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goldene Jahreszeit
가을의 정취가 오롯이 느껴지는 지난 한 주를 보냈다. 출근길에 보이는 나뭇잎은 형형색색으로 물들었고, 길가엔 낙엽이 제법 떨어져 있어 밟을 때마다 나는 그 소리가 반갑게 들렸다. 매년 경험하는 가을이지만, 이 아름다운 시기가 늘 너무 짧아서 아쉽고 그리울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독일에서도 이 시기를 '황금의 계절'이라 부른다. 아마도 가을이 선사하는 그 고유의 색채 덕분일 것이다. 나뭇잎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곡식이 무르익는 이 시기는 1년 중 가장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봄이나 여름이 아닌 가을을 '황금의 계절'로 부르는 것은 마치 인생과도 닮아 있다. 인생의 황금기도 가장 젊을 때가 아니라 그 이후를 가리키니까. 30대에서 50대 즈음, 뜨거운 청춘을 지나 조금은 안정과 여유를 찾아가는 시기이다.
독일에서는 학기가 10월에 시작되는데, 그때가 가장 황금빛이 찬란한 시기다. 내가 있었던 뮌헨의 슈바빙 거리는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고,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으로 땅은 노랗게 가득 덮여 가을 햇살을 받으면 하늘과 땅이 반짝반짝 빛났다. 여름이 지나가는 아쉬움을 달래주듯 가을이 전하는 따스함과 평화가 그곳엔 있었다. 독일 사람들은 이 짧은 계절의 정취를 오로지 만끽하기 위해서 시간을 쓰는 듯했고, 나 역시 새 학기가 시작되는 설렘과 두려움을 잠시 잊고 이 계절을 온전히 느끼고자 했다. 공원에 가서 떨어지는 낙엽을 밟고, 오후의 강한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벤치에 앉아 하루를 보내다 노을을 보며 울컥했던 적도 여러 번 있다. 해가 질 때 가장 해가 붉게 타오르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나 아름다워 가슴이 벅찼다.
한국에 돌아온 뒤 맞는 두 번째 가을이다. 어제 산이 있는 공원에 가 오랜만에 한국의 가을을 느껴보았다. 한국의 가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늘은 높고 파랗고, 독일보다도 더 다채로운 색상이 가득했다. 한국 특유의 가을 냄새가 났고, 아빠와 밤나무에서 밤을 따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독일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느꼈지만, 한국에선 계절을 느끼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고, 여행을 떠나야 했다. 어딘가에 이동해야 하는데, 이동 중이나 이동 후에도 사람들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제 가을을 느끼며 문득 한국의 일상에서 계절을 느끼지 못해 한국 생활에 쉽게 정을 붙이기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은 황금의 계절이다.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며 일상을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