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왜 수술 시키셨어요?

담석증 일기 5

by 새벽숨

19.02.03~19.02.05


잠을 잘 못 잤다.


담석증 수술 직후 침대에 누웠는데 배꼽과 명치 쪽이 당기는 느낌이 드는데, 스트레칭할 때 당기는 정도가 아니다. 내 몸무게 두 배의 역기를 들 때 주는 힘이 명치에 다 쏠리는 것 같다.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그냥, 아주 힘들다는 뜻이다.


당기는 느낌은 누울 때 뿐이니 한 번 누웠으면 잘 잘 수 있지 않나 싶지만 난 태아자세로 자야 평안하다. 그런데 옆으로 누우면 쓸개가 빠져나간 빈 자리에 다른 장기들이 쏟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화장실에 갈 때, 산책할 때 힘을 많이 주는지 목과 어깨가 그렇게 아프다. 가만히 누워있어도 어깨가 아파서 옴짝달싹해보지만 배가 더 아프기 때문에 또 가만히 있게 된다. 결국 설날에 부모님께 수십 분간 안마를 시키는 딸이 되었다. 불효녀는 웁니다.


담석증 수술을 하고 나면 화장실 한 번 가는 것이, 제 발로 일어나 복도를 한 번 걷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된다. 수술 다음 날, 내 의지로 일어난 일은 화장실과 산책을 갈 때 뿐이었는데, 화장실에 갈 땐 몸의 욕구에 못 이기는 날 원망했고 산책을 나설 땐 내 몸이 얼른 정상화될 수 있도록 날 응원했다. 이중인격자인가. 어쨌든 이 미션들을 완수하면 내가 그렇게 기특하다.


식사는 퇴원할 때까지 죽이 나왔다. 먹는 것은 크게 제한이 없다고 알고 있었지만 식욕도 없었기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죽을 일주일간 먹었다. 여담이지만 정형외과 입원할 때도 느꼈는데, 이 병원 영양사 정말 너무하다. 이 병원에 음식 컴플레인이 그렇게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유가 있다. 반찬의 조화를 어쩜 그렇게도 못 맞출 수 있는지 그 센스가 놀라웠다. 어떤 날은 반찬이 다 초록색이고 또 어떤 날은 죄다 빨간색이다. 밥 대신 죽을 주면서 반찬은 온통 짜고 기름졌다. 반찬을 보고서 ‘담석증 후에는 정말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가 쏠리는 느낌, 명치와 배꼽이 당기는 느낌, 담 걸린 느낌은 3일간 차차 옅어진다. 그런데 소화불량은 퇴원 때까지 이어졌다. 쓸개가 없으니 식후 담석으로 아플 일은 없겠지만 내 위장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순한 음식에 손이 갔다. 하지만 이것은 식욕이 없었던 때의 마음이었고 수술 후 3일이 지난 후부터 자극적인 음식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먹방’이 얼마나 위대한 콘텐츠인지 깨달았고 그들의 먹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했다. 인간에게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유명하다는 '먹방 유튜버'들을 다 섭렵했다.


나의 집도의도 2년 전 담석증 수술을 받으셨다던데 아직도 중국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고 매일 우루사를 챙겨먹으려 노력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환자 중 라떼를 먹은 후 우유 때문에 설사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의사가 말하기로는 수술 후 소화불량, 설사가 나타날 확률이 10% 정도라고 하지만, 그냥 담석증 수술을 받았다면 소화불량과 설사 정도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불편감을 주는 음식을 파악한 후 불편하기 싫으면 그 음식을 줄이는 게 맞다. 식욕을 못 이겨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많이 먹었다면 그만큼 약한 복통을 동반한 설사를 감수하면 된다.




그런데 퇴원 날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내 몸에 있던 것은 ‘담석’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말인가 싶지만 내 쓸개를 그렇게 쥐어틀었던 것은 돌이 아니라 모래였단다. 여기서 말하는 모래는 '담석슬러지'로, 담석이 되기 전 단계이다. 수술 전 알아 본 정보에 따르면 슬러지 단계에서는 우선 약물을 사용하면서 경과를 지켜본다고 했다. 굳이 수술부터 할 필요는 없었다는 뜻이다.


어디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몰랐던 조직을 떼어낸다고 해서 큰일이야 있겠나 싶었다. 어차피 문제가 있는 조직은 제거해야 하고 그렇게 나타날 결핍은 약이 해결해 줄 테니까. 시간이 적응시켜 줄 테니까.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수술을 결정했다.


쓸개 빠진 X이 되기 전까지는.


떼어낸 갑상선을 대신해 줄 호르몬제를 먹으면서도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신체에 쓸데 없는 부분은 없다'는 분명한 진리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퇴원 후 첫 진료 때 의사 선생님께 분명히 물어보기로 했다.

저 왜 수술 시키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