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사람이 보이면 나도 다가갈게요, 당신처럼

담석증 일기 1

by 새벽숨

내 생애 첫 번째 수술은 갑상선암 수술이었다. 이후 호르몬제를 평생 먹어야 하고 만성 피로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 외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그리고 약 2년 후 난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가 생겼다. 오래 알아 왔지만 같이 살면서 또 다른 면모들을 접하며 매일이 새롭고 어색한, 그래도 즐거운 신혼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새댁이 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쯤, 난 길에 주저 앉았고 생애 두 번째 수술을 받아야 했다.




19.01.21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려는데 속이 불편해서 평소 먹던 소화제를 털어먹고 버스를 탔다. 하차할 때가 되어 일어서는데,


숨이 안 쉬어졌다.


하,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감당하지 못할 고통이 곧 시작될 것임을 몸은 먼저 알았던 것 같다. 온 신경은 숨까지 죽이며 ‘위’에 집중하고 있었다.


- 하차입니다 -


여전히 위장에 집중한 채 버스에서 조심히 내리는데,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얄팍한 글재주로 도무지 설명할 수 없지만 그래도 표현해보자면,


위 안에 뾰족한 고체가 있는데
위는 그 덩어리를 파괴하려는 듯
미친듯이 조였다.


허리를 펼 수 없고 걸을 수도 없었다. 근처 가게의 대리석 계단에 앉아 벌벌 떨었다. 영하의 날씨 때문인지, 처음 겪는 신체적 반응에 놀랐기 때문인지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한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신음이 새어나왔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부여 잡았지만 고통은 달래지지 않았다. 통증을 견뎌내려 악을 쓰다보니 그 추운 날 속옷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 약한 위장을 달래는 데 익숙했던 나라서 웬만한 불편감과 통증에는 놀라지 않는데 이건 그간 겪어 온 ‘급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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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녹아서 구멍이 난 걸까’

‘오늘 먹은 사과에 독이 있었나’

‘피를 토하려는 걸까'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당시 진심으로 내 머리를 채웠던 질문들이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출근 걱정이 생사 걱정으로 옮겨간 순간 전화를 잡고 119를 부르려다 남편이 더 빨리 올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아파요? 아픈 거예요?



여자 목소리다. 고개를 드니 30대 초중반의 여성분이 떨리는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난 위경련인 것 같다고, 지금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날이 너무 추우니 남편이 올 때까지 본인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난 남편이 날 찾지 못할 수 있으니 밖에 있겠다고 했다. 이미 고비는 넘긴 상태였고 땀도 안 났다. 한 마디로 '이제 살았다' 정도. 그렇지만 이 견딜만한 통증이 다시 죽음을 생각나게 할까봐 두려운 상태였다. 내가 밖에 있겠다고 하니 여성분은 가셨고 그렇게 또 10분가량 지났나. 여성분이 다시 왔다.


안 되겠어요. 차에 들어와서 기다려요. 이러다 큰일나요.


그 추운 날, 바쁜 출근길에 굳이 차를 세워 날 계속 지켜보고 계셨던 것이다. 비상등을 켠 채로 20분씩이나. 하지만 이제 정말 남편이 올 것 같아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어떤 남성분이 음료를 들고 뛰어오셨다. 여성 분과 동승한 분인 것 같은데 편의점에서 급하게 따뜻한 음료를 사들고 오신 것이다.


이걸 마시든 들고 있든 해요. 너무 추워요, 지금.


그때 마침 남편 차가 보였다. 남편이 달려와 날 일으켜 줬지만 허리를 펼 수 없어서 그 감사한 분들께 눈도 못 맞추고 헤어졌다. 이후 그곳을 지날 때마다 비슷한 차종만 보아도 힐끔거렸다.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서.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저도 쓰러진 누군가가 보이면
먼저 다가갈게요.



조수석에 타자마자 그렇게나 울었다. 소리내서 엉엉 울었다. 고비는 넘겼고 살 만한데 그제서야 눈물이 터졌다. 이제 살았다싶어 안도감이 든 것인지, 길바닥에 아파 엎드러진 게 창피하고 서러워서인지.






정형외과에 입원한 후 퇴원한 지 6일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증상을 말하니 의사는 쓸개에 돌이 있는 '담석증'을 의심했고 다음 날 예정된 정형외과, 소화기내과 진료에 초음파 검사를 추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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