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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Oct 31. 2023

내 옆에 있으면 왜 다들 죽는 거야 (2)

내 잘못도 있는 걸까?

금요일 저녁... 아빠의 상태가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다.

내일 아침에는 아빠를 모시고 C 대형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와 아이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아빠가 쓰러져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단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빠는 의식이 없었고, 병원의 의사는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있었다. 대형병원으로 옮겨야 할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앰뷸런스에 아빠를 태우고 바로 근처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앰뷸런스를 타고 가는 동안 머리에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자 몇 명의 의사들이 달려들어 다시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 사이 남동생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엄마를 모시고 대학병원으로 왔다. 의사들이 심폐소생술을 계속했지만, 맥박이 돌아오지 않는단다. 보통 이 정도 심폐소생술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더 해도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래도 더 해달라고 했다. 지나친 심폐소생술 탓인지 아빠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엄마는 아빠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내가 옆에 잠깐 없었다고 이렇게 가버리냐"라고 아빠를 붙잡고 계속 우셨다.



장례식을 위해 다시 아빠를 모시고 집 근처 병원으로 내려오면서도 계속 자책했다.


'내가 오늘 저녁에 C 대형병원으로 갔으면 적어도 이 상황에 대처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아빠가 의식을 잃어서 중환자실로 갈지언정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빠 상태가 안 좋았는데, 내가 혼자 모시고 가기 힘든 마음에 아빠가 괜찮을 거라고 믿고 싶었던 거 아닐까? 나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아빠가 돌아가신 거 같아...'


'엄마가 옆에 있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엄마가 자리를 비운 며칠 사이에 내가 아빠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결국 아빠를 돌아가시게 한 것 같았다.


 



두 번째 사건은 2년 전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혼자 계시는 엄마가 외로워 보여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다. '하니'라고 이름 붙인 말티즈는 예쁘면서도 정말 영리한 아이였다.


엄마랑 통화하면서 뭐 하시냐고 물으면 "하니랑 놀고있다"고 하시거나, "하니랑 운동 갔다 왔다"고 하셨다. 가끔 통화하는 수화기 너머로 "하니야~ 너랑 나랑 둘이 사는데 같이 침대에서 자자"하면서 강아지를 안고 주무시기도 했다.


그러던 강아지가 어느 날 밥을 안 먹기 시작했다. 입맛이 없나 싶어 사료를 바꾸고, 간식을 줘도 조금만 먹다가 그만두었다. 애가 탄 엄마가 소고기를 구워서 주기도 하고, 닭을 삶아서 주기도 했지만 그때 잠깐 먹을 뿐 다시 사료도 물도 거의 먹지 않는 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다리를 절듯이 비틀거리며 걷기도 했다.

언니가 강아지를 데리고 근처 동물병원들을 여기저기 다니며 약을 받아 먹였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마다 다른 진단명을 이야기하며 온갖 종류의 약을 주었고 어떤 약도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집을 갔는데 강아지가 몸이 뜨겁게 느껴졌다. 더 지켜보면 안 될 것 같아 차로 몇 시간을 달려 큰 동물병원으로 갔다. 그 동물병원에서 다리 X-ray부터 혈액검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검사를 하더니, MRI를 찍어봐야겠다고 했다. MRI 기계가 있는 다른 동물병원으로 다시 가서 검사를 해본 결과 뇌수막염이라고 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고, 약을 한가득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위장염증도 심해서 사료 외에 짠 음식을 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엄마는 그때도 약간 인지가 떨어져서인지 혹은 고집인 것인지 강아지가 원하면 어떤 음식이든 다 주었다. 짜고 양념이 들어간 사람음식도 말이다.

 

"엄마, 그런 거 주면 하니가 더 아파"    

"아니, 내가 먹고 있을 때 옆에서 애처롭게 쳐다보는데 어떻게 안 주냐. 주면 이렇게 잘 먹는데..."


이런 실랑이를 자주 했다. 강아지의 몸 상태는 음식과 약을 꾸준히 챙겨 먹여야 했지만, 본인의 음식과 약도 잘 안 챙겨드시는 엄마가 강아지를 잘 돌볼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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