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일기 1
2017년의 난 지금과 같이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9시 출근에 6시 퇴근. 1시부터 2시까지 점심. 병원 사무직이라 몸을 쓰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왔다.
우리 부서는 나를 포함하여 3명이었다. 졸고 있으면 눈치를 챌 수밖에 없는데 누구도 날 혼내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화장실에서 간간이 눈 붙이고 오는 걸 알고 있는 대리님은 “피곤하면 수술방 가서 누웠다 와. 6시까지만 오면 돼.”라는 스윗한 말로 날 감동시켰다. 물론 환자를 위한 수술방은 나의 휴식처가 될 수 없었지만 그런 상사 분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싶었다.
내 나이 이제 27세. 직장생활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수업 듣다 조는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허벅지와 엄지, 검지 사이를 얼마나 꼬집었던지 멍이 들 정도였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졸고 있다. 몸은 분명 일이란 걸 하고 있고 머리로는 생각이란 걸 하고 있는데도 매일같이 졸릴 수 있는 걸까?
월요일엔 월요일이라서 그런가보다 했다. 화요일엔 월요병이 낫지 않아서, 수요일엔 한 주의 꼭대기에 있어서, 목요일엔 그냥 왠지, 금요일엔 토요일을 기다리느라 지쳐서, 출근하는 토요일엔 나른해서. 그래, 현대인은 매일 피곤한 법이지.
하지만,
거 너무 심한 거 아니오
하루도 안 조는 날이 없다. 퇴근하면 괜찮을까? 그것도 아니다. 퇴근길에 신난 인파에 밀려 새로운 피곤에 질퍽질퍽 절여진다. 엄마가 차려 준 밥을 먹고 바로 자는 데도 다음 날이 되면 상쾌한 아침 대신 불쾌한 알람이 날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살 순 없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이제 20대 중반이다. 소화 장애로 부모님 애를 종종 태우지만 내가 그렇게 약한 청년은 아니라고 믿어 왔다. 피곤은 간 때문이라는데 간이 안 좋은가. 술을 입에 대 본 적도 없는데 간이 나쁠 리가. 그래, 비타민 부족이다. 아니, 비타민이든 뭐든 뭐라도 부족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피곤함을 설명할 길이 없다. 뭐가 부족한지 알아봐야겠다.
일하고 있는 병원에는 임상병리실이 있다. 토요일도 격주로 일하는 직장인이 보건소나 일반 내과에 가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피검사를 받기엔 연차가 아까우니 직장을 최대한 이용해 보고자 했다. 그래서 환자들과 직원들 눈을 피해 조용히 임상병리사 선생님을 찾아갔다. (병원에서 일하는 게 좋았던 첫 번째 사건)
“선생님, 제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데 피검사 좀 해주실 수 있어요? 비용은 낼게요.”
“비용은... 나중에 얘기하고. 피곤한 것 말고 다른 증상은 없어요?”
“네. 하... 근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수면제 먹은 것처럼 기운이 없어요. 사실 피곤하다고 얘기하지만 그냥 잠이 오는 거예요. 시도 때도 없이. 그래서 어디 얘기하기도 창피하고... 간수치나... 뭐 염증 있어도 피곤하다던데 그런 거 검사할 수 있어요?”
선생님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검사항목에 ‘갑상선’도 추가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다. 갑상선? 들어본 적이 있긴 하지만 어디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는 조직이다. 아무튼 임병선생님 말을 잘 들으면 나쁠 것 없으니 갑상선이란 친구도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3일 후 문자가 왔다.
“새벽쌤, 피검사 결과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