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모먼트 : 치유적 일상
어느 날, 친한 동생 J가 사진 한 장을 보내주며 안락사를 앞둔 버려진 개를 임시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 강아지의 사진을 보니 덥수룩한 털에 덮인 채, 잘 보이지도 않는, 겁에 잔뜩 질린 듯한 눈빛이 안쓰러웠다. 나이도 가늠할 수 없었고 꽤나 먹은 듯 해, 입양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역시나 그렇기 때문에 임시보호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는 가여운 강아지였다. 사실상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의 그 아이를 J가 선뜻 임보(임시보호) 하겠다 한 것이 놀라웠고, 한편으론 정 많은 J가 임시보호 이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했다. 이후 동생은 그 아이를 데리고 오더니 미용을 시키고 쿠크라는 이름을 짓고, 쿠크를 위한 아늑한 환경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SNS 계정을 만들어 그 아이의 영상을 올리며 열렬히 사랑을 부어주는 모양이 기특하고 이뻤다. 워낙에 사랑이 많던 J였던지라, 자기 안에 간직했던 열기를 한껏 내뿜어주는구나 싶었다.
결국 나의 예상대로, J는 임시 보호자가 될 수 없었다. 영혼의 교감이 첫눈에 통했듯, J는 결국 쿠크를 입양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J 부부의 집을 찾아가 쿠크를 실물로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 봤던 그 사진 속 머털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껏 초라했던 그 모습과는 다른 강아지가 때깔 곱게 다소곳한 모양으로 노즈 워킹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사진을 보자마자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응. 눈이 너무 예뻤어
다시금 마음이 갸우뚱했다. 덥수룩한 털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던, 한껏 풀 죽어있는 그 눈을 J는 한눈에 발견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J는 사진을 보자마자 그 눈이 예뻐 데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눈빛을 그저 스쳐지나 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 털을 벗겨내고 미용을 한 쿠크를 보니, 그 말이 정말이었구나 싶었다. 속눈썹이 새끼손가락만큼 기다랗게 내어져 있었고, 그렇게 영롱하고 동그란 눈을 가진 존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 만남에선 경계심 많던 쿠크였는데, J와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쿠크는 활발하고 기고만장하게 세상을 누비는 강아지가 되었다. “저 보세요! 저 엄청 사랑스럽죠?”라고 하는 듯 흔드는 엉덩이가 사랑스럽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마음들은 유기된 상태이다. 많은 이들이 덥수룩한 털에 묻혀있는 쿠크의 눈처럼, 누구도 다듬어주지 않은 상처에 가려진 진짜 빛나는 마음을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에 상담실을 찾는다. 상담의 효과에서 ‘내담자가 긍정적으로 변화될 것임을 믿는 마음’은 생각보다 엄청난 변량을 차지한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있다. 버려진 마음으로 상담실을 찾은 내담자가 내 눈에는 예뻐 보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비난했던 감정과 모습일지언정 나만큼은 따스한 시선으로 머물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머물다 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야기가 애잔하고 사랑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면 상담은 한 편으로 생애 경험해본 적 없는 충격적인 만남을 경험하는 것과도 같다. 내게 대어준 적 없었던 그 낯선, 따스한 눈빛을 조금만 견디어보면, 그 시선은 나라는 존재에 진작 머물러야 했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은 학습이 되어 일상에서 애정어린 시선을 스스로에게 대어주기 시작한다. 치유의 시작이다.
사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가는 과정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되 발견되지 못한 당신의 빛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다른 이들과 스스로의 무관심에 안락사돼버릴 뻔 한 당신의 마음 곳곳엔 숨은 빛이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인생의 풍파가 몰아치는 사건들 가운데에서도 지켜온 당신의 마음에 사랑의 시선이 다시금 머물길, 온기가 스미길 진심으로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