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레첼리나 Aug 04. 2024

불안한 직장인

독일에서 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졸업에 대한 기쁨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닥쳐왔다. 남편이 졸업을 할 때까지는 독일에 계속 머물러야 했으니, 나는 독일에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처지였다. 독일에서 학교 다니는 것도 언어 때문에 스트레스였는데, 독일에서 직장을 구해야 한다니... 너무 무서웠다. 사실 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없었다. 졸업과 동시에 부모님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은 해야 하는데, 직장을 못 구할까 봐 불안하고, 구한다고 해도 어떻게 독일 사람들과 일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걱정은 걱정이고, 그럼에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고, 구직 사이트에서 지원서를 넣었다. 인터뷰의 기회는 꽤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항상 고배를 마셨다. 독일 고용주 입장에서도 외국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계속 여러 군데에 지원했다. 마지막으로 면접 본 데서 몇 주 뒤에 연락이 왔다. 회사에 와서 4시간 정도 실무 과제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독일에서는 흔히 있는 채용 과정 중 하나이다. 나는 그렇게 실무 과제 테스트를 잘 마치고, 기적처럼 독일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됐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사장님은 내가 외국인이라 독일 사람들과 잘 소통하며 일할 수 있을지 몇 주 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정말 운이 좋게 코로나가 독일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에 직장을 구했다. 입사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많은 가게들은 셧다운 했고, 독일의 경제도 위축되고 취업 시장도 어려워졌다. 우리 회사에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일이 없는 날에는 휴가 쓰기를 권장받았고, 몇 명은 단축근무를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어려움을 조금씩 이겨내고 회사에 안정기가 찾아왔다. 일도 많이 들어오고 나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일하면서 나는 내내 불안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일한다는 것은 회사에 앉아있는 8시간 내내 초집중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잘못 알아들어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닌지, 이런 것도 물어봐도 되는지, 다시 확인차 질문해도 되는지 등등 정말 아무것도 몰라 두려웠다. 처음에 실수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동료들이 먼저 나에게 재차 설명해 주고, 모르면 또 물어봐도 된다며 나를 다독여줬다. 불안의 연속이었지만 나는 매일매일 배우며 엄청난 성장을 했다.


한국에 다시 귀국해야 했을 때, 한국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유학을 했기에 내 나이 또래보다 직장 경력이 부족했고, 독일과 달리 뭐든지 빠르게 하는 한국 회사에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다행히 직장을 구하게 되었고 일도 빠르게 적응했다. 한국어는 나의 모국어라 독일에서 처럼 혹여 내가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없었다. 그럼에도 조금씩 마음이 불안했다.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내 다음 직장은 어디가 될까? 언제 이직하는 것이 좋을까? 이 회사는 계속 유지가 될까? 내가 언제까지 회사라는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이번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라는 영화에서 '불안이'가 새로운 캐릭터이며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춘기가 시작되며 불안이라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불안이는 한번 나타나기 시작하면 기쁨이나 슬픔 이처럼 평생을 인간과 함께 하는 큰 감정들 중 하나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기쁘고 슬프고 불안하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동시에 나타남을 느낀다. 우리의 생에서 우리는 일을 하며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낸다. 내가 일에서 느끼는 행복과는 별개로 불안은 항상 있을 것이다. 이 불안이 나를 성장하게 하고 미래를 잘 계획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전 15화 Cafe(카페) 가는 주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