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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명 Aug 27. 2020

여명이와 보낸 첫 한 달

늘어난 건 몸무게만이 아니었다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서 어느덧 두 번째로 심장사상충 약을 바르러 가는 날이 되었다. 한 달 간격을 두고 바르는 약이라는데 언제 한 달이나 지났나 싶었다. 한 달이나 여명이가 내 방에 있었는데도, 아직도 가끔 이게 현실인가 싶을 때가 있다. 그 사이 나와 여명이에게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여명이는 점점 호기심이 많아졌고, 행동반경도 더 넓어졌다. 내 방 안 모든 공간의 냄새를 맡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위험하지 않은 공간은 거의 다 여명이에게 열어줬지만, 여명이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지 못했다. 캣타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옷장이나 책장 위를 더 좋아했고, 집안 청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먼지가 있는 공간을 귀신 같이 찾아내서 그 위에서 뒹굴곤 했다. 지난 달에 시크하던 그 고양이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기가 막혔다.

신체적인 변화들도 있었다. 2차 심장사상충 예방을 하러 가서 체중을 쟀을 때 여명이는 1.2kg이었다. 불과 2주 전에 980g인 걸 보고 놀랐는데, 또 늘었다. 나는 매일 보니까 애가 큰 것도 모르겠더니, 거의 2주마다 여명이를 만나는 동물병원 선생님은 볼 때마다 여명이가 부쩍 컸다고 하셨다. 그리고 처음에는 허피스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던 눈과 잔뜩 짓물러 있던 코 옆 피부도 많이 나았다. 하이고...라며 말을 잇지 못하던 부모님도 이제 여명이가 좀 고양이 같다며 신기해하셨다.

한 달 동안 많이 예뻐진 여명이

매일 보는 얼굴이라서 잘 몰랐는데,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여명이가 정말 많이 고양이다워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안약을 넣어줄 때마다 이 눈이 언제 다 나아서 입양을 가나...했는데, 어느새 눈이 또렷해졌다. 눈과 코 부근의 짓무른 피부도 약을 바르면 진짜 낫긴하는 걸까 매번 의심했는데, 의심한 게 미안할 지경으로 예쁘게 털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삐쭉새 같더니 여명이는 사실 좀 예쁜 고양이었나 보다. 여명이에게는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애착 인형이 생긴 여명이

애착 바지와 수세미를 좋아하던 여명이에게 새로운 애착 인형이 생겼다. 우연히 들른 잡화점에서 바스락 인형을 발견해서 업어왔는데, 생각보다 여명이가 많이 좋아했다. 만질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서인지, 여명이는 하루 종일 그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둘이서 사진을 찍기 위해 같은 담요를 덮어줬을 때도, 여명이는 잠잠했다. 저 인형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환경에도 사람에게도 아주 잘 적응한 여명이

여명이를 집에 데려와서 제일 짠하고 보람있는 순간은 여명이가 마음 편히 잘 때다. 짧기는 했어도 고단한 길 생활을 거친 여명이가, 내 방에 와서는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고 온 친구처럼 쓰러져 자는 걸 자주 봤다.  여기서는 마음을 놓고 자도 된다는 걸 아는 건가 싶어서 괜히 짠했다. 이상하게 또래보다 작아 보이는 여명이가 짠해서 더 많이 자고 쑥쑥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요즘도, 나보다 팔자가 더 나아 보이는 데도 여명이가 자는 모습을 보면 짠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여명이는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완벽하게 적응했다. 내 배 위에 앉아서 그루밍을 하다가 잠이 들 때가 제법 많았고, 내가 자려고 누우면 자기도 착착 걸어와서 내 몸 어딘가에 몸을 붙이고 잘 준비를 했다. 적응해준 건 고마운데, 나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가끔 있다.

많이 큰 것 같아도 밥 먹을 때 보면 여전히 뽀시래기

여명이는 눈과 피부가 나으면서 엄청 귀여운 아깽이로 변화했다.(냥불출) 처음보다는 제법 많이 큰 것 같긴 한데, 어떨 때 보면 아직도 영락없는 뽀시래기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졌는데, 그 사이 여명이는 많이 나았고, 많이 컸다. 그리고 나도 여명이와 함께 성장한 시간이었다. 책으로, 유튜브 영상으로만 배웠던 고양이와 함께 부대끼며 살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아직도 여명이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잘 케어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이제 여명이가 많이 불편하지는 않도록 돌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여명이가 오고 나서 한 달이 이렇게 지나갔다. 여명이와 내가 언제까지 한 집에서 복닥복닥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맞춰가며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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