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르 Mar 02. 2018

5_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

앞선 포스트에서 모든 책은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었다. 그럼 그 연결망을 어디부터 짜는 것이 좋을까.


지대넓얕을 처음 읽던 순간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런 책을 쓸 수 있는 역량도 한 참 모자란 상태였지만 뭔가 분했다. 그리고 감탄했다.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을 채사장이란 사람이 먼저 썼기 때문에.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명료하게 썼기 때문에. 역시 세상에 똑똑한 인간은 많았다.


적절란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리화나가 gate drug로 불리듯 지적 도파민의 향연인 독서의 세계를 경험하는 첫 gate는 지대넓얕이 좋은 것 같다. (애석하게도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 책이 출판 전이라 나는 이것저것 손에 닿는 것부터 읽었고 그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지대넓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훌륭한 책에는 전체를 꿰뚫는 나름의 축이 있다. 지대넓얕도 마찬가지다. 그 책이 훌륭한 점은 복잡한 철학의 사조들을 절대, 상대, 회의주의라는 3개의 궤도로 나눈 뒤 그것에 과학, 예술, 종교의 실타래를 엮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그물망을 짜는 일은 세계지도를 그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지대넓얕을 읽으면 전체적인 윤곽선이 잡힌다. 대륙과 기본적인 국가 사이의 경계가 보인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세계지도를 그리고 싶다면 거기에서 그칠 수 없다. 세부적인 도시와 강, 작은 섬을 그리려면 다른 책들이 필요하다.


다음음 내가 도움을 받은 책 중 일부다. 이 밖에도 좋은 책들이 너무너무 많다. 특히 사회문화는 너무 광범위해서 다 못 썼다.


아래 책이 반드시 아니어도 좋다. (과학은 빼고. 과학 추천서는 모두 훌륭하다.) 마음에 드는 대중서 3개, 더 관심이 생긴다면 세부적인 책 3권을 골라 읽어보자.


* 철학


(대중서)

철학 대중서는 글자 그대로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말과 예시로 풀어쓴 책이다. 하지만 철학자는 무수히 많은 시간동안 사색을 한 뒤 그 상념을 논리적인 순서로 풀어냈고 역사는 그것을 철학이라 인정했다. 그래서 대중서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서를 읽고 원저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철학 브런치

- 지금시작하는 인문학

-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

- 철학의 책

-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좀 더 깊은)

원저를 읽는다. 물론 대부분은 이해가 안된다. 하지만 대중서를 미리 읽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자가 직접 쓴 살아있는 예시에서 오히려 더 이해가 잘 될 때도 있다.


원저는 그가 가진 문체나 논리를 전개하는 방법을 알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비트겐슈타인과 흄 책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푸코 책도! 플라톤 책은 대화체라 읽기가 비교적 쉽다.


- 소크라테스의 변명, 향연 등 플라톤 책들

- 논리철학논고, 비트겐슈타인

- 수상록, 몽테뉴

- 오성에 관하여, 데이비드 흄

- 존재와 시간, 하이데거

- 구토, 사르트르

- 감시와 처벌, 푸코


* 과학


(대중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좋은 책들을 꼽아봤다.

여기에 김대식, 김상욱, 정재승 씨 등 국내 대중서를 더하면 좋을 것 같다.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생물학 이야기

- 빛의 물리학

- 코스모스

- 에덴의 용

- 이기적 유전자

- 만들어진 신

- 사피엔스

- 호모데우스

-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좀 더 깊은)

스티븐 제이 굴드 책을 (힘내라 브론토사우르스 ,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푹 빠진 채 재미있게 읽었다. 양자역학도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아하는데 이렇게 관심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를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하지만 윤곽을 잡는 것에 만족한다면 대중서로 충분하다. 사실 저 대중서들도 깊이 면에서는 대중서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예술


(대중서)

철학을 어느 정도 공부한 뒤 미학 오디세이를 읽으면 아주아주 재미있다.


-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

-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


* 사회문화


(대중서)

특히 생각 시리즈는 다 재밌다.

- 생각의 지도

- 생각의 탄생

- 생각의 이해

- 총균쇠

- 뉴스의 시대

- 에디톨로지

- 축소지향의 일본인


* 종교


(대중서)

- 세계 종교 이야기

- 상식으로 꼭 읽어야 할 세계의 종교

- 세 종교 이야기

- 붓다수업, 법상스님

- 반야심경 이야기, 법륜스님

이전 04화 4_모든 책은 연결되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