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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Jul 21. 2024

나의 출근길

매일 같은 길을 같은 시간에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날씨의 변화다. 사계절의 큰 변화보다는 하루하루 조금씩 변해가는 날씨의 변화를 크게 느낀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습하다거나, 매미우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거나, 해가 더 뜨겁다거나 특히 요즈음 같은 더운 여름에 아침 출근길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조금씩 다른 햇빛, 바람, 냄새 그리고 소리를 느끼며 같은 길을 걷다 보면 나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다. 같은 사람들을 같은 시간에 비슷한 위치에 보게 된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나처럼 출근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등교하는 학부모들을 마주친다. 여러 번 마주치다 보면 그 사람들의 삶, 하루가 궁금해진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 시간에 강아지와 산책을 하며, 어디에서 일하길래 나와 반대로 걷고 있으며, 부모님은 어디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녀의 등교를 함께 하는지, 나와는 다른 어떤 삶의 양태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어떤 날은 한동안 매일 마추지던 사람이 안 보이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치게 돼 괜스레 반가워 인사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마주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새롭게 마주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며 조금씩 출근길의 풍경이 달라짐을 느낀다.


독일에서는 걸어서 출퇴근을 하였다. 독일은 정확하고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는 말이다. 출근을 하며 마주치는 사람들을 정확히 같은 위치에서 마주치게 될 때, 정말 지독한 독일 사람들... 하며 그 말을 떠올린 적이 있다. 독일에서 일했던 회사의 사장님이 부인과 만나게 된 이야기를 한번 해준 적이 있다. 당시 사장님이 직장생활을 했을 때, 기차를 타고 30분 거리의 다른 도시로 출퇴근을 했었는데, 지금 부인인 Diana와 출근길에 자주 마주쳤다고 했다. 아마 하도 길에서 자주 맞추져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어느 날 같은 기차 칸에 타게 됐는데 Diana가 먼저 자기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친구가 됐고, 그렇게 사귀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참 로맨틱한 이야기다.


출근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나는 어떻게 지내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잘 지내고 있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출근 길이 기쁘고 설레는지, 나는 행복한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나면 답을 내리다 어느새 회사에 도착해서 그런 질문들을 까먹은 채 일하기 시작한다. 퇴근길에는 신기하게도 출근길에 했던 생각들을 다시 할 수 없게 된다. 같은 길, 같은 시간이지만 같은 사람을 마주치는 일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일도,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할 일도 없게 된다. 마치 완전히 다른 길인 것처럼 말이다. 일상이 지루하고 새롭기를 바란다면 출근길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집중해야겠다. 분명 무언가는 변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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