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처음으로 용돈을 벌기 위해 근처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단순히 서빙을 하고 손님이 오기 전에 수저를 준비하고 물을 세팅하며, 시간이 남으면 부엌일을 조금 돕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일이 왜 그리 힘들었는지, 일의 순서도 잘 몰랐고 손님이 많아지면 머리가 하얘졌다. 사장님께 여러 번 혼나기도 했다. 같이 일하던 친구는 나와 달리 일 처리가 빨랐고, 시키지 않은 일도 알아서 척척 해냈다. 옆에 있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일을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일이 순서대로 흘러간다는 걸 깨달았다. 사장님이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알바였지만, 처음으로 ‘일을 한다’는 감각을 체험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감정도 처음으로 느꼈다.
독일에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대학교를 휴학한 뒤,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고, 처음에는 모든 게 어려웠다. 주위에서 하는 말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일의 요령도 없어서 지시받은 대로만 하다가 몇 번 혼나기도 했다. 지시 사항에만 매몰된 나머지, 그 일부만 요구한 것인데도 전부 다 해버려 시킨 분이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일을 할 때는 말의 표면뿐 아니라 그 의도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번 혼나고 몸으로 일을 익힌 뒤부터는 아르바이트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독일에 가서도 용돈을 벌기 위해 한인 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이전 경험 덕분에 두려움 없이 일에 임했고, 한인 식당에서 '에이스'라는 칭찬도 들으며 침착하게 일을 잘 해냈다. 그런데 졸업 후 독일에서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의 세계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맡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했고, 팀원들과의 협업도 원활해야 했다. 알바 때는 주어진 일을 센스 있게 미리 준비하는 정도로 충분했지만, 직장에서는 끊임없이 변수가 생겼다. 고객의 요구나 감정이 변하면 그것에 맞춰 작업을 수정해야 했고, 작은 실수가 나중에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혼자만의 판단으로 '이 정도는 공유 안 해도 되겠지' 하고 넘긴 것이 예상치 못한 문제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동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 맞춰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일 잘하는 동료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배우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갑자기 하나둘씩 보이는 것들이 생겼고, ‘이렇게 일했어야 했구나, 그때 이런 실수를 했구나’ 하고 깨달았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다시 느낀 것은, 직장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당연했던 과정이 한국에서는 생략되기도 했고, 반대로 협업이 더 요구되기도 했다. 직장마다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용어도 달랐다. 이전 직장에서 익힌 습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어른이 된 이상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고, 소속된 회사에 맞춰 내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조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내가 매일 성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성장을 멈춘 채 일하는 어른들도 많다. 그러나 매일을 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상,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