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뒤로 주말에 카페에 가는 일이 루틴이 되었다. 독일에서 결혼생활 시작한 도시는 집에서 걸어 시내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대학 도시였다. 평일에 우리의 일상은 단순하고 단조로웠다. 나는 직장에 가고, 남편은 학교에 갔다. 퇴근 후에는 함께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고, 남편은 마저 공부를 하고 나는 내일 먹을 도시락을 준비하고 집정리를 조금 한 뒤,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며 쉬었다. 퇴근 후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도, 외식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일도 없었다. 평일을 이렇게 보내니 주말은 외출을 자주 했다. 등산을 하거나 기차를 타고 옆에 있는 조금 큰 도시를 구경하기도 했고, 기분전환 겸 카페에 가기도 했다.
독일의 카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날씨가 좋으면 다들 밖에서 커피를 마신다. 카페는 아주 아늑하다. 모던하고 심플한 화이트 계열의 인테리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집의 확장인 것처럼 진갈색의 엔틱한 가구들이 주를 이룬다. 카페에 들어가면 식당에 갔을 때처럼 인원수를 먼저 말하고, 직원이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 손님이 적을 경우 원하는 자리에 앉으라고 말한다.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올 때까지 기다린다. 직원이 주문을 받고 커피를 가져다준다. 카페에는 젊은 사람들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주로 친구들과 와서 오랜 시간 동안 수다를 떤다. 노부부들은 커피를 마시며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혼자 오신 노인분들은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본다. 나와 남편은 주로 카페에 가면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옆 테이블의 사람들의 얘기를 엿듣기도 하고,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카페에서 우리는 독일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게 된다.
한국에서 우리의 일상은 달라졌다. 우리는 대도시인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다. 독일에서와는 다르게 평일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취미 생활을 하기도 하고 외식도 자주 한다. 평일의 삶은 달라졌지만 주말에는 여전히 카페에 간다. 독일과 비교하면 한국의 카페 풍경은 정말 다르다. 인테리어도 다양하고, 아늑하기보다는 모던한 카페가 많다. 주로 커플이나 여자들끼리 오는 경우가 많다. 연령대는 다양하지 않다. 20대에서 40대 사이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혼자 오는 사람들은 주로 노트북을 한다. 이 풍경이 독일과 가장 다른 지점이다. 독일에서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지 않는다. 독일 사람들은 카페는 대화하고, 책을 읽으며 쉬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독일에 있는 스타벅스는 예외이다. 한국처럼 젊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와 각자 자기 일을 한다. 하지만 나는 카페에서 공부를 한다는 말을 독일 친구들에게서 들어본 적은 없다. 사실 스타벅스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이 많다. 나 또한 학교에 다녔을 때 공부하기 위해 카페를 찾아 헤맸던 적이 많다. 결국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스타벅스를 갔었다.
나는 주말에 남편과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각자 노트북을 가지고 자기 할 일을 하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는 카페에 있고, 각자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카페는 집중하기 참 좋은 공간이다. 집은 아무래도 좀 좁아서 답답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카페는 집과는 분위기가 달라 기분전환이 확실히 된다. 특히 모던한 카페나 창밖 풍경이 좋은 카페에 가면 내가 꼭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특별한 기분도 든다.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좋은 영감을 받기도 한다. 독일에서의 편안하고 쉼이 있는 카페와는 상반된 한국의 카페 풍경이다. 카페에 있다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사는 우리의 일상도 편안함보다는 아이디어나 영감을 쫓아 사는 삶으로 바뀐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