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창업 프로젝트_2
앞선 글에서 왜 스텔스 창업을 고려해야 하는지 중요성 및 필요성 차원에서 언급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직접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근육을 미리 키울 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사를 다니면서 스텔스 창업을 할 수 있을지를 시간의 확보, 자원의 확보, 학습 그리고 실행의 4가지 차원에서 제안해보려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저녁 시간 일부와 주말의 일부를 비즈니스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따로 떼어놓는다. 먼저 시간을 떼어놓아야 약속 등으로 시간을 쉽게 써버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가족과 충분히 대화하여 집중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일주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에도 회사를 다니면서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시간을 내어 디벨롭핑을 하도록 했다. 저녁, 주말 시간에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잘하는 사람들이 나와서도 잘한다. 특히 이제는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작되었으니 가용 시간은 늘어났다. 독서모임도 가고 다양한 취미활동들을 할 수 있지만 그 시간에 사이드 프로젝트도 여러 개 해보고 그중 진짜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자. 이 모든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자원은 결국 ‘사람’과 그들의 ‘능력’이 전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혼자서도 기본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시장성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 명함에 가려지거나 부풀려져 있는 나의 능력 말고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것. 개발인지, 디자인인지, 사업 기획인지, 영업인지, 문서작성인지. 물론 개발, 디자인 등 초기 스타트업에서 강력하게 활용될 수 있는 능력이 몇 가지 있지만 그것 말고도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은 많다. 오히려 그것 이전에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을 기획하고 이루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나 혼자서도 기본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일단 내가 먼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나를 확인한 후에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찾아야 한다. 사실 이것이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정말 만고 불변의 진리이며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더욱 그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팀 빌딩을 잘하기도 어렵고, 간신히 빌딩이 되어도 다시 흩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아무리 친하고 좋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나와 일할 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던지하여 실제로 일을 같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드머니도 물론 준비해야겠지만 돈만 있다고 창업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훌륭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과 함께 사업이 궤도에 오르도록, 하다못해 최초 프로덕트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버티기 위해 시드머니가 필요한 것이고 좋은 사람들을 추가로 합류시키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돈도 준비해야 하지만 그전에 ‘사람’과 ‘능력’을 먼저 준비하면서 돈을 생각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창업은 공부로 되지 않는다. 반드시 실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행만 한다고 방향도 전략도 고객 이해도 없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시장을 공부하고, 고객을 공부하면서 실행해야 한다. 전략, 스타트업, 조직, 브랜딩, 마케팅, 미래 전망 등등 온갖 분야의 책을 보고 함께 학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창업을 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읽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매월 1회씩 유니콘 스타트업 케이스 스터디 커뮤니티를 꾸준히 진행하고 운영하면서 그 과정에서 또한 학습하기도 했다. 비즈니스로 시작한 것이 학습이 되면서 굉장히 다양한 곳에 접목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직접 개발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개발자와 소통을 위해 개발도 직접 배우기도 했고 기획을 위한 툴도 배우기도 하고. 스타트업을 하려면 이렇게 끊임없이 학습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한다.
그리고 그러한 학습과 머릿속의 생각과 고객의 반응 등을 모아 직접 실행을 한다. 비즈니스 기획을 하고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고 고객을 만나보는 것. 사실 이 단계에서의 비즈니스 기획은 그냥 가설 덩어리인 경우가 많다. 그 가설이 옳음을 직접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을 만나보면서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실행의 과정이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멋지게 전략을 세우고 프로덕트를 만들었는데 당장 고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쁜 쓰레기를 하나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시기가 너무 빨라서일 수도 있다. 전자라면 빠르게 가설을 수정해야 하고, 후자라면 어떻게든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치고 버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실행 과정에서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된다고 진짜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고 사업성이 증명된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스텔스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중간 목표로 삼기에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만약 성공하여 선발된다면 초기 시드머니도 어느 정도 해결되기도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또 저 앞의 많은 과정을 더욱 빨리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내가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그리고 직접 스타트업을 하면서 느낀 것들이다. 실제로 사내벤처 프로그램도 이렇게 기획했다. 시간은 야간에 하고 (최종 선발되어서 full time으로 하기 전에는 야간과 주말에 시간을 어떻게든 짜내서 발전을 시킨다) 사내에서, 외부에서 가능한 함께 할 팀원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대하여 전략, 재무, IP, 개발, 서비스 기획 등에 대한 개론을 학습하고 유니콘 스타트업 케이스 스터디를 통한 스타트업 전략 마인드셋을 획득할 수 있도록 했다. 비즈니스 기획 등 실행 과정에서 가능하면 고객 인터뷰도 해보도록 하고 사업계획서를 수도 없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동일 기업에서 사내벤처 시즌을 2개 진행했고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한다. 대기업 -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직접 창업하면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참여자들과 의사결정권자들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에 맞게 프로그램을 세팅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즌에서는 환경의 제약으로 일부 변경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콘셉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사내벤처 프로그램이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만약 없더라도 저 과정을 거치면 일단 시작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을 확보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학습하고 실행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것이 어디까지 나를 이끌어가는지 이때까지 하지 못한 놀랍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스텔스 창업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