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이야기 1
양치질 말고 또 뭐가 있었나. 꾸준히 해온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대학시절 내내 나는 엉켜있었던 것 같다. 바다에 표류하는 종이배처럼 길을 잃은 채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랐다. 어디에서 왔는지를 안다면 궤도를 조금이나마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 자신이 누구인지도 어렴풋했다.
책을 좋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집에 전래동화 스무권밖에 없었고 중,고등학교때 독서록을 쓰기 위해 읽었던 권장도서 정도가 나의 독서이력이었다.
하지만 책에는 늘 비밀스러움이 베어있었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 혼자 나는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를 엿보고 있는 듯해서 야릇한 호기심이 생겼다.
유명한 사람들도 언제나 책읽기를 강조했다. 책에 길이 있다. 고전을 읽어라. 성공한 사람들은 독서광이다.
그런 잔상들이 남아서 나도 책을 집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정말 책에 뭔가가 있진 않을까.
운이 좋게도?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들어야 할 수업은 없었다. 갈 곳도 없었고. 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넓직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졸업유예라는 것을 신청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목표는 1일에 1권 100일동안. 정확히 말하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에 5권. 그렇게 책을 읽었다.
물론 계획이란 기상청의 날씨예보 같은 것이어서 제대로 흘러갈 리 없었다. 어떤 날은 날이 흐려서
어떤 날은 소화가 안돼서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읽기 싫을 때도 있었다. (아니 많았다.) 그런 날은 가볍게 미뤘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서 나머지를 읽었다.
성냥이 그어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