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글로벌한 감각을 심어주고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많이 생기게 해줄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버킷리스트중에 미래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족 모두가 걷고 그다음으로 전 세계를 1년간 돌아다닐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할 영화를 찾다가 찾은 영화였는데 대박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고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반응은 엄청났습니다. 영화제목은 바로..
'숀더쉽'
아주 가볍게 즐기는 영화이면서 두시간정도 영어를 원어대사를 듣고나면 귀가 말랑말랑해질 것 같다는 기분으로 "재밌게 봐라!!"라고 몇 번이나 말해줬습니다. 더빙말고 원어대사와 자막으로 아이들이 영화를 본다는 생각에 굉장히 설레었습니다. 특히나 클레이로 만들고 스톱모션으로 제작한 영화라서 아이들의 큰 흥미를 유발할 것이고요. 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수록 아이들이 엄청나게 웃었습니다. 아이들이 재밌어서 웃고 즐거워하는 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즐거워하고 누군가는 황당해했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워했고 저는 황당해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한마디 던졌습니다.
아이들 한마디-
아빠. 아빠가 이런 걸 골랐대요. 히히히
아이들이 그제야 본심을 드러내놓고 한 마디씩 했습니다. 그 영화는 엄청 재밌습니다.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들이 만지고 싶을 만큼 귀여우면서 스톱모션촬영기법 때문에 너무 재밌었습니다. 수시로 깔깔거리면서 웃었습니다. 영화가 그만큼 재밌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웃은 이유는 사실 '아빠의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아주 재밌지만 영어 원어 대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애초에 '윌레스 앤 그로밋'에 나오는 양이 주인공인데 '양들의 대화'가 영어로 길게 말할 리가 없었습니다. 그저 눈빛과 행동, 감탄사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즉, 저의 의도와는 정반대였습니다. 글로벌한 마인드와 우리가 꿈꾸는 버킷리스트 속 세계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자면서 아빠가 보여준 영화치고는 실패작이었습니다. 그저 양들의 반란시도가 귀여웠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의욕충만한 의도가 반영된 영화선정의 실패가 통쾌했던 것이었습니다.
덩달아 느낀 한마디-
아빠도 실수할 수 있지모. 근데 너무 통쾌하게 웃네. 내가 늘 뭔가를 계획하고 하자고 하면서 괴롭혔나보네. 그런데 이제야 아빠의 잘못을 알겠네. 미안타.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제 속마음을 적으면서 저는 놀랐습니다. 다시한번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현실을 직시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다행인 것은 제가 아주 쪼끔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는 아이들의 그런 반응에 바로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끄던가 다른 영화를 다시 골라서 보도록 했을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아빠의 다음 행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조마조마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냐? 아빠가 잘못 골랐네. 그래도 재밌으면 된 거다. 끝까지 보려면 봐!"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 영화가 끝나고 나니 아이들은 낄낄거리면서 탈출을 도모하던 양들의 이야기에 여전히 웃고 있었습니다. 아빠의 의도된 계획이 철저히 실패한 영화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클레이, 스톱모션, 동물들의 기발한 행동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이후 아쉬운건지 영감이 떠오른건지 몰라도 클레이를 사다가 이것저것 만들고 놀았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아이들 속마음을 다시 한번 경험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저의 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고요.
출처: 다음 영화에서 발췌, 인용
아직도 아이들은 아빠의 실수에 쾌재를 부릅니다.
아빠가 완벽을 추구하고 순간순간 잔소리하면서 치우도록 다그치면서 규칙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행동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사정없이 흔드니까 일상속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힘들어할 때가 많습니다. 명분은 아빠 출근하고 나서 엄마 힘들게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지만 사실 아빠가 보기에 못마땅한 것들에 대한 잔소리들이었습니다. 그런 아빠가 실수하거나 엉뚱한 것을 하면 아이들은 '통쾌한 마음'으로 '쾌재'를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은 아빠가 그런 존재인 것을 다시 확인한 영화였습니다. 갈 길이 멀지만 쉼표 없이 열심히 고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이 영화 보기를 힘들어합니다.
말그대로 아이들은 영화보는 것이 싫다고도 합니다. 약 200여 편 정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현실과 너무 다른 상황이 싫다는 것입니다. 일본 영화를 보면 직접 가서 먹어 보고 싶고요. 유럽영화를 보면 직접 가서 사진 찍으면서 알록달록 아름다운 영화 속 건물들을 실제로 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간접체험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국적, 장르, 시대를 초월해서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어릴 때는 그저 '재밌다.'였는데 지금은 '저길 직접 가보고 싶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여서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 해외여행가요. 제발 가요. 자꾸 영화로만 보니까 힘들어요." 그런 의미로 영화 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그래? 우리 이번에는 일본 갈까?"라고 선뜻 말해주지 못하는, 정확히 말해서 아이들 희망사항을 쿨하게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아빠라서 미안했습니다.
조금은 바뀐 저를 느낄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조금은 변한 저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실제로 예전에 종교영화를 온라인 구매해서 보게 한 적이 있습니다. 큰돈을 주고 구매한 영화라서 '재밌게 봐!'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는데 10분 만에 끝난 영화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면서 웃어서 그 당시에는 "어디 봐바! 진짜 그런가? 에이. 잘못 구매했네. 이게 뭐야!'라면서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 그랬습니다. "아빠가 실수했네. 그렇지만 재밌으면 계속 봐!"라고 말하고 있는 저를 느끼면서 나름 잘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변화된 아빠를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덧붙여서:
영화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스토리를 묘사하면서 평론관점에서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저는 영화를 매개체로 해서 아이들 속마음을 알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영화를 깊숙이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제 글이 그래서 허술해 보일 수도 있고 영화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부족한 글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늘 영화를 같이 보면서 아이들 속마음을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어서 나름대로는 뿌듯합니다. 아이들을 각자 앉혀놓고 맛있는 것을 사주면서 "말해봐 봐! 아빠한테! 너는 어떤 생각을 하니?"라고 해도 쉽게 알 수 없는 아이들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둔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벌써 10회 미만으로 남아서 아쉽지만 이 프로젝트가 끝나도 '생활습관'으로 이어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