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동률의 팬이다. 그야말로 첫눈에 반했다. 중학생이었을 때, 일요일에 엠넷에서 우연히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 노래에, 그 목소리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당시 친구들이 아이돌에 빠져있을 때 나는 김동률에 빠졌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가 수록되어 있는 김동률의 3집 '귀향'이라는 앨범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 앨범에 히든트랙이 있었는데 곡 제목이 '떠나보내다'다. 전람회를 함께 했던 서동욱이라는 멤버와 함께 노래한 곡이다. 김동률의 모든 곡들을 사랑했지만 그 곡은 그렇게 눈에 띄는 곡은 아니었다. 아마 김동률 특유의 저음과 어둡고 우울한 느낌의 곡들을 더 좋아해서였을 것이다. 김동률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전람회와 김동률 1, 2집의 음악들도 자연스레 듣게 되었다. 전람회 음악 역시 김동률의 색깔이 강했다.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전람회 음악보다 김동률 솔로 앨범을 더 좋아했다. 그때 나는 사춘기 소녀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애절한 노래들이 많이 있었던 김동률 솔로 앨범을 더 즐겨 들었다.
2008년 김동률이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가장 비싼 좌석을 구매했다. 그렇게 좋아했던 김동률을 보고 그의 음악을 내 눈앞에서 들을 수 있다니 표를 예매하고 콘서트 날을 기다리던 날까지 하루하루가 설레고 행복했다. 콘서트에 게스트로 이적, 김진표 그리고 전람회의 멤버인 서동욱이 왔다. 김동률과 이적의 카니발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에 '그녀를 잡아요'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은 김동률과 전람회를 함께 했던 서동욱, 그리고 이적과 패닉을 함께했던 김진표 이렇게 4명이 함께 부른 곡이다. 콘서트에서 이 곡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특히 오랜 시간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았던 서동욱이 게스트로 와 함께 노래를 부르다니, 이 모든 광경을 내 눈앞에 볼 수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다. 콘서트에서 본 서동욱은 수줍고 순수해 보였다. 함께 곡을 불렀던 다른 3명과 달리 개성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목소리들의 차분한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노래하는 서동욱의 수줍어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0대 초반에 독일로 유학을 갔다. 바쁘게 살면서 한동안 음악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 숨은 명곡들을 찾는 것들에 희열을 느꼈었는데, 어느 순간 예전에 들었던 음악보다 좋은 음악이 더 이상 없다고 느끼자 음악이라는 것 자체의 매력을 잃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다른 가수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부른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아 내가 김동률의 음악을 많이 좋아했었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김동률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다. 3집에 있는 서동욱과 부른 히든 트랙 '떠나보내다'라는 곡을 다시 들으니 이 곡이 이렇게 좋은 곡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서동욱의 맑은 목소리와 쓸쓸한 선율이 거룩하고 아름다웠다. 김동률스럽지 않은 곡이었다. 서동욱과 김동률의 목소리가 깊으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 이 곡은 내가 좋아하는 곡들 중 하나가 되었다.
몇 달 전 뉴스에서 서동욱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조금 슬픈 감정이 들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아주 먼 지인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너무 슬프지는 않지만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 감정이었다. 맑은 목소리를 가졌고, 자신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 거라 추측이 되는 사람이었다. '떠나보내다'의 가사를 서동욱이 썼다. 가사가 참으로 시적인데, 묘하게 죽음이 떠오르는 가사이다. 노래 가사처럼 세상이 끝이어도 서동욱이라는 별은 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음악의 길을 계속 걷지는 않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항상 가슴에 간직하며 삶을 살았던 참 순수한 사람이었을 것 같은 서동욱을 그의 청춘인 전람회를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