍 속에 있는 줄 알았는데 절대 아니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알아서 느끼고 배워가는 것을 이번에 봤습니다. 키가 커가는 만큼 생각도 큼지막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대단한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위해 50킬로를 뺀 여자감독도 놀랐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이 그림도 배우기 시작했다는 에필로그를 보았습니다. 영화 말미에 직접 그린 그림을 공개하기도 했고요. 여러 가지로 메시지 있는 영화를 진행하면서 또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감독'이면서 '배울 것이 있는 감독'이라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수만 번 서걱거림을 통해 일상에서 느낀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글 쓰시는 작가님도 생각났습니다. 제가 그런 작가님과 댓글 소통하는 것만도 놀랄만한 일상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역시 대단합니다.

영화를 통해 아이들 생각을 알아가고 있고요. 인생에 필요한 교훈, 메시지, 노하우를 영화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종종 한때 입어야만 생명력을 가지는 옷을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늘 생명력 있는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감독님과 작가님들을 존경합니다. 그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손길들이 열정을 다해서 합력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그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이번 영화는 아이들 속마음을 또 한 번 알면서 놀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부모의 눈높이가 미처 못 따라갔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주연배우이자 감독의 뚝심 있는 진행도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의 본격 스토리는 절대 올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무심코 한 말을 통해 아이들 속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함께 보면서 아이들의 속마음 알아가기도 이제 9번 남아갑니다. 여전히 함께 보면서 느낀 것들을 적어가고 있습니다. 30가지 정도 알아가고 아이들 말 번역을 하면서 30여 가지를 알아가지만 삼 남매인 것을 고려하면 아이 한 명당 20가지 알아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엄청난 감사가 있습니다. 아이들 맘을 모르고 함께 지낸 것에 비하면 지금 매우 감사하면서 진행 중입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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