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특별히 처가 어른들과 함께 봤습니다. 처가살이를 하고 있을 때였고 삼대가 함께 도전한 영화였습니다. 가끔 어른들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었습니다. 극장나들이는 생각보다 어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해서 가정에서 시청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삼대 영화 보기의 시작은 이랬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를 고르다가 '아! 이 영화는 어른들과 봐도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어른들(아내의 부모님)의 의향을 여쭤본 후 일요일 오후 어른들과 함께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큰 스케일과 역사서사에 기반한 스펙터클 대작을 선호하시는 아버님과 정반대 영화를 선호하시는 어머님과 함께 볼 영화를 고르는 것도 수월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탐 아저씨의 탑건 2'는 성공적인 선택이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노익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액션대작 '미션 임파서블'시리즈를 찍고 있으며 온 가족이 함께 보면서 만족도가 높았었기에 '탐 아저씨의 탑건 2'는 좋은 느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른들까지 대동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실패해도 '아이고! 이번에는 잘못 골랐습니다. 죄송합니다.'로 정중히 사과드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홈씨어터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거실 창문에 블라인드를 내리고요. 팝콘을 캐러멜맛, 일반맛으로 준비해서 세 봉지 튀겼습니다. 콜라를 포함한 탄산음료도 준비했습니다. 거의 소극장처럼 꾸몄으며 어른들은 소파에 앉으시고 아이들은 거실바닥에 앉았는데 자리를 잡자마자 다들 팝콘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극장에 앉아서 영화를 절반정도 본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의 인트로가 끝나고 서서히 영화의 서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른들이 보시기에 괜찮을까?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내용(이야기의 전후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불안감을 동반하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토리의 전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갈등과 문제해결을 위해 대립하면서 속도감 있는 장면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너무 빠른 장면전환에 다소 힘들어하시는 것 같았고요. 장면마다 극적이고 빠른 전개만큼 빠른 자막전환이 버거우신듯했습니다. 그렇지만 전투기가 활강하면서 대립하는 액션씬은 더운 여름에 사이다 한잔을 쭈욱 들이킨 것 같은 시원한 맛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눈이 반들반들하면서 쉬지 못하고 눈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막내딸은 자막을 미처 못 읽어서 "왜 저래? 왜 싸운데?"라면서 수시로 물어보느라 영화에 몰입한 관객들(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영화의 긴장감과 엄청난 속도를 즐기다 보니 미스터리한 내용들이 풀리면서 모든 갈등상황이 해결되는 듯했습니다. 서서히 영화가 결말로 다가가면서 어른들도 '괜찮게 봤다!'라는 느낌으로 마무리를 즐기고 있으셨고요. 아이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영화의 마무리를 아쉬워하면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한마디- 나도 저렇게 조종하고 싶어!! - 탑건2 매버릭/ 큰아들, 둘째딸 난 영화 이해가 잘 안 돼! 그러니까 잼민이지!! 싸우지 마라!!! - 막내딸과 아빠
덩달아 느낀 한 마디- 그래! 영화를 보고 또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어서 참 보기 좋다! 아! 막내딸은 아직 어리구나! 그런 걸 반영해서 함께 볼 영화를 선정해야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긴장감과 속도감 넘치는 장면들을 통해 시원하기도 했지만 제일 좋았던 것은 아이들이 주인공을 보면서 파일럿을 하고 싶다는 아들, 하얀 제복을 입은 여자 배우들처럼 자기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딸들 말에 기분이 제일 좋았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통해 수시로 꿈을 바꾸면서 꿈꾸는 삼 남매가 기특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또, 수시로 무궁무진한 꿈을 꾸는 아이들이 사실은 부러웠습니다. 허무맹랑하지만 아이들이기에 대통령이 되고 싶기도 하고 파일럿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디자이너나 발레리나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아이들 꿈은 적어도 그렇게 무궁무진해야하는 것같습니다. 아직 한계를 모르고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어 하는 자유로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이 부러워서 더 칭찬하고 더 격려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하얀 제복 입고 서로 존중과 의리를 가지고 훈련하며 나라를 지키는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말에 그만 저는 또 실수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엄청 공부해서 공군사관학교 가야 하고 운동 열심히 해서 체력도 길러야 해. 키도 훤칠하다고 느낄 만큼 커야 하고!'라면서 아이들의 솜사탕 같은 꿈에 뜨거운 물을 붓는 말을 했습니다. 기특하다고 칭찬해 놓고 말입니다. 해맑은 아이들에게 현실의 박스를 씌우는 실수를 또 했습니다.
어른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 깔깔거리는 손주들을 바라보시는데 그저 귀여워하셨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영화는 어느새 끝났습니다. 모든 스토리가 정리되고 화면에 자막이 올라가는데 너무 허무했습니다. 그런 온 가족의 마음을 채워주기 위해서 영화 O.S.T와 영화 제작 뒷얘기(탐 크루즈 전투기 직접 조종, 배우들 사전 훈련, 전투기 체감속도 등등)를 함께 보면서 더 즐겼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삼 남매가 아직은 해맑고 순수하게 꿈꾸는 것이 제일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때가 묻은 아빠의 시선으로 '엉뚱한 현실적 조언'이 찬물을 끼얹는 실수를 또 했다는 반성도 한 영화이고요.
처가 어른들, 우리 부부, 삼 남매가 함께 홈씨어터를 준비해서 함께 영화 봤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다행인 건 그런 제안에 어른들도 흔쾌히 수락해 주시고 아이들은 아빠가 뭔가 또 제안했다면서 그저 좋아해 주고 즐겼습니다.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컸습니다.
아이들이 탑건 같은 스펙터클한 영화를 함께 볼 정도로 컸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속도감 있으며 어른들 세상에서 만들어지는 갈등과 대립, 올해과 해결사이의 다양한 상황들을 이해하며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왜 싸워? 왜 미워해? 뭐 때문에 저래?"라는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막내딸만 아직 이해 못 하는 상황이 조금씩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뽀로로' '또봇'처럼 아이들 시선에 맞춤식 영화 외에도 즐길 수준이 될 만큼 컸다는 것이 놀랐습니다. 사실 '탑건 2'를 보면서 아이들과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 속마음을 알아볼까 생각하는 것이 구체화되기도 했습니다.
관리의 중요성도 느낀 영화였습니다.
탐 크루즈가 여전히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탑건 1'에 나왔던 다른 배우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영화 뒷얘기를 찾아보니 나머지 배우들이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영화를 찍을 정도가 되지 않아서 출연을 고사하거나 출연불발이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도 영화 뒷얘기를 보면서 너무 놀라워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나이를 거스르는 관리는 할 수 없는 게 우리 일반인의 현실인 것을 알아서 조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탑건2'를 보고나서 궁금해서 또 요구했습니다.
"탑건 1은 보면 안돼요?" "탑건 3은 안 나와요?" 너무 궁금해하는 아이들과 결국 '탑건 1'도 보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다만 탐 크루즈가 너무 젊어서 아이들이 당황했습니다. "같은 배우에요?" "응.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탑건2가 나왔어!!" "탑건 3는 탐 크루즈가 너무 힘들어서 안 나올 것 같다"라고 답해주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매버릭'이라는 콜사인을 따라서 아이들끼리 별명을 만들어서 낄낄거리면서 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하나를 손에 쥐어주면 여러개를 만들어 즐기는 확장성도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 속마음이 보이는 것이 너무 짜릿합니다. 그래서, 상담할때 아이들과 함께 놀이하거나 미술활동을 하면서 아이들 속마음을 알아가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 깨달음과 함께 저의 말과 행동들의 잘못된 부분들도 느낄 때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탑건 2'덕분에 아이들과 영화를 보면서 속마음을 알아가는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어서 좋았고요. 삼대가 즐기는 '홈씨어터 문화'도 만들 수 있어서 괜찮았던 처가살이였습니다.
이번 스토리도 여기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진짜 아이들 속마음을 많이 알아가는 것 같아서 매 발행글마다 저는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영화 스토리를 속속들이 전하면서 ㅇ리는 글이 아니다 보니 재미없으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영화 보면서 조금 더 아이들 마음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값진 열매입니다. 끝까지 정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